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웅 칼럼]막오른 장미대선, 국민의힘 2030세대에만 집착 넘어서야
6월 3일로 확정된 대통령 선거일을 맞아 여야 모두 분주한 모습이다. 이른바 '장미대선'으로 불리는 이번 대선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절대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김두관 김동연 등이 경쟁자로 등장할 전망이고, 국민의힘에서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후보들이 난립할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최종 마무리가 되자 바로 대선국면에 들어가는 형국인데 최근 이뤄진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권교체 여론이 과반을 넘기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
국민의힘의 움직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2030세대에 대한 구애(求愛)이다.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2030세대, 특히 그 중에서도 남성들 상당수가 보수화되고 있음이 여러 차례 여론조사에서 드러나자 여권 주자들은 탄핵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이들 표심에 적극적으로 의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가령 탄핵국면이었던 지난 3월 초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공정에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의 39.2%는 민주당을, 43.3%는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30대의 40.3%는 민주당을, 41.6%는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핵이 인용될 것이라는 여론은 20대 이하(57.6%)와 30대(56.9%)에서도 모두 과반을 넘겼지만 국민의힘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나마 지지세가 유지되고 있는 2030세대에 러브콜을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는 하다.
물론 탄핵 인용 이후 나온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은 점차 2030세대에서 조차 소구력(訴求力)이 약해지고 있다. 8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뉴스1 의뢰로 지난 6, 7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50대 이하 전 연령층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넘어선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탄핵인용 이후 내놓은 메시지에서 "전국 각지에서 자유와 주권수호의 일념으로 싸우는 모습을 봤다. 거리와 교정에서 청년 학생들의 외침도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윤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지지세력으로 청년층을 지목하는 내용이다. 서부지법 난동사태도 의식했을 것이다.
과거에는 주로 진보진영에서 2030에게 호소하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는데 탄핵 이후 보수 진영에서 부쩍 청년층을 의식하는 발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선출마를 위해 장관직을 사퇴하면서 기자들을 만나 "올해 경제성장율을 0%로 전망한다.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다"고 말하면서 '울컥'하는 모습이 영상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에서 대권에 도전하는 후보들은 너나할 것 없이 2030세대의 지지를 흡수하려는 모습을 일관되게 연출하고 있다.
이쯤 되면 탄핵국면에서도 여야합의가 이뤄진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대권 주자들의 반응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2030 입장 대변한다면서 국민연금 개정안 반대하는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읽히는 세대갈등 전략
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극렬한 대립을 이어오던 여야가 지난 3월 20일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합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사실이 아주 이례적이었다. 하지만 투표과정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거 반대·기권표가 나온 점 또한 인상적이었다.
자칫 국민연금 논란이 세대간 갈등으로 크게 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연금 개정안은 보험료율(내는 돈)을 현행 9%에서 내년부터 해마다 0.5%포인트씩 8년간 인상해 13%까지 올리고,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내년부터 현행 40%에서 43%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같은 내용의 개정안에 대한 투표결과는 재석 277명 중 찬성 193명, 반대 40명, 기권 44명이었다. 반대표와 기권표는 여야 모두에서 나왔다.
반대한 의원 40명 가운데, 국민의힘을 보면 강승규 김도읍 김선교 김성원 김소희 김용태 김재섭 김희정 박대출 박성훈 박수영 박정하 박정훈 박충권 배현진 성일종 안상훈 우재준 유영하 윤상현 이성권 정성국 정희용 조지연 진종오 추경호 의원 등 26명에 달했다.
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모두 공교롭게도 3명씩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이소영 장철민 전용기), 조국혁신당(김재원 김준형 백선희), 개혁신당( 이주영 이준석 천하람), 진보당(윤종오 전종덕 정혜경) 등이고 이밖에 기본소득당 1명(용혜인), 사회민주당 1명(한창민) 등으로 여야 젊은 의원 중심으로 폭넓게 분포돼 있지만 무엇보다 국민의힘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반대표가 나왔음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 우재준 의원은 개인 SNS에 "이번 연금개혁안은 청년세대만 양보하고, 기성세대는 이 엄중한 상황에서조차 이득을 얻어가는 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국민연금과 관련해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정치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미래의 세금과 재정 부담을 떠넘겨 현재의 표를 얻는 복지정책을 실행한다면 폰지사기와 다를 바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폰지사기는 다단계 금융사기를 의미한다.
이 의원은 지난 3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국민연금 내역 고지를 올렸는데 한 때 이 내역이 큰 화제를 모았다.
