[스테디셀러+]보령 겔포스, 출시 50주년 맞은 '국민 위장약'

연구개발 지속하며 품질 개선…'2030 공략' 젊은 층으로 시장 확대

2025-06-24     장세진 기자
겔포스엠 /사진=보령

보령의 대표 제품 '겔포스'가 발매 5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겔포스는 연간 200억원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리는 대형 품목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위장약 분야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이같은 성과에 대해 지속적인 제품개발과 마케팅, 맵고 짠 음식을 즐기는 한국인의 식습관과 겔포스가 잘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게 보령의 설명이다. 

특히 서구화된 식사에 익숙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위장 질환 환자가 증가하면서 위장약을 찾는 연령대 역시 낮아지는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일반의약품 제산제 제품군 내 1위를 지키고 있는 겔포스는 2030세대를 타깃한 새로운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의 창업 및 50년 기업경영의 성공 비결을 담은 회고록 /사진 =보령

◇ 겔포스 50년 역사의 시작 

1969년 보령의 창업주 김승호 회장은 미국, 프랑스 등을 순방하며 선진 제약업체들의 앞선 시설과 경영시스템을 직접 확인하면서 기회를 찾고 있었다. 순방 일정 중  프랑스 비오테락스를 방문했을 당시, 해당 업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특별한 제품이 김 회장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로 '포스파루겔'(Phosfalugel)이라는 위장병 치료제였다. 

포스파루겔은 복용의 편리함과 탁월한 약효 덕분에 전 세계에 걸쳐 무려 10억 포 이상 판매되는 선풍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제품이었다. 김 회장은 포스파루겔의 무한한 가능성을 예견했고 이에 당시 보령제약은 비오테락스와 약 1년 동안 교섭한 끝에 1972년 3월 15일 기술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이것이 50년 겔포스 역사의 시작이다. 

안양공장 준공 약 8개월 만인 1975년 6월, 보령제약은 위장병 치료제 겔포스를 생산 발매했다. 기술제휴 후 3년이나 지나 발매되면서 겔포스에 거는 기대 또한 컸다. 위장약은 시기에 관계없이 시장성을 인정받는 제품이었고 그 만큼 종류도 다양했다.

더욱이 맵고 짜게 먹는 한국인의 식성 때문에 위장 질환은 이미 만연해 있거나 잠재된 질병 중 하나로 광복 후엔 고혈압, 심장병과 더불어 주요 3대 질환으로 꼽히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소화기관계 약 개발에 열성을 보이는 업체가 많아 이와 관련한 품목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 연구 개발을 통한 제품 개선 노력 

겔포스가 선두 브랜드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주요한 이유는 강력한 효과와 연구개발을 통한 지속적인 제품 개선 덕분이다.

겔포스는 콜로이드성겔을 뜻하는 '겔'(Gel)과 강력한 제산 효과를 뜻하는 포스(Force)가 합쳐진 이름이다. 콜로이드성겔이란 '작은 알갱이들이 용해되지 않은 채 액체 속에 퍼져 있는 고체와 액체 중간 상태의 혼합물'로 입자의 표면적이 커 다른 분자나 이온이 달라 붙기 쉽기에 흡착성이 강하다. 겔포스는 '인산알루미늄겔'과 천연물인 '팩틴(Pectin)', '한천(Agar-Agra)'을 결합한 겔 간의 상호작용으로 위산을 중화해 위벽 자극을 막고 상처 부위를 보호함은 물론 궤양 발생을 예방한다.

보령은 이 같은 겔포스의 제산효과를 한 단계 높여 2000년 겔포스엠을 출시했다. 겔포스의 주성분인 '인산알루미늄' 함량을 높이고 '수산화마그네슘'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인산알루미늄 단독 성분일 때 발생할 수 있는 변비·설사 등 부작용 위험을 크게 줄였다. 또한 가스를 제거하고 인 결핍증을 예방하는 '시메티콘'을 추가해 가스에 따른 불편함 역시 개선했다.

여기에 더해 보령은 2018년 겔포스엠을 기반으로 'DL-카르니틴염산염'을 첨가한 '겔포스엘'을 개발했다. 'DL-카르니틴염산염'은 위장관운동 활성 효과가 있어 속쓰림과 식욕감퇴, 더부룩함, 소화불량 증상까지 완화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속 쓰림에 특화된 겔포스엠에 이어 소화 효과를 높인 겔포스엘의 출시를 통해 증상별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라인업을 강화했다. 또한 겔포스엘부터는 세로형 스틱 포장을 새로 도입해 복용 및 휴대 편의성을 높였다.

