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기준금리 인하' 요지부동 대출금리 내릴까

한은, 기준금리 0.25%p 인하 은행권 지난해말까지 가산금리 '↑'우대금리 '↓' 금리 인하폭만큼만 내려도 연 9조 가계이자 경감

2025-02-26     김현정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기준금리가 2%대로 내려오면서 대출금리도 동반 하락할지 관심이 쏠린다. 기준금리 인하폭을 대출금리에 반영하라는 당국에 요구에도 시중 은행들은 요지부동이라 우려를 안긴다.

2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하폭만큼만 내려도 가계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연간 9조원 넘게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25일 기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이후 약 넉 달 동안 기준금리는 연 3.50%에서 연 2.75%로 0.75%포인트 떨어졌다.

기준금리가 내리면 통상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들면서 대출금리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가계대출 금리는 인하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지난해 12월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4.72%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4.79%)보다 0.07%포인트 내리긴 했지만, 9월(4.23%), 10월(4.55%)보다는 0.49%포인트, 0.17%포인트씩 높다.

은행권은 지난해 하반기에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주문을 명목으로 가산금리를 확대하고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등 인위적으로 금리를 끌어올렸다.

대출금리는 대출 기준금리(지표금리)에 원가 마진을 포함한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서 최종 산출된다.

실제로 은행연합회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12월 가산금리 단순평균은 3.178%로, 9월(3.088%)보다 0.09%포인트 확대됐다.

같은 기간 우대금리 평균은 2.056%에서 1.154%로 0.542%포인트나 줄었다.

한편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하폭만큼 하락하면 가구당 연 이자 부담이 9조원 넘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한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리고 대출금리도 그만큼 하락한다고 가정하면, 가계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9조1000억원 줄어든다.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약 46만3000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한은이 지난해 3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에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67.9%)을 적용해 산출한 것이다.

금리 인상기 타격이 컸던 취약차주는 이자 부담이 약 5000억원(1인당 35만9000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취약차주는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차주를 의미한다.

가계뿐 아니라 높은 금리로 어려움을 겪던 소상공인, 자영업자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한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75%포인트 내리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5조1000억원(1인당 164만원)가량 줄어든다.

자영업자 다중채무자는 이자 부담이 3조6000억원(1인당 205만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당국은 연일 시중 은행들을 압박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4일 은행권을 향해 "이제는 (기준금리 인하를 대출금리에) 반영할 때"라며 "대출금리도 가격이기 때문에 시장원리는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작년에는 가계부채 관리 부분도 있었지만 올해 들어 시간도 지났고 이제는 반영할 때가 됐다"고 전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5일 한은 기준금리 인하 직후,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작년 10월 이후 세 차례 인하된 기준금리가 가계‧기업 대출금리에 파급된 효괄를 면밀히 분석하겠다"며 "은행권 가산금리 추이 등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