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웅 칼럼]중국에서는 '딥시크' 충격이, 미국에서는 '팔란티어' 돌풍이

2025-02-06     이용웅 주필
이용웅 주필

"For God and country, I pass Geronimo. Geronimo E.K.I.A"

우리말로 옮기면 '신과 조국을 위해 제로니모를 보낸다. 제로니모는 작전 중 사망했다'가 된다. 이 문장에서 E.K.I.A는 'Enemy Killed In Action'의 약자이다. 제로니모는 9.11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의 암호명이다. 

빈 라덴을 제거하려는 '넵튠 스피어 작전'은 이같은 암호메시지로 마무리된다. 2011년 5월 1일에 있었던 일이다. 

'넵튠 스피어 작전'을 가능하게 만든 일등공신은 누구일까?

우리가 흔히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신출귀몰하는 특수부대원일까? 아니면 탈레반 내부에 숨어있던 스파이였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조직내부의 배신자? 

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가장 결정적인 공로는 미국 정보기관과 민간기업들에게 의사결정 시스템을 제공하는 '팔란티어'라는 회사였다. 

미 정보기관은 팔란티어가 제공하는 '고담'(Gotham)  플랫폼을 활용해 빈 라덴의 은신처를 확보할 수 있었다.

'고담'은 다양한 데이터를 서로 묶고 활성화시키는데 정형, 비정형의 모든 데이터를 통합하고 일체화시킨다. 이를 통해 통해 목표물의 현위치와 역할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예상 루트까지 정확하게 예측을 한다.   

◇중국발 딥시크 충격 속에 '팔란티어' 폭등세가 보여주는 AI산업의 미래는...

팔란티어는 지난 4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6% 증가한 8억2800만달러(약 1조2000억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실적은 시장 전망치인 7억7600만달러를 크게 넘어선 수치이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대비 45% 늘어난 3억7252만달러였다. 주당순이익(EPS)도 0.14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0.11달러를 상회했다.

특히, 팔란티어는 올해 연간 매출 전망을 37억5000만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같은 전망이 가능해진 이유는 그동안 주요 매출처인 국가기관이 아닌 민간 부문의 매출이 54% 급증한 10억8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실적호조에 힘입어 팔란티어 주가는 4일 20% 이상 급등하며 상장 이후 처음으로 처음으로 100달러를 돌파했다. 2020년 9월 29일 상장 당일 1주당 9달러대에서 시작한 팔란티어 주가는 4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나자 10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팔란티어를 "AI(인공지능) 부가가치 창출자"로 명명하고 목표가를 125달러까지 더욱 높여놓았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오픈AI와 엔비디아 등 미국을 시발점으로 해서 전세계에 AI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팔란티어는 2023년 4분기부터 흑자로 전환하더니 주가에 불이 붙기 시작해 최근 전세계 AI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중국발 딥시크' 파동을 아랑곳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AI개발비용을 크게 낮췄다는 딥시크의 등장으로 엔비디아 주가는 휘청거렸지만 팔란티어 주가는 날개를 다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팔란티어는 AI를 접목한 '고담' 플랫폼을 미 국방부는 물론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등 정보기관에도 공급해왔는데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이 2003년 창업했다.

2002년 피터 틸은 페이팔을 이베이에 15억달러(1조7000억원)에 매각한 뒤 그 자금으로 팔란티어를 만들었다. 

틸은 2001년 9·11 테러 후 테러예측 방안을 고민하다 창업을 결심했다고 하는데 이 때문인지 팔란티어는 초창기부터 CIA 산하 벤처 투자 기관인 인큐텔(In-Q-Tel)의 지원을 받아 성장했다. 

이 회사는 미국 국방부(DOD), FBI, 국토안보부(DHS), CIA 등과 협력하며 강력한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를 제공해 왔다. 초창기 사업이 군사와 정보 분야에 치우쳐 왠지 기밀스럽고 음습한 분위기도 느껴지는 기업이었다.   

가령 팔란티어가 개발한 '메타콘스텔레이션'(MetaConstellation) 프로그램은 수백 개의 상업용 위성을 분석해 공격할 표적을 식별한다. 통상 6시간이 걸리던 표적 식별을 2~3분이면 가능하다고 한다. 

'메타콘스텔레이션'은 AI 기반의 위성 이미지는 물론이고 오픈소스 데이터, 드론 영상, 지상에서 수집된 보고서 등을 분석해주는데 이를 활용하면 지휘관들이 전투공간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대러시아 전쟁에서 이같은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있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다. 

팔란티어는 흔히 AI 관련주로 알고 있고 회사도 그렇게 주장하지만 사실은 빅데이터 관련 기업으로 분류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다.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부는 통합되지 않은 정보의 홍수 속에 그때 그때 정확한 판단과 의사결정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바로 이 부분을 파고 들어가 존재감을 드러낸 회사가 팔란티어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팔란티어의 '고담' 플랫폼은 데이터 통합 의사 결정 시스템으로 이해하면 가장 쉽다. 고담은 다양한 소스의 구조화되지 않은 데이터를 통합하고 분석한다. 

