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美 이란 공습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 현실화…산업계, 리스크 확대 '촉각'

국내 수입 중동산 원유 99% 통과…산업부, 24시간 모니터링 체계 유가 급등하면 석화업계 '직격'…해상운임 상승 땐 제조업도 피해

2025-06-23     박성대 기자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중동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중동발 석유 공급 차질로 유가와 운임 상승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앞 유가정보판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이란 내 핵 시설 공습을 단행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중동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동발 석유 공급 차질로 유가가 오르면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이 더 깊어지고, 전 세계 원유 및 물류의 중심지로 꼽히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산업 전반에 직격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날 최남호 2차관 주재로 비상대응반을 가동해 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긴급 점검했다. 산업부는 "현재까지 에너지 수급에 직접적인 차질은 없다. 수출, 물류, 진출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중동 확전에 따른 영향을 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 지역이 세계 최대 원유 매장지역이자 세계 원유 생산량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중동 무력 충돌 심화로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피해가 우려된다. 불확실성 확대로 유가가 급등하면 정유사로선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석유화학 업체들은 제품 수요 둔화 국면에서 원재료 가격까지 상승하며 수익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란 의회가 미국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2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함에 따라 업계 불안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보고서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35%, LNG의 33%가 통과하는 곳으로, 한국으로 오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곳을 통과한다. 

실제로 지난 13일 기준 배럴당 74.23달러였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 20일 기준 76.84달러로 올랐고, 서울 휘발윳값은 지난 21일 1721원을 넘어서는 등 국내 유가도 상승세를 보인다.

바닷길이 막혀 해상운임이 인상되면 피해는 제조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간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유가 10% 상승 시 제조업의 비용 증가율은 평균 0.67%로, 전 사업 평균 0.38%보다 월등히 높다. 

국내 대표 제조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해상운임 급등 여파로 지난해 물류비가 각각 71.9%, 16.7% 증가한 바 있는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까지 맞닥뜨리면 실적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에 대비해 산업부는 지난해 4월 중동사태 발발 이후 설치한 종합상황실 및 분야별 비상대응반을 통해 비상 연락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또 석유공사, 가스공사, 코트라, 무역협회 등 유관기관들이 합동으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우리나라에서 비상용으로 보유한 재고가 몇 달 정도 준비돼 있다지만 장기화 여부에 따라 달라질 부분을 점검하고, 리스크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미국 경제가 어떻게 될지, 유가 상승 여부에 따라 경기가 침체할 텐데 이는 한국 수출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