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협상 난항…한은 '기준금리 인하' 지원 나설까
기준금리 인하 기대 나오지만 가계부채·美 금리인상이 걸림돌
추가경정예산안이 여야 간 협상 난항으로 국회 통과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로 인해 하반기 경기에 충격이 발생하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급증한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추가 인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귀추가 모아진다.
24일 정치권과 정부, 한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달 26일 국회에 제출한 추경은 여야 간 협상 난항으로 인해 국회 통과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조선·해운업 부실화 책임 규명을 위한 청문회의 증인 채택 문제 등으로 여야가 의견접근을 이루지 못하고 있어서다.
추경이 무산되면 올 하반기 경기에는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유가 하락, 글로벌 수요 부진 등의 대외악재로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내수도 상반기까지는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책효과가 꺼져가는 소비를 지탱해줬지만 하반기엔 이런 효과가 사라진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추경이 무산되면 올 경제성장률이 2%대 초중반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경제전망에서 올 경제성장률을 2.7%로 전망했는데 금리 인하와 정부 재정보강이 성장률을 0.2%포인트 정도 끌어올리는 것으로 추정했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추경이 조기에 편성돼서 효과적으로 집행되리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전망했기 때문에 앞으로 추경 집행 시기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경이 무산되거나 집행이 늦어지면 그만큼 경기 부양 효과가 사라진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하반기 경기의 추가 급락을 막고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려가기 위해 기댈 곳은 한국은행뿐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추경의 빈자리를 메워줘야 한다는 것.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수정하는 10월께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1분기 말 1223조7000억원에 달한 뒤에도 급증세를 멈추지 않는 상황이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에 한은은 오는 25일 발표될 가계부채 대책의 효과를 지켜본 뒤 대응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걸림돌이다.
스탠리 피셔 미국 연준 부의장을 비롯한 연준 관계자들이 연일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오는 26일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연설 내용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내외금리차 축소로 인한 자본유출이 우려돼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금융시장에선 한은이 일단 추경의 처리결과와 미국의 9월 금리 인상 여부 등을 확인한 뒤 추가 인하 여부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한은은 최근 기준금리 인하시 가계부채가 얼마나 늘어나는 지를 파악하기 위한 계량모형을 구축했다.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불거진 데 따른 조치로, 현재까지는 내부적으로만 점검하고 외부엔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은 파급 경로가 많고 복잡한데다 국내외 경제여건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불확실성 수치"라며 "이 때문에 대략적인 가계부채 증가 규모를 추정하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이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