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한두번 입고 장롱행?"…업사이클링 의류가 힙하다
산업·레저스포츠 폐소재 재활용 브랜드들 '눈길' 예술품으로 재탄생하거나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몇 주 간격으로 유행이 변하는 패스트 패션의 부작용으로 몇 번 입지 않거나 판매되지도 않고 버려지는 옷들이 늘어나면서 패션 브랜드들도 부쩍 친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기존 버려질 뻔한 옷들을 새로운 디자인이나 용도로 창의적으로 재가공하는 업사이클링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거나 중고의류 거래 플랫폼에 진출하는 패션 브랜드들이 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의류 폐기물로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는데 패션 브랜드들이 이같은 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 같아 긍정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3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는 8월 1일까지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래코드'가 진행하는 '리콜렉티브: 머터리얼스'(RE;COLLECTIVE: MATERIALS)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산업 폐소재의 순환 가능성과 재해석을 주제로 기획됐다. 폐기된 군용 텐트나 낙하산, 에어백, 의료복 등 버려지는 섬유 소재를 옷이나 오브제로 새롭게 만들어 전시한다.
군용 텐트·낙하산 소재로 만든 대형 오브제는 물론, 버려지는 의료복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섬유를 분리해 추출한 PET칩, 자동차 에어백을 재활용해 만든 가방과 파우치 등이 눈길을 끌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업사이클링 브랜드가 갖는 친환경적 의미를 중시하며 13년 동안 래코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래코드 브랜드의 지향점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FnC는 코오롱 브랜드 의류에 한해 거래할 수 있는 중고거래 플랫폼 '오엘로 릴레이' 마켓도 운영 중이다. 입지 않는 코오릉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면 코오롱몰에서 현금처럼 사용가능한 OLO 포인트로 교환해준다.
이밖에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코오롱의 상설 할인 매장 '세이브 프라자'에 패션 공방을 만들어, 상설 매장에서도 판매되지 않는 재고 의류를 활용해 다양한 실험과 창작을 시도한다. 2016년에는 한복을 분석하고 해체해 재고 의류와 컬래버한 전시를 열기도 하고, 이보다 앞선 2014년부터는 코오롱 브랜드의 재고 의류를 활용한 데님 브랜드 '블루핏'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업사이클링 시도는 패션 업계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삼성물산 패션은 빈폴액세서리가 업사이클링 브랜드 '오버랩'과 협업한 제품을 선보였다.
오버랩은 수명이 다한 패러글라이더, 글램핑 텐트, 요트 돛 등 레저 스포츠 소재를 수거해 해체 후 세탁 후 재단, 봉제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브랜드다.
빈폴액세서리와 오버랩 협업 상품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 SSF샵과 빈폴 타임스퀘어점, 더현대서울점 등에서 만날 수 있다.
무신사도 하반기 중고의류 무료수거해 위탁판매하는 중고거래 플랫폼 '무신사 유즈드'를 론칭할 계획이다.
패션 브랜드뿐만 아니라, 소비자 단위에서의 친환경 실천도 활성화되고 있다.
TV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으로 잘 알려진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이 운영하는 이태원 제로웨이스트 지향 비건·친환경 식료품점 '노노샵'은 최근 업사이클링 의류 프로그램인 '수선 공예 놀이터'를 원데이클래스 형식으로 운영했다.
30대의 한 여성 참가자는 중학교 때부터 입던 찢어진 셔츠에 비슷한 패턴의 자투리천을 덧대 재가공했고, 안 쓰는 가방이나 티셔츠를 새롭게 디자인해 활용도를 높이는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프로그램에 참석한 40대 여성 참가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에 따라 몇 번 입지도 않고 옷장 속에 쌓여가는 옷들이 많다"며 "이번 수선 공예 놀이터를 통해 의류를 업사이클링하는 기법을 알게 돼 실용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호텔업계도 업사이클링에 주목하고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호텔 '그래비티 조선 서울 판교'는 11월 30일까지 지속가능한 여행을 제안하는 ESG 객실 패키지 '그린 투게더'(Green Together)를 판매한다.
'그린 투게더'는 비즈니스 디럭스 객실 1박과 함께 업사이클링 파우치, 호텔 시그니처 굿즈가 포함된다. 파우치는 어닝 천을 재활용해 제작됐으며, 노랑·초록·빨강·네이비 중 한 색상이 랜덤 제공된다. 한정 굿즈는 우주인 캐릭터 '라비'(LAVI) 키링으로 구성됐다.
조선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의미 있는 머무름(Mindful Stay)이라는 ESG 비전 아래 지속가능성을 강조한 패키지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비단 소비자뿐만이 아니라, 패션의류 생산자로서도 판매되지도 않고 폐기되는 의류 제품들을 볼 때마다 고민스러웠다"며 "재활용·중고 의류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