이 고지서의 당사자는 8년3개월(99개월)간 657만2700만원을 납부하고 2001년부터 2024년 1월까지 약 23년간 약 1억18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이원에 따르면 해당 기간 동안 물가는 대략 4배 올랐지만, 연금 수령액은 납부액의 20배에 달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준석 의원의 폭로(?)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1988년부터 시행된 국민연금은 시행 당시 가입확대를 위해 5년 이상만 가입해도 급여 자격을 주었는데 여기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었다. 1988년에 국민연금을 시작하면서 최소가입기간을 15년으로 설정(1998년에 10년으로 단축)했기 때문에 그 당시 노인들은 연금을 받을 수 없었고 또 시행 시점에서 50대는 가입기간 10년을 채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1995년 농어촌 지역까지 가입대상을 확대하면서 '특례' 대상을 확대했고, 1999년 1차 연금개혁으로 전국민으로 대상을 확대하면서도 '특례 노령연금' 대상을 뒀다. 특례 노령연금 대상은 1999년 4월 1일을 기준으로 50세 이상인, 1949년 이전 출생자가 해당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이번 모수 조정은 (연금) 고갈 시점을 몇 년 늦출 뿐 지속가능성을 높이지도 불신을 해소하지도 못한다"며 반대표를 던졌는데 이준석 의원의 폰지 사기 운운의 주장에 대해서는 즉각 반박했다.
이소영 의원은 SNS에서 "제도 초기의 특별하고 이례적인 케이스에 해당하는 분들을 가지고 국민연금의 공정성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국민연금 개정안이 근본적인 치유책이 되지 못함을 인정하면서도 이준석 의원처럼 국민연금 전체를 폰지사기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박을 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들은 앞다퉈 국민연금 개정안에 대해 한덕수 권한대행에게 아예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요구한바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3월 20일 페이스북에서 "청년들이 기성세대보다 더 손해보면 안 된다"고 반대했고, 23일엔 "거부권, 이럴 때 쓰는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었다. 안철수 의원 역시 "연금개악법 거부권 행사후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재개정해야 한다"고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그동안 대립각을 세워왔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 등을 향해 연대를 제안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심지어 개정안을 찬성했던 홍준표 대구시장까지 2030세대 반발을 의식해 지지의사를 철회할 수 밖에 없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청년들이 반대한다고 덩달아 반대하면서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들이 뭘 알고 그런 말을 하는지 안타깝다"며 한동훈 등을 비판했었다.
하지만 이후 홍 시장이 개설한 소통채널 '청년의 꿈' 등엔 입장 변경을 요구하는 2030 세대의 반발 여론이 커지자 홍 시장은 관련 글을 SNS에서 삭제하고 더 이상 한동훈 등을 이 문제로 비난하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 시장 역시 최근 출간된 저서 '다시 성장이다: 오세훈의 5대 동행, 미래가 되다'에서 연금제도와 관련해 "청년 세대에게 점점 더 큰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기금 고갈 시점이 임박했음에도 정치권은 근본적인 개혁을 미루고 있는데 이제는 정치적 책임을 다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보수진영의 상당수 대선 후보들이 대선 후보가 되었을 경우 국민연금 문제를 선거전략으로 삼을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진영갈등에 젠더갈등이 더해지고 세대갈등까지 겹쳐지는 선거문화에 대한 우려도
정치권은 장차 치러질 장미대선에서 갈등이란 갈등은 모두 끌어모아 싸울 태세이다.
이준석 의원은 일찌감치 지난 대선에서 남녀 갈라치기 전략을 구사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큰 역할을 해냈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상처는 남았다. 이 의원은 또한 젊은 세대와 6070세대의 연합으로 4050세대를 압도하자는 세대포위론을 제시하기도 했었다.
앞으로 장미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보다 훨씬 파괴력이 큰 '내란 청산' 전략을 구사할 것이 분명한데, 국민의힘은 2030세대의 지원을 받는 세대 갈등구조에만 의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앞에 사례로 든 국민연금 문제는 하나의 단초에 불과하고 여러 정책에서 통합보다는 갈등을 부추키는 선거전략이 여야 모두에게서 대세를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미 고질적으로 깊어지고 있는 이념에 따른 진영 및 지역 갈등에 젠더갈등은 물론 세대갈등이 더해질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탄핵 인용 이후 '내란종식'이라는 간단하고도 편한 슬로건에 집중할 것이다. 최악의 조건에서 싸울 수밖에 없는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이 당장은 2030세대에 표를 호소하는 전략을 취할 것은 분명하지만, 오래전부터 등을 돌린 것으로 보여지고 있는 4050세대를 향한 정책개발에 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야 함은 물론이다.
여당도 야당도 장미대선을 앞두고 승부 이전에 갈등보다는 치유 그리고 미래 성장 동력 개발에 좀 더 집중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비단 기자만의 희망은 아닐 것이다.
이용웅 주필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