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투자자들 "머스크, CEO 복귀 해야"

테슬라 주가, 최근 몇 달 동안 폭락해 지난해 12월 중순 고점 대비 55% ↓ 투자자들, 머스크가 테슬라에 할애하는 시간 부족하다는 점 우려 그러나 머스크 "정부효율부서 옳은 일 1년 더 할 것"

2025-03-11     이진수 선임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신설 정부효율부(DOGE) 일에 매달리느라 회사에 충분한 시간을 쏟아붓지 않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서 10일(현지시간)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주가가 하루 15% 넘게 폭락하면서 약 4년6개월만에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장보다 15.43% 내린 222.15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220.66달러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이날 낙폭은 2020년 9월 8일 21.06% 하락 이후 최대치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7146억달러(약 254조8000억원)로 전장 약 8449억달러 대비 1303억달러 정도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11월 5일 251.44달러였던 테슬라 주가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 이후 선거운동에 앞장선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지난해 12월 17일 사상 최고치인 479.86달러까지 올랐다.

이후 내리막 길을 탄 테슬라 주가는 지난 7일 262.67달러로 마감한 데 이어 이날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의 상승분까지 모두 반납했다.

이날 종가는 지난해 10월 중순 주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날 폭락은 미 증시 전반을 강타한 관세전쟁 격화와 경기침체 우려 말고도 테슬라를 둘러싼 세계 소비자들의 반감이 어느 때보다 커진 탓이었을 것으로 풀이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월스트리트의 UBS그룹과 투자은행 로버트W베어드앤드컴퍼니는 테슬라의 1분기 판매 실적 예상치를 하향 조정했다.

머스크의 자산 가치도 1480억달러나 날아갔다.

테슬라 주가는 미 대선 이후 수주 동안 98%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머스크의 순자산도 지난해 12월 17일 4860억달러까지 솟구쳤다.

그러나 유럽 시장의 판매 감소와 중국 시장의 위축 등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증가분을 모두 반납했다.

테슬라 주가 추이(달러) / 자료: 트레이딩이코노믹스

테슬라 주가가 급락하자 실망한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CEO 복귀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머스크는 테슬라 대신 워싱턴에서 정부의 비용절감 개혁을 감독하는 데 집중해왔다.

그가 정부기관을 폐지하고 공무원 수천명을 해고하는 동안 테슬라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머스크가 워싱턴에 머문 지난 7주 동안 테슬라 주가는 한 주도 빠지지 않고 하락했다.

테슬라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머스크가 CEO로서 회사에 충분한 시간을 쏟아붓지 않고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다. 과거 그는 테슬라가 어려웠던 시기에 공장 바닥에서 잠을 잤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 그의 관심은 이전과 달리 테슬라에 집중돼 있지 않다.

테슬라를 짓누르는 근본적 문제는 유럽과 중국 등지에서 급감한 차량 판매량이다. 투자자들로서는 기대할만한 소식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투자 리서치 기업 CFRA리서치의 개릿 넬슨 부사장은 경제 전문 인터넷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주주들이 머스크가 너무 많은 일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 대해 정당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이제 그가 무엇보다 트럼프 2기의 신설 ‘정부효율부’(DOGE)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거버가와사키의 창업자이자 테슬라 장기 투자자인 로스 거버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테슬라 브랜드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머스크가 일상 운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를 정치색 없는 CEO가 맡아 브랜드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오랜 테슬라 강세론자인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머스크가 CEO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머스크는 앞으로 최소 5~7년 이상 테슬라를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테슬라가 지난 5년 중 가장 혁신적인 시기를 맞고 있으며 향후 주가의 핵심은 전기차 판매가 아닌 자율주행 및 로봇 기술 개발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머스크의 생각은 어떨까. 머스크는 10일 폭스비즈니스의 래리 커들로가 진행하는 방송 인터뷰에 출연했다.

진행자가 "DOGE 일에 매달리느라 다른 일들을 포기하고 있지 않으냐"며 "다른 사업들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가"라고 묻자 "대단한 어려움이 있다"고 답한 뒤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에 진행자가 "다시 돌아갈 순 없다고 말하는데…"라고 지적하자 머스크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미국이 낭비와 사기로 파산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그것이 내가 여기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1년 더 DOGE 일을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머스크는 이날 테슬라 주가 하락이 그리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도 보였다.

그는 역대 테슬라 주가가 15.4% 이상 급락한 날이 8차례, 15.4% 이상 급등한 날은 15차례 있었다는 X(옛 트위터) 게시물을 공유하면서 "장기적으로는 괜찮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