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마켓인사이트]"이스라엘-이란 갈등에 S&P500 20% 하락할 수도"

투자은행 RBC "밸류에이션, 투자심리, 인플레에 미칠 영향이 주요 리스크"

2025-06-17     이진수 선임기자
사진=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이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 이후 미국 주식시장이 초기 충격은 소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투자은행 RBC캐피털마케츠는 이번 갈등에 증시를 하락세로 끌고 갈 수 있는 세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RBC는 15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에 따른 역풍이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4800~5200선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최대 20%의 하락을 의미한다.

RBC는 보고서에서 "시장 심리나 계절적 지표가 주가 상승을 암시하고 있지만 주식 밸류에이션, 기업 실적, 경제 성장률에 대한 분석은 시장이 너무 앞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RBC는 "지난주 후반부터 이어진 이스라엘-이란 사태가 아주 복잡한 시점에 발생했다"며 "양국의 갈등이 확산하거나 장기화할수록 미 증시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지난 15일(현지시간) 텔아비브 상공으로 날아든 이란측 미사일을 이스라엘이 방공 시스템 ‘아이언돔’으로 요격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13일 ‘일어서는 사자’라는 작전명 아래 이란을 공격한 이후 양측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EPA연합뉴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고조될 때 S&P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일반적으로 축소되곤 한다.

RBC는 지난 4월 관세 충격 때도 밸류에이션이 저렴한 수준까지 떨어지지 않았다며 현 주가는 다시 최고치 부근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는 강세장 분위기에 변화가 생길 경우 밸류에이션이 크게 흔들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RBC는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지금이야말로 나쁜 뉴스에 증시가 취약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중동 지역의 갈등이 격화하면 미국 내 소비자, 투자자, 기업들의 심리가 악화할 수 있다.

RBC는 최근 몇 주 동안 투자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주가 랠리를 이끌었으나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확산할 경우 이런 낙관론은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과 소비자들는 상당히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 민간 경제조사단체 컨퍼런스보드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분기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뢰지수가 약 3년만의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기업의 투자나 고용 계획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신호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때문에” 일정을 단축해 16일 밤 만찬 후 귀국할 예정이다. / 사진=AFP연합뉴스

RBC에 따르면 5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여전히 관세, 극단적 기상 현상, 기타 경제적 역풍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RBC는 기업 실적 발표에서 지정학과 전쟁 관련 언급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RBC의 원자재 전략가들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으로 중동발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올해 금리인하 여력을 제한할 수 있다.

올해 강세장의 주요 전제가 연준의 금리인하라는 점에서 이는 밸류에이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RBC는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으로 최대 4%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RBC의 전략가들은 이 정도면 연준이 올해 하반기 두 차례 정도의 금리인하만 단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BC는 "올해 말 S&P500지수의 적정 가치가 4800~5200 수준"이라며 이는 자사 분석에서 ‘2단계 공포지대’ 하단부로 올해 초의 저점 재시험 수준이라고 밝혔다.

RBC는 최근 연말 S&P500지수 목표치를 5730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는 현 수준 대비 4% 정도 하락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