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25+]1400원 뉴노멀… 내년 원·달러 환율 '상고하저' 전망

정부도 환율변동성 예의 주시

2024-12-30     양성모 기자
사진=픽사베이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미국의 연착륙 및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 강(强)달러 환경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내년 환율은 '상고하저' 흐름을 예상하고 있다. 다만 상반기 중 환율은 1500원대 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잇달아 나오고 있어 금융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7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86.7원까지 치솟았다. 주간거래는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상승폭을 대거 반납한 1467.5원으로 거래를 마쳤으나 야간거래에서 재차 상승하며 1470.5원으로 장을 종료했다. 원·달러가 장중 1480원을 돌파한 건 시초가로 1488원을 기록했던 2009년 3월 16일 이후 15년 만이다. 

◇원·달러 환율 1500원 '경고등'

최근 환율 상승은 미국의 금리 인하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무역분쟁 우려로 달러화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말 그대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 이에 국내·외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3~4%의 환율 변동은 통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원·달러 환율의 1500원 도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27일 보고서에서 "트럼프 취임 직전 달러-원 환율의 시작점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에 따라 내년 환율 경로가 달라질 것"이라며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내년에 1500원대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무라증권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정치 불확실성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원·달러 환율은 내년 2분기 중 1500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무라는 원화 약세 이유로 △2025년 초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관세 및 경기부양책 가능성 등 대외환경 변화 △IMF 기준 대비 낮은 외환보유고로 낮아진 한국은행의 원화 방어 여력 △1400원 돌파 이후 정책 당국이 이를 정상적으로 본다는 관점 변화 △국민연금(NPS)의 해외 투자 헤지 유인 감소 △한국의 약화된 거시경제 펀더멘털 △정치적 불확실성 증가 등을 들었다.  

내년 환율 시장은 상고하저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선 이후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연준의 인하 기대에 따른 강달러가 전망된다"며 "다만 새해 들어 거래량이 평년 수준을 회복하고, 수출업체 물량 출현 통한 은행권 단기차입 확대 시 환율도 안정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반기 평균 환율은 1400원대 초반으로 예상하며 이미 높은 현 레벨에서 2025년 연간으로는 상고하저의 궤적을나타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환율 국내 금융산업 영향은 '제한적‘

한국은행은 국내 은행이 받을 고환율 리스크에 대해 영향은 제한적으로 봤다.

한은은 12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환위험 관리 등을 위해 외화자산과 외화부채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어 환율 상승이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특히 외화자산이 외화부채를 103억달러 상회하고 있어 오히려 환평가익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외화 위험가중자산(RWA)에 대한 원화환산액 증가로 총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지만 외화 RWA 비중은 3분기 말 22.6%(일반은행 기준)로 직전 환율급등기(2022년 3분기 말 26.2%)보다 낮아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달러화 강세가 예상치를 상회함에 따라 은행권은 내년 경영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강달러로 외화대출 평가액이 커지면 RWA도 증가한다. RWA 증가는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누는 만큼, 보통주자본비율(CET1) 비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CET1 비율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1~3bp(1bp=0.0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회사들은 RWA 상승을 대비하기 위해 기업대출이 가계대출보다 위험가중치가 더 높다는 점에서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줄이는 등 대출자산 성장률 조정에 나선다는 거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460~1470원선을 상회하지 않는다면 밸류업 공시상 주주환원 확대에 필요한 자본비율 유지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에서 은행권 해외법인 출자금의 경우 환율 변동에 따른 시장리스크를 RWA 산출에서 제외했다"며 "RWA 400%가 적용되는 신기사펀드와 벤처펀드 투자조합의 경우 실제 투자된 자산을 RWA에 적용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타금융업으로 분류되는 일반지주회사 발행 채권의 RWA 합리화 등 RWA 관련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면서 "은행들도 유가증권 매각 등을 통해 CET1 관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 이유"라고 덧붙였다. 

보험회사도 지급여력비율(K-ICS)이 환율 상승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외화자산 대부분이 헤지 자산인 만큼, 환율 상승에 따른 가용자본을 늘리지 않아도 된다. 요구자본 측면에서도 외환위험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6%에 그쳐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회사도 순자본비율(NCR)이 고환율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환율 상승 시 외환위험액 등 총위험액이 늘어나도 증권회사의 외국환 종합포지션(외화자산-외화부채)은 106억달러 매입초과 상태로 환율 상승 시 환평가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양성모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