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弱달러에 서학개미 테슬라·엔비디아 '엑소더스'

테슬라 보유액 9일 만에 768억달러 줄어 엔비디아도 669억 달러 감소로 2위 

2025-05-27     양성모 기자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서학개미들이 테슬라와 엔비디아 주식을 집중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낼 경우 원화로 환전 시 환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주식 상위 종목 가운데 테슬라(Tesla)와 엔비디아(NVIDIA)의 보유액이 5월 중순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테슬라 보유액은 5월 14일 기준 2조3836억 달러에서 5월 23일에는 2조3068억 달러로 768억 달러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 역시 1조2455억 달러에서 1조1786억 달러로 약 669억 달러가 줄었다. 

이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60원선까지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달러 약세를 우려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환율이 하락하면 외화 자산의 가치도 감소하는 만큼, 서학개미 입장에서는 손익 계산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주가를 회복한 테슬라와 엔비디아의 경우, 환차손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매도세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달러인덱스(현물)은 지난 21일 99.56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하며 26일 기준 99.01까지 밀린 상태다. 서울외환시장 주간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1원 오른 1369.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틀 연속 1360원대에 머문 것이다. 

반면, 아이온큐(IONQ)의 보유액은 같은 기간 2466억 달러에서 3349억 달러로 급증하며 서학개비 보유종목 순위도 10위에서 5위로 급상승 했다. 상대적으로 저가이며 미래 기술 테마로 주목받는 종목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다.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매도세가 뚜렷했다.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는 3259억 달러에서 2884억 달러로,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3X ETF'는 3158억 달러에서 2574억 달러로 각각 감소했다. 이는 달러화 약세와 더불어 트럼프발 관세 우려로 변동성이 높은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부담감이 확대됐기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 및 지출 확대에 따른 재정 건전성 우려와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미국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가 이유다. 여기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이 아닌 유럽과 아시아 등 다른 지역으로 자산을 다각화하면서 달러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미 예외주의 둔화와 맞물린 약달러 흐름이 전개될 전망"이라며 4분기 원·달러 환율 평균치로 1350원을, 하단으로는 1300원을 제시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와 달리 현 정권에서는 재정지출을 통한 성장 자극이 어렵고, 관세 불확실성에 따른 선제적 수요에 현재 미국 내구재 재고는 역사적 고점 수준"이라며 "대(對)미국 투자 및 제조업 모멘텀도 약해졌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입장 선회 역시 약달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 기조가 마무리되는 가운데 추가 재정 모멘텀이 대기하고 있다"며 "일본의 경우 더디지만 여전히 유일한 긴축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점진적 엔화 강세 기조가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즉 미국 외 국가로 투자자들이 이동할 여지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양성모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