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늘어난 주주환원 기업들… 자사주 소각 올해만 3조원 돌파
지주사 대기업에서 에스앰 등 중소형 기업들도 소각행렬 동참
정부의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이후, 상장기업의 자사주 소각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기업들이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과 금융지주가 자사주 소각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면 최근에는 중소기업들도 주주환원 행렬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이같은 흐름에 소각이 이뤄졌거나 소각 예정 규모만 3조원을 돌파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자사주를 소각했거나 소각을 알린 기업은 총 32개사며 규모는 3조462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19개사, 2조9751억원 대비 13개사, 4870억원(16.36%)이 늘어난 수치다.
기업별로 삼성물산이 지난해 7677억원을 소각한 데 이어 올해도 9322억원을 소각해 금액기준 가장컸고, KB금융(5200억원), 신한지주(5000억원), 하나금융지주(4000억원), 우리금융지주(1500억원), BNK금융지주(400억원), DGB금융지주(600억원) 등 금융지주사들의 자사주 소각도 줄을 잇는 모습이다. 특히 KB금융의 경우 올해 자사주 소각 규모는 하반기 5000억원이 더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총 1조원의 소각이 진행될 것으로 증권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외에도 중견기업들의 자사주 소각이 는에 띈다. 에스엠은 전날 403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공시했고, 탑엔지니어링은 이날 4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날에는 씨피시스템(37억원), 시큐브(25억원), 우주일렉트로(44억원), 레뷰코퍼레이션(20억원), 메가스터디교육(400억원), OCI홀딩스(200억원), 한국자산신탁(126억원) 등도 자사주 소각을 알렸다.
이처럼 자사주 소각기업이 늘어난 이유는 지난해 발표된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주주환원 촉진세제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기획재정부는 상장기업 중 배당 및 자사주소각을 통한 주주환원 금액이 직전 3년대비 5% 초과 증가할 경우 5%를 세액공제 해준다.
자사주 소각 효과는 유통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하고, 배당액이 높아지는 효과로 이어진다. 기존 주주들에게 있어 긍정적이다.
지난해에도 자사주 소각기업이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이에 대해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사주와 관련된 공시 의무와 규제가 강화되면서 투명성 제고가 요구되었기 때문"이라며 "이는 기업들이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하기보다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를 실질적으로 환원하는 쪽으로 변화하게 된 중요한 배경"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올해도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세법개정안과 별개로 소액주주연대 및 행동주의 펀드들의 소각요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권순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행동주의 펀드 뿐만 아니라 소액주주 연대까지 다수 행동주의 캠페인 발생하면서 주주환원과 기업 구조적 변화에 대한 요구가 발생하고 있다"며 "주주환원 관련 주주제안은 배당확대에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으로 변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주 환원에 대한 주주 제안은 대체로 부결 됐다"면서도 "주주환원요구 압박은 경영진 측에 지속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성모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