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마켓인사이트]"월가의 자산운용사들, 무엇보다 금에 베팅"

BofA "30년만의 가장 비관적인 투자심리"…"美주식 버리고 금에 투자" "펀드 매니저들, 경기침체 가능성 대비해 현금 보유도 늘려"

2025-04-21     이진수 선임기자
사진=AP연합뉴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무역전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가 걱정되는 것은 기관투자가들도 마찬가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4월 펀드매니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자산운용사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정책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촉발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4~10일(현지시간) 164명의 세계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발표로 시장이 그야말로 요동치던 때였다.

이들이 관리하는 자산 규모는 3860억달러(약 549조6640억원)에 이른다.

설문조사 결과 이달 들어 글로벌 성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30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응답자 중 82%는 올해 경제가 더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클 하트넷 투자전략가가 이끄는 BofA의 전략가들은 최근 공개한 노트에서 "펀드 매니저들이 거시경제에 대해 극도로 비관적이지만 시장에 대해서는 아직 완전히 비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극도의 공포’가 현금 보유 비율에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며 "현재 4.8% 수준인 현금 비중은 보통 6%까지 올라야 진짜 ‘극단적인 공포’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기관투자가들의 평균 현금 보유 비율 4.8%는 두 달 전보다 1.25% 상승한 수치다.

일반적으로 현금 비중이 5% 이상일 경우 이는 극단적 비관 심리를 나타내는 역발상 지표로 간주된다. 글로벌 주식 매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관세정책은 계속 요동치고 있다. 이는 시장 변동성이 당분간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기관투자가들은 이런 환경 속에서 엄청난 규모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방어하고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경제성장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로 미 주식은 올해 들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설문 응답자의 42%는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이 경기침체에 진입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이전까지만 해도 시장의 승자로 평가받았던 기술주와 미 주식에서 자금을 빼면서 다른 투자처로 눈 돌리고 있다.

무엇보다 금이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42%가 금이 올해 최고 수익률을 기록할 자산이라고 답했다. 지난달 23%에서 껑충 뛴 것이다.

투자자들의 글로벌 주식, 미 주식,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는 올해 들어 달마다 하락했다. 현재 투자자들은 2023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비중으로 글로벌 주식에 투자 중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BofA의 전략가들은 "4월 저점이 단기적으로 지지선을 형성할 것"이라면서도 "시장이 큰 폭으로 반등하려면 관세 완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혹은 강한 경제지표 중 적어도 하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펀드 매니저들은 전통적인 주식을 내다팔고 금 비중을 늘리고 있다. 금은 오랫동안 경제불안 시기에 안전자산 및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으로 인식돼왔다.

게다가 투자자가 미 달러화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어 금으로 향하는 자금 이동이 가속화하고 있다.

향후 12개월 동안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는 61%에 이른다. 2006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은 어느 때보다 인기가 많아 투자자들이 이제 금 ‘매수’ 전략을 이른바 ‘M7’(magnificent seven·환상적인 7개 주식·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엔비디아, 구글, 테슬라) 전략보다 안전한 거래라고 인식하고 있다.

지난주 세계 최대 금 현물 투자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골드셰어스’는 설립 이후 처음으로 하루 기준 순자산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 모두 금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는 신호다.

금값은 올해 여러 차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에는 온스당 3300달러를 돌파했다.

온스당 금값(달러) 추이 / 자료: 트레이딩이코노믹스

투자자들은 금 매수 외에 포트폴리오 보호 전략을 몇 가지 더 취하고 있다.

우선 위험 선호도를 크게 줄이면서 경기침체에 강한 자산도 찾고 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추세대로 기관투자가들은 ‘빅테크’에 대한 투자를 계속 줄이고 있다.

현재 펀드 매니저들은 기술 부문에 대해 17% 비중 축소한 상태다. 이는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기술주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 현금 보유다. 4% 이상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현금은 주가가 하락하는 시장에서 안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현금 말고도 채권, 유틸리티, 헬스케어, 필수소비재에 대한 비중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