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

2025-03-07     양성모 기자
SOOP 사옥 전경. 사진=SOOP

오랜만에 증권사에서 눈에 띄는 '매도' 리포트가 나왔다. 전날 미래에셋증권은 미디어 플랫폼 '숲'(SOOP, 구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하며, 목표주가를 8만2000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목표가(14만원) 대비 41% 이상 낮아진 수치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및 글로벌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은 숏폼 콘텐츠의 등장 이후 총체류시간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국내 점유율 1위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과도하게 반영된 글로벌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과 매출 과대 계상 의혹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회계 감리도 진행 중"이라며 "대외적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기존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기 어려워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도 리포트 발표 이후 숲의 주가는 9% 이상 하락하며 8만원대로 내려왔고, 7일에도 약보합세로 장을 마감했다. 주가가 하락하면 회사 측에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를 감수하고 리포트를 낸 애널리스트의 결단이 돋보인다.

국내 증권사들이 발간하는 리포트에서 '매도' 의견 비중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32개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비중은 0.1%에 불과했다. 중립 의견이 7.1%, 매수 의견이 92.8%를 차지했으며, 매도 의견을 낸 곳은 아이엠증권과 하나증권뿐이었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중립' 의견을 사실상의 매도 의견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매도 리포트가 드물게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증권사 리서치 본부가 본래의 역할보다 영업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애널리스트가 법인영업본부와 협업하며 기관투자자 대상 영업에 활용된다. '좋은 투자 상품'을 추천하는 것만으로도 바쁜 상황에서 '나쁜 상품을 피하라'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니 매도 리포트가 거의 나오지 않는 것이다.

또한 애널리스트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도 문제다. 하나증권은 2023년 총 세 차례에 걸쳐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 의견을 냈다. 당시 주가는 10만 원대에서 150만 원을 돌파하는 등 폭등세를 보였고, 증권사는 과열 경계를 위한 경고를 보냈다. 하지만 이차전지 투자 열풍에 휩쓸린 일부 투자자들은 해당 리포트에 반발하며 증권사에 집단 항의를 쏟아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회사 측은 쏟아지는 항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이후 증권사들은 보고서에 애널리스트의 내선번호를 기재하지 않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매도 리포트는 그만큼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희귀한 자료인 만큼, 투자자들은 이를 깊이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에코프로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과열된 주가는 결국 하락세로 전환되기 마련이다. 에코프로 역시 액면분할 이후 현재 주가는 6만 원 아래로 내려왔다.

이번 SOOP에 대한 매도 의견 역시 타당한 분석으로 보인다. 국세청이 BJ들의 탈세 혐의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점이 그 근거다. SOOP의 경우 별풍선을 이용한 수수료 수익이 핵심 사업 모델이며,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78.4%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간 BJ들이 별풍선을 일종의 탈세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해외 불법 자금이 별풍선으로 환전돼 BJ에게 전달된 후, BJ가 일정 수수료를 챙기고 나머지를 돌려받는 방식의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경쟁 플랫폼 '치지직'이 2023년 11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기준으로 SOOP을 추월한 점도 위기감을 키우는 요소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이 있다. 보기싫은 리포트라도 제대로 읽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투자 판단의 책임은 결국 남이 아닌, 오롯이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비싼 주식을 비싸다고 말하는 애널리스트는 죄가 없다. 

양성모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