지난해 1월에는 겔포스엠의 패키지 또한 스틱형 패키지로 변경하기도 했다. 기존 사각 형태의 사면포 패키지에서 후속 제품인 겔포스엘과 같이 절취가 쉽고 짜먹기에 편리한 세로형 스틱으로 포장 방식을 변경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참여자의 92.5%가 사면포 형태보다 스틱형을 선호한다고 응답한 자체 소비자 조사에 귀 기울인 결과다. 기존 사면포 형태의 제품은 모서리가 날카롭고 입이 닿는 면적이 넓어 입 주변이 찔릴 수 있는데다 내용물을 남김 없이 짜먹기 어려워, 스틱 형태로 그립감을 높이고 한번에 섭취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1980년대 '수사반장' 배우들이 출연한 광고 /사진=보령

◇ 트렌디한 광고로 대중과 소통 

겔포스는 1970년대 '위장에 평화를' '주머니 속의 위장약 겔포스', 1980년대 수사반장 시리즈 '위장병 잡혔어'의 광고 컨셉으로, 1990년대 초반에는 '속쓰림엔 역시 겔포스'라는 카피의 광고 등으로 당시 의약품 광고로는 차별화 시키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1980년대 광고는 인기리에 방영된 '수사반장' 배우들이 출연해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위장병, 잡혔어!"라는 말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이로 인해 생산 라인을 철야로 가동해도 수요를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겔포스는 대한민국 대표 위장약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트렌디한 광고를 통해 젊은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겔포스의 시장지배력을 넓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2022년과 2023년 겔포스엘의 광고에서는 MZ세대를 대표하는 배우 주현영이 등장해 젊은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실제 겔포스엘은 우수한 제품력과 광고 효과가 더해져 지난해 소비자판매실적이 전년 대비 63% 성장하기도 했다. 

또한 올해 1월에는 "그 정도가 딱 겔포스엘 먹을 정도"라는 컨셉으로 적절한 겔포스엘 복용시점을 알리는 신규 광고를 런칭했다. 효능·효과가 중심이 되는 기존 의약품 광고와 달리 일상 속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캠페인성 광고로 제작해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자극적인 식사를 즐기는 젊은 세대에게 적절한 위장 건강 관리의 필요성을 전달했다. 

2023년 겔포스엘의 광고에서는 MZ세대를 대표하는 배우 주현영 /사진=보령

◇ 출시 첫해 6000만원 매출이 4년 만에 10억원대 

겔포스가 출시된 1970년대는 박노해시인이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가운 소주를 붓는다"고 표현했듯 중노동의 시대였다. 과로와 음주로 자연히 위장병이 늘어났고 겔포스는 '위벽을 감싸 줘 음주 전에 먹으면 위를 보호한다'는 입소문과 함께 날개 돋친 듯 판매됐다. 이를 통해 출시 첫해 매출이 6000만원에 불과하던 겔포스는 4년 만에 10억원대 판매고를 달성했다.

맵고 짠 음식은 위 점막을 자극하고 위산을 과다 분비시켜 속 쓰림을 유발하기 쉽다. 겔포스는 위산 중화 작용으로 속쓰림을 완화함은 물론 겔 성분이 위벽을 코팅해 자극적인 음식으로 인한 불편감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처럼 매운맛의 유행에 따라 위장약 관련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위장약의 대명사인 겔포스의 인기 역시 높아지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개선 노력으로 인해 겔포스 브랜드의 2024년 소비자판매실적(의약품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 기준)은 19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165억 대비 약 18% 성장한 수치로 같은 기간 일반의약품 제산제시장 전체 성장률(11.28%)과 비교해봐도 훨씬 가파른 성장세다. 

겔포스 브랜드는 약 30%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며 해당 제품군 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점유율 1위의 제품으로 전체 제산제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태다.

보령컨슈머헬스케어 관계자는 "겔포스는 반백년 세월 동안 한국인의 속을 달래 온 국민 위장약"이라며 "더 많은 분들이 겔포스의 우수한 효과를 통해 위장 건강을 지켜낼 수 있도록 꾸준한 연구개발과 트렌드에 기반한 마케팅 활동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