이같은 작업에 동원되는 자료는 종이 문서 수집은 물론이고 시스템마다  다른 데이터베이스를 모두 한 곳에 모으는 아주 어려운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CCTV영상, 위성사진, 통신기록, 은행계좌, SNS등 기초 데이터 역시 한계없이 무한대로 확장되어 수집된다.

이렇게 모아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숨겨진 패턴과 관계를 밝혀내어 정확한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 당연히 엄청난 인력과 시간이 소모된다. 팔란티어의 계약단위 금액이 큰 이유다.

게다가 언어모델의 등장으로 컴퓨터 언어가 아닌 자연어로 명령을 내리고 프로그램을 작동할 수 있게 되자 민간 고객들이 급증하게 된 것이다. 

회사의 고위직에 있는 의사 결정권자들이 이전에는 복잡하고 습득하기 어려운 컴퓨터 언어를 배워야 했지만 AI의 언어모델 도움으로 자연어를 그대로 사용하니 누구나 이용하기 편하게 된 것이다. 

팔란티어 고객은 이 때문에 정부기관에서 민간기업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민간기업들이 활용하는 것은 이같은 '고담' 플랫폼이 아니라 '파운드리'라는 플랫폼이다. 

모건스탠리와 같은 기업 고객이 사용하고 있는 '파운드리'는 데이터를 통합하고 시각화한다. 재무, 인사, 물류, 재고 등의 막대한 사내 데이터를 추적하고 통합 및 관리해주기 때문에 새로운 프로젝트마다 데이터 기반을 새로 만들 필요가 없다.

파운드리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통합하고 입력값을 조정해볼 수 있는 아키텍처를 제공하기 때문에 기업의 부서들은 입력값을 바꿔가며 이를 활용하고 협업해 기업운영 관리, 내부비리 감지, 금융사기 방지 등 기업 중앙 의사 결정을 도우며 사내 재정 효율화 용도로 쓸 수 있다.

이러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사용자는 데이터 기반 추론과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트럼프식 영토 팽창주의와 팔란티어 '고담'이 결합되면 윤리적 문제 커질 듯

이쯤해서 우리는 창업자인 피터 틸에게 주목하지 않을수 없다. 

기업이 국가 안보에 공헌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고담'을 만들었던 그는 이미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부터 민주당 지지 성향이 상당히 강한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례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공개 지지해서 관심을 모았다. 

피터 틸과 테슬라·X 소유주인 일런 머스크 등은 이른바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는데 이들은 트럼프 2기에서 아주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이네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민주당의 정치적 어젠다 수행에 영합하는 정치적 도구라며 강력 비판하고 나서는 데 공동전선을 펼치는 등 이미 미국 정치, 경제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팔란티어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 정부 구조조정의 최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팔란티어는 연방 공무원 감축 등으로 인한 업무 공백을 AI 플랫폼으로 대체시킬 야망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팔란티어가 전쟁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을 높이고 정부 기능까지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경계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회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해 중동의 리비에라(지중해 휴양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 사진=EPA연합뉴스

카라 스위셔 기술 논평가같은 사람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팔란티어가 전쟁을 더 효율적이고 비용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방법을 약속하고 있지만, 우리 목표가 전쟁을 덜 비싸고, 부담스럽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인지 의문이다"고 비난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쫒아내고 세계적인 휴양지로 만들겠다고 호언하는가 하면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 등에 대한 영토적 야심까지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팔란티어의 플랫폼이 트럼프의 제국주의적 목적을 위해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의 가자지구 해법을 두고 "제국주의"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이처럼 전세계적인 차원에서 전개하고 있는 군사적 모험을 위해 팔란티어의 '고담' 플랫폼을 동원한다면 AI 기업과 기술에 대한 윤리적 문제가 커질 수도 있다. 

민간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23년 팔란티어가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환자 데이터 시스템을 정비하는 4억8000만파운드(6억2000만달러) 규모에 달하는 계약을 따냈을 때도 논란은 컸다. 

영국 전역의 병원이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감지하며 리소스를 할당하는 데 도움이 되는 종합 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한다는 계약인데 민감한 개인 정보가 많아 당연히 의구심이 커졌다.  

최근 대만, 이탈리아, 미국 등 해외 주요국들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외교부 등 정부부처들과 카카오 등 민간 기업들이 정보유출을 우려해 중국 딥시크 이용을 금지시킨 것에서도 알수 있듯이 팔란티어의 확장속도는 언젠가 보안 문제와 맞물려 중대 암초와  마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팔란티어의 가장 큰 문제는 앞에서 지적한 대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적인 확장정책에 이용되었을 때 말 그대로 범지구적인 윤리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이용웅 주필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