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유력 후보들 줄줄이 번복 "제4인뱅 어디로?"

더존뱅크‧유뱅크 컨소시엄, 예비인가 신청 철회‧연기 소호은행 단독 후보? 제4인뱅 무산될까 "중‧저신용자 포용, 기업금융 강화" 기존 인뱅들 '변신'

2025-03-19     김현정 기자
사진=인터넷전문은행 3사(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소상공인 특화 은행'을 콘셉트로 설립 추진되던 제4인터넷전문은행(이하 '제4인뱅') 추진이 예상과 달리 암초를 만났다.

당초 유력 후보로 손꼽히던 더존뱅크 컨소시엄이 참여를 철회키로 하고 또 다른 유력 후보인 유뱅크 컨소시엄은 하반기로 계획을 미루기로 하면서 제4인뱅을 둘러싼 후보간 경쟁에 김이 빠지는 모양새다.

19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오는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제4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는 가운데 그동안 참여 의사를 밝혔던 더존비즈온과 유뱅크 컨소시엄이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더존뱅크 컨소시엄을 주도해 온 유력 후보 더존비즈온은 아예 제4인뱅 설립 추진을 전면 백지화했다. 기존 은행업과의 경쟁을 고려해 다각도로 컨설팅을 받은 결과, 단기적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는 신규 사업 추진보다는 기존 비즈니스 솔루션의 강점을 극대화하면서 새로운 금융 플랫폼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사업전략을 선회한다는 방침이다.

유뱅크 컨소시엄은 예비인가 신청 시점을 미루기로 했다. 경기 불확실성 등이 해소되는 하반기에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식적으로 제4인뱅 설립에 도전장을 낸 컨소시엄은 더존뱅크, 유뱅크를 포함해 한국소호은행, 소소뱅크, 에이엠지뱅크(AMZ뱅크), 포드뱅크까지 총 6곳이다.

시장에서는 이중 자본력이 탄탄한 대형은행이 참여하거나 참여를 검토 중인 더존뱅크, 유뱅크, 소호뱅크의 3파전을 예상했다.

더존뱅크 컨소시엄에는 더존비즈온과 지속 협력관계를 맺어 온 신한은행과 DB손해보험의 참여가 유력하게 점쳐졌다.

유뱅크 컨소시엄에도 네이버클라우드, 렌딧, 삼쩜삼, 트래블월렛 등 AI‧ICT 기업과 대교, 현대백화점, MDM플러스 등 라이프스타일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현대해상이 참여를 확정하고 IBK기업은행이 참여를 검토해왔다.

그러나 이 두 컨소시엄이 갑자기 예비인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이끄는 소호은행 컨소시엄이 단독 후보로 떠오를지 관심이 집중된다.

현재까지 소호은행 컨소시엄에는 KCD를 포함해 우리은행, 우리카드, 아이티센, 유진투자증권, NH농협은행, 메가존클라우드 등 주요 금융‧IT 기업들이 참여를 확정한 상태다.

또한 이번 주 OK저축은행이 소호은행 컨소시엄에 새로 합류한 데 이어, 하나은행과 BNK부산은행도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 중이다.

◇기대못미친 기존 인뱅에 제4인뱅 기대감 일었는데

이 가운데 금융권 일각에서는 제4인뱅 선정 작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마저 제기한다. 제4인뱅 추진은 은행의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시작된 만큼, 금융당국은 심사 기준을 충족하는 곳이 없거나 혁신성을 갖추지 못했다면 인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초 제4인뱅 설립 필요성이 제기됐던 배경인 은행권 경쟁 촉진과 중‧저신용자 포용 문제도 당국을 의식한 기존 인뱅들이 솔루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인뱅들의 중‧저신용대출 확대는 초기에는 기대에 못 미치다가, 2021년 금융당국 개입 이후에야 30% 비중을 넘어섰다.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비중은 지난달 말 기준 50% 수준을 기록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당초 설립 취지에 맞게 중‧저신용자 포용을 우선순위에 두려고 한다"며 "리스크 측면에서 고민스러운 부분이 많지만 포용 측면에서 중‧저신용자 기준을 상당히 높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판 의식한 기존 인뱅들, 기업금융 강화한다

금융당국이 제4인뱅을 '소상공인 특화 은행'으로 키워 기업금융 부문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려고 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기존 인뱅이 대응에 나섰다.

제4인뱅 설립 취지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개인 부문을 넘어, 소상공인 대상 비대면 영업에서 차별화를 꾀하려는 것이다. 기존 인뱅들은 이 부분에서 빠르게 관련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케이뱅크는 18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대면 부동산담보 대환대출 상품을 출시하면서 1000조원 규모의 기존 시중 은행권의 SOHO(개인사업자)‧SME(중‧소상공인) 대면 대출 시장을 공략할 의지를 밝혔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8월 선순위 상품 출시 후 같은해 9월 후순위 상품으로 확대하고, 이번에 후순위 대환 상품을 출시하며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한편 2022년 11월 1일 선보인 카카오뱅크의 비대면 개인사업자 대출의 잔액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약 1조4070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증가했다.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21%로 전분기 대비 0.26%포인트 상승했다.

2022년 2월 14일에 출시한 토스뱅크의 비대면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1조55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1% 감소했다.

인뱅 3사를 통틀어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4조2684억원으로 전년 대비 1.3배 증가했다.

한편 기존 인뱅들의 전체 대출 신규 연체액이 빠르게 늘고 있어 우려를 안긴다.

인뱅 3사의 신규 연체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1866억55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배 늘어났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