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저속노화①]핵심은 '근력'…"마사지·뷰티기기로 키워볼까"
65세 이상 주2회 이상 근력 운동 시 당뇨병 유병률↓ 1인 가구 겨냥 실속· 콤팩트형 홈트레이닝 기기 '인기'
최근 데미 무어 주연의 영화 '서브스턴스'가 개봉되면서 저속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영화는 2008년 나온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처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젊어지는 스토리와는 완전히 상반된 내용을 담는다. 젊음을 되찾기 위해 잘못된 시술이나 약물에 의존한다면 결국 파국을 맞을 뿐이고,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최대한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저속노화의 철학을 보여준다.
저속노화는 전체적인 신체 건강의 나이에 비해 평균적으로 덜 노화되게 하는 것이다. 노화 관련 서적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의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저속노화 식사법' 등의 책들을 통해 독자들은 노화를 예방하고 건강하고 젊게 오래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속노화를 위한 3가지 필수 요법으로 △규칙적인 근력 운동 △적정량의 단백질 섭취 △충분한 수면과 회복 등을 꼽는다.
3회에 걸친 연재를 통해 해당 필수 요법들을 하나씩 살펴본다.
◇근력 운동해야 저속노화
먼저 규칙적인 근력 운동의 경우, 학술적으로 그 효과가 입증됐다. 연세대학교 스포츠응용산업학과 전용관 교수 연구팀이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주 2회 이상 근력운동을 실천한 경우, 당뇨병 유병률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대규모 인구 기반 자료를 통해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노인성 질환 예방 및 건강관리 전략 수립에 중요한 근거로 평가되며 노인의학 및 만성질환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학술지 'Age and Ageing'(IF 10.8)에 게재됐다.
서울 일부 지역은 걷기에 불편을 겪는 고령층의 근력 운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울 강남구는 고령자 보행 기능을 지원하는 웨어러블 로봇 운동을 20일부터 시범 운영한다. 서울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이 주관하는 서울형 R&D 지원사업에 강남구와 엔젤로보틱스가 구성한 컨소시엄인 '2024년 로봇기술화 스마트로봇존 사업'이 선정됐다.
사업은 강남구웰에이징센터 내 전문 보행 트랙에서 진행되며, 관내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 주민 중 일상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대상자를 선별해 주 1회, 회당 1시간씩 모두 12차에 걸쳐 실시한다. 프로그램은 회차에 따라 저강도부터 중강도, 고강도 운동으로 진행되며 현장에는 로봇 엔지니어와 물리치료사가 함께한다. 참여자들은 허리와 허벅지에 착용하는 로봇을 통해 하체 근력을 보조받으며 걷는다. 보행 능력과 보행 안정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해당 로봇은 참여자 동작을 인식하고 동작별로 최적화된 보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무게는 3㎏ 이하로 경량화돼 고령자도 부담 없이 착용 가능하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구민의 생활 편의를 높이는 서비스 로봇을 적극 발굴해 공공시설에서 편리하고 쉽고 로봇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앞으로도 로봇 기술이 구민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로봇 친화 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콤팩트 근력 기구 인기
근력 운동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를 위한 헬스 기구들도 각광받는다.
대형 유통망에서 기획전을 진행할 만큼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인 '스포틀러'(SPORTLER)는 합리적 가격과 공간 효율성을 갖춘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 제품은 스텝퍼, 실내자전거(스핀바이크), 로잉머신 등이다.
홈트대장은 전신·하체·상체·팔·다리 등 총 15가지 운동을 도와주는 멀티싯업바 등 저렴한 소형·다기능 기구로 1인 가구와 자취생들에게 인기있다.
건강한형제들은 집안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100% 국내산 홈트 기구를 판매한다. 박준수 건강한형제들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운동기구를 샀다가 방치해 두는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며 "지속가능한 운동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 말했다.
홈트 실내자전거인 오버더바이크는 TV 예능 '나혼자산다' 협찬 출연은 물론, 유튜브와 SNS를 통한 적극적인 광고에 힘입어 최근 누적 12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손잡이 없는 핸들과 콤팩트한 사이즈에 호응을 얻고 있다.
이밖에 나이키, 아이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도 덤벨, 푸시업바, 요가링, 마사지 볼 등 홈트 기구들을 판매해 인기몰이에 나섰다.
◇안티에이징 기본은 '근육'…마사지·뷰티 기구의 진화
저속노화의 개념에 따라 마사지·뷰티 기구들도 달라졌다.
