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1분기 실적은 늘었지만 은행 건전성 '경고등'
기저효과로 인한 실적 착시…PPOP 1.8% 감소, 연체율·대손비용 상승세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은행들의 실적이 전년 대비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지만,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배순이익이 늘었지만 실질적인 수익 창출력은 오히려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고, 연체율과 대손비용 등 자산건전성 지표도 악화되며 은행권 전반에 경고등이 켜진 모습이다.
9일 SK증권에 따르면 국내 8개 주요 금융지주의 1분기 합산 지배순이익은 6조22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4% 증가했다. 겉으로는 호실적처럼 보이지만 이는 지난해 1분기 홍콩 H주 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대규모 손실에 따른 기저효과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영업외손익을 제외하고 실질적인 이익 창출력을 보여주는 충당금 적립 전 영업이익(PPOP)은 10조86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줄었고 영업이익도 8조2505억원으로 6.8% 감소했다.
우리금융과 iM금융은 전년 대비 각각 14.1%, 12.2%의 PPOP 감소율을 기록하며 이익체력 저하가 두드러졌다. 우리금융의 경우 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ERP) 투자와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전산비용 등 판관비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했고, iM금융은 전년도 일회성 성과급 환입에 따른 기저효과와 자산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영업이익 역시 충당금 부담이 커지면서 대부분 금융지주에서 전년보다 감소한 가운데, 우리금융은 24.6%, BNK금융은 33.9%로 하락폭이 컸다.
건전성 지표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대손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18.5% 증가했고, 주요 시중은행의 연체율과 부실채권비율(NPL)도 일제히 상승했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부산, 대구, 전북 지역의 연체율이 0.75~0.77%까지 오르며 지역경제 둔화에 따른 부실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여신 건전성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은 대위변제를 확대하고 있는 보증기관의 자본여력 한계다. 서울보증보험, HUG, 지역신보 등은 2024년 한 해 동안 대위변제 규모가 17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향후 은행권의 리스크 분담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금융지주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KB금융은 1분기에만 52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하며 총 주주환원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신한지주도 65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을 단행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주환원의 기반이 되는 이익의 절대 규모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환원율만 높이는 정책은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한다. 경기 둔화와 금리 하락 환경에서 매출 성장 여력은 제한적인 반면, 대손비용 리스크는 확대되는 양상이라는 점에서 실적의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내에서는 자산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이고 자본력이 우수한 일부 금융지주에 대해선 긍정적인 시각도 유지되고 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높은 보통주자본비율(CET1)과 비은행 부문의 수익성, 선제적 주주환원 전략 등을 기반으로 상대적인 매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KB금융은 보험과 증권 자회사 실적이 양호하게 유지되며 그룹 전체의 수익 구조가 안정된 상태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현재 시장에서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 전제는 이익의 절대적인 안정성이다. 대손비용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환경에서 건전성 악화가 이익체력에 지속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은행 업종에 대한 접근은 종합적인 리스크 평가와 함께 기업별 차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