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리포트]금,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준비자산
ECB "중앙은행들, 지난해 금 보유량 3만6000t까지 늘려" "앞으로도 중앙은행들 금 매입하겠지만 매입 속도는 지난 몇 년보다 느릴 것"
중앙은행들이 금 비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11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중앙은행들은 지난해 금을 1000t 이상 매입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10년 평균 구매량의 배에 해당한다.
지난해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량은 3만6000t으로 약 60년 전 기록했던 최고치 3만8000t에 근접했다.
중앙은행 가운데 3분의 2는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금에 투자했다. 20% 정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경제적·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금을 매입했다.
ECB는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면 지난해 실질 금 가격이 1979년 석유위기 당시의 최고치도 넘어섰다"고 전했다.
비축량에 가격 상승까지 맞물리며 금은 지난해 미국 달러화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준비자산이 됐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8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보합세를 보이며 전 거래일보다 소폭 상승한 온스당 3343.7달러(약 458만원)에 마감했다.
이는 전년 대비 25% 상승한 것으로 지난 5년간 90% 넘게 급등한 수치다.
금 수요 증가는 중앙은행들의 매입 증가와 경기둔화 및 관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현재 중앙은행들의 준비자산 구성은 평균적으로 달러 46%, 금 20%, 기타 통화 18%, 유로 16%로 이뤄져 있다.
금은 올해 여러 차례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제롬 파월 의장에 대해 비판한 이후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을 찾아나섰다.
그 결과 금값이 온스당 3500달러를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금값이 처음으로 온스당 3000달러를 넘긴 것은 지난 3월이다.
하지만 최근 몇 달 동안 미국의 급변하는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시장이 흔들리면서 금 랠리가 다소 주춤하고 있다.
영국 런던 소재 거시경제 조사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기후 및 원자재 담당 하마드 후세인 이코노미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중앙은행들이 금 랠리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왔다"며 "앞으로도 중앙은행들이 금을 매입하겠지만 매입 속도는 지난 몇 년보다 느릴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량은 전 분기 대비 33% 감소했다. 특히 중국의 매입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