이전처럼 단순히 뭉친 근육 풀기나 피부층의 윤기·영양만을 잡는 것에서 벗어나, 노화의 근원적인 원인이 되는 혈액순환 개선과 피부 탄력 개선 기능을 갖추기 시작했다.
마사지는 피부와 근육의 혈액순환을 촉진해 산소와 영양분 공급을 늘리고 노폐물 배출을 도와, 피부 탄력 증가, 주름 개선, 세포의 건강 유지 등의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규칙적인 마사지는 콜라겐과 엘라스틴 생성을 촉진해 피부를 더 탄력있게 만들고 주름을 줄여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하루 10분 정도의 간단한 마사지만으로도 동안 피부 유지에 도움이 된다.
마사지·뷰티 기구 업체들은 이를 노린 제품들로 저속노화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에코마케팅 자회사 데일리앤코의 클럭(Klug)의 인기 제품 '스트레칭 마사지기'는 출시 이후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누워만 있어도 전신을 풀어주는 마사지기'로 목부터 골반까지 7가지 스트레칭 마사지 프로그램을 제공해 운동량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최적화된 제품으로 주목받는다. 이동과 보관도 용이해 좁은 공간에 거주하는 젊은 세대에게도 인기다.
신제품 두피마사지기도 유튜브, SNS 등을 통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두피가 1cm 처지면 얼굴 피부는 3cm 처진다"는 광고문구와 함께, 노화의 전형적 증상인 턱살 처짐이 두피 노화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두피 마사지를 통해 얼굴라인을 교정하는 효과를 노린다. 기존 두피마사지기가 탈모 예방, 두피 건강 및 탄력 등에 주력한 것과 달라진 면모다.
헬스케어 가전기업 바디프랜드는 침상형 안마기기와 안마의자를 결합한 체어베드 '에덴'(EDEN)을 지난해 2월 출시했다. 에덴은 출시 이후 바디프랜드 헬스케어로봇 제품군 매출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매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에덴은 마사지베드와 마사지체어를 하나로 합친 모델로 팔, 다리를 포함한 전신 마사지가 가능하다. 로보틱스테크놀로지 중 하나인 '액티브암 테크놀로지'를 통해 팔과 상체 부위를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마사지할 수 있다.
바디프랜드는 올해 3월에는 팔다리 등 사지와 온몸을 비틀어 당기며 마사지의 본질을 구현하는 신규 헬스케어로봇 '에덴로보'를 출시하며 헬스케어로봇 기술의 최정점을 선보였다.
◇뷰티 디바이스들도 최첨단 기술로 진화
파동을 이용해 피부 탄력을 관리하는 뷰티 디바이스들도 차원이 달라지고 있다.
고주파 디바이스는 피부의 진피층까지 열을 발생시켜 피부 세포의 활동을 촉진하고 손상된 콜라겐을 복원하는 자연 치유 과정을 유도한다. 피부의 새로운 콜라겐 생성과 혈류 개선에 도움을 준다. 초음파 디바이스는 피부에 미세한 진동을 발생시켜 진피층까지 도달하며, 세포 간 결합을 느슨하게 해 각질 제거와 스킨케어 성분의 흡수를 돕는다.
이 두 디바이스를 합친 신제품들이 눈길을 끈다.
프리미엄 비건 뷰티 브랜드 달바는 지난해 9월 신제품 홈뷰티 디바이스 '시그니처 올쎄라 더블샷'을 출시하며 인기몰이에 나섰다.
이 제품은 듀얼 초음파와 중앙 고주파를 중첩 조사하는 독자적 기술을 통해 피부 탄력을 케어하고 영양성분 흡수를 촉진한다. 다른 뷰티 디바이스들과 다르게 국내 최초로 두 개의 헤드를 하나의 디바이스에 담아 사용시간은 두 배 줄이고 케어 효과는 두 배 늘리는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 제품은 출시 4개월 만에 매출 10억원을 돌파했다.
뷰티 이미용기기 전문 브랜드 펄케어(PEARLCARE)는 지난달 펄케어 라인의 최고급형 제품인 트리플웨이 듀얼 고주파 초음파 복합기를 일본에 수출하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마사지기나 뷰티 디바이스가 혈액순환 촉진, 피부 탄력 개선, 근육 자극 등의 효과는 낼 수 있지만 저속노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며 "규칙적인 근력 운동을 통해 실제 근육을 단련하고 근육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