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톺아보기]빌려팔았는데 현금이 들어온다?…갚을 능력 유지 '관건'

1년5개월만에 공매도 전면 재개 당국, 불법 공매도에 칼 빼들어 공매도 원리와 장단점 개미들이 '공매도 헤지펀드' 반격한 미국 '게임스탑' 사태

2025-04-01     김현정 기자
AI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챗GPT

지난 1년 5개월간 금지됐던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 31일 국내 증시는 3% 하락했다. 

금융당국은 '불법 무차입 공매도 근절'을 선언하며 2023년 11월 6일 코스피‧코스닥 전체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뒤 제도 개선에 나선 바 있다. 

당국은 그 사이 무차입 공매도 방지를 위한 중앙점검시스템(NSDC)을 구축하고 투자자별 상환기간 및 담보 비율을 조정하는 등 제도를 손질했다.

아울러 공매도 재개 이후 일부 종목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지적하며 5월 31일까지는 단계적‧한시적으로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도를 확대 운영키로 했다.

◇당국, 공매도에 왜 칼 빼들었나

공매도(Short Selling)란 투자자가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증권사 등으로부터 빌려 판 뒤, 주가가 내리면 저가에 다시 매수해 주식을 상환하면서 시세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통상 공매도가 재개되면 실적 대비 거품이 낀 주가가 제자리를 찾고, 거래량이 늘면서 시장 유동성이 커지는 순기능이 있다. 기관들은 헤지(위험 회피) 수단을 얻게 된다.

다만 특정 종목들에 공매도 물량이 과도하게 쏠리는 경우 주가가 급락해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

당국이 예의주시하는 것은 '불법 공매도'로 여겨지는 무차입 공매도다.

한국 금융당국이 NSDC를 구축한 이유도 불법 공매도를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공매도는 원래 주식을 빌린 후 매도해야 하지만, 일부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먼저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를 시도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이는 결제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주식 거래는 일반적으로 매도 주문을 넣으면 즉시 체결되는 반면에, 실제 주식의 소유권 이전(결제)은 2거래일 후 이뤄진다. 이 시차를 이용하면 주식을 빌리지 않고 미리 매도한 뒤 결제일까지 주식을 구하는 방식으로 불법 공매도를 시도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해외 증시에서는 공매도 주문을 넣고 나중에 주식을 빌리는 방식이 허용되는 경우가 있다. 일부 외국계 기관투자자들은 이를 악용해 한국 시장에 대해서도 무차입 공매도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 경우 당국이 적발하기 어려우므로 불법 공매도가 은밀히 이뤄지는 경향이 발생했다.

기관투자자들 간의 복잡한 주식 대차거래도 불법 공매도를 유발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대량의 주식을 서로 빌려주고 갚는 복잡한 대차 거래를 하는데, 이때 주식을 빌렸다고 보고한 후 실제로는 빌리지 않고 매도하는 방식으로 불법 공매도가 이뤄질 수 있다. 
불법 공매도는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특정 종목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등 불공정 거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국에서는 이같은 무차입 공매도를 명백히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적발하려면 거래소와 당국이 사후적으로 조사해야 했다.

증거도 찾기 어려워 외국계 증권사나 해외 투자자가 불법 공매도를 시도하는 경우, 추적이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당국은 불법 공매도 움직임을 정밀하게 실시간 감시하는 NSDC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

NSDC는 공매도 주문이 들어올 때 실제 주문을 빌렸는지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만일 차입 없이 매도 주문을 하면 즉시 불법 공매도로 감지한다.

당국은 이 시스템을 활용해 불법 공매도를 조기에 차단하고, 적발 시 강력 처벌할 수 있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당국은 불법 공매도에 대해 형사처벌과 제재를 강화했다. 불법공매도 최대 부당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징역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벌금형은 현행 부당이득액의 3~5배에서 4~6배로 상향했다.

◇빌려서 파는데 현금이 들어오나요?

일반적으로 공매도를 하려면 먼저 증권사 등에서 주식을 빌리는데, 이를 시장에서 매도하면 일반적인 매도와 동일하게 매도금(현금)이 매도자의 계좌로 들어온다.

예상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더 낮은 가격에 해당 주식을 재매입해 원래 빌렸던 기관에 돌려주고,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공매도를 통해 받은 현금에 대해 일정 비율의 증거금(보증금)을 유지해야 하며, 주가가 상승하면 추가 증거금을 내야할 수도 있다. 즉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의 위험이 있다.

따라서 공매도자는 다시 주식을 사서 갚을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마진콜 사태로 큰 손실을 본 대표적 사례가 2021년 미국의 게임스탑 사태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악용하는 헤지펀드 세력에 반격한 역사적 사례로 남아있다.

당시 미국 비디오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탑은 디지털 게임 시장 확대와 부진한 실적으로 쇠퇴하는 기업으로 평가받았고, 여러 헤지펀드가 주가 하락에 베팅해 대규모 공매도를 실행했다.

공매도 비율이 100%를 넘어서며 빌린 주식보다 더 많은 주식이 공매도됐다.

그런데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게임스탑 주식을 대거 매수하며 주가를 폭등시켰다.

2021년 1월 초 게임스탑 주가는 약 20달러였으나 최고 483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에 공매도를 했던 헤지펀드들은 예상 밖으로 주가가 오르자 손실 회피를 위해 매도했던 주식을 다시 사야하는 상황(숏 스퀴즈)이 발생했다.

주가가 오르면 추가 증거금(마진콜)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헤지펀드들은 주가 상승으로 인한 마진콜을 충족하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했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곳은 포지션을 청산하며 손실을 확정했다.

헤지펀드 멜빈 캐피털은 이 사태로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보고 결국 2022년 폐업했다.

◇일반 공매도도 문제인 이유

불법 공매도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공매도 자체가 문제시되는 것은 개인투자자와 기관‧외국인투자자의 불균형 때문이다.

한국 증시에서 기관과 외국인은 공매도를 활발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반면에, 개인투자자는 공매도를 하기 어렵다. 이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개인투자자가 차입할 수 있는 수량과 종류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개인투자자는 주가 하락 시 헤지(위험 회피) 수단이 부족해 상대적으로 기관이나 외국인보다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특히 특정 종목에 대한 공매도 비중이 높아지면 매도 압력이 커져서 실제 주가 하락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때 주가 급락에 놀란 투자자들이 손실을 우려해 대거 추가 매도에 나설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공매도가 과도하게 이뤄지면 주가가 실제 기업 가치보다 낮아질 수 있고, 기업의 자금조달과 경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신성장 산업이나 기술주의 경우, 공매도 공격으로 인해 기업의 성장성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

이에 당국은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주식 상환 기관도 이전에는 기관투자자보다 짧았으나, 이번 개선으로 모든 투자자에 대해 동일하게 90일로 통일했다.

공매도 시 요구되는 담보 비율도 모든 투자자에게 105%로 동일 적용한다.

그러나 개인투자자에 적용되는 증거금이 100%를 훌쩍 넘는 수준으로 기관‧외국인에 비해 매우 높고, 개인투자자가 차입할 수 있는 공매도 물량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부분을 감안한 제도 개선은 아직 미흡한 상태다.

그럼 공매도를 피하려면 어떤 종목에 유의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대차잔고가 공매도 선행지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대차잔고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을 말한다.

31일 공매도 전면 재개 첫 날에도 대차잔고 비중이 높은 2차전지와 바이오 업종 종목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