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산업기술 해외유출…국가핵심기술 유출 가능성도 커져

올해 경찰 적발 해외 기술 유출 25건…국가핵심기술 유출 10건 '역대 최다'  최근 적발된 S사 반도체 기술 유출도 중국행…고려아연 기술 유출도 우려

2024-11-26     박성대 기자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사진=고려아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의 핵심기술이 줄줄이 해외로 새나간 것으로 드러나면서 향후에도 비슷한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에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국가수사본부가 올해 1~10월 적발한 해외 기술 유출 건수는 2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건)보다 19% 늘었다. 빼돌린 기술 대부분은 중국으로 흘러들어갔다. 25건 가운데 18건이 중국에 의한 기술 탈취다. 중국이 단기 성장을 위한 꼼수로 여전히 국내 산업기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게 수치로 확인된 것. 

특히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국가핵심기술 유출이 무려 10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핵심기술을 해외에 빼돌릴 경우 3년 이상 유기징역과 함께 15억원 이하 벌금 등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강력한 처벌 조항에도 불구하고 국가핵심기술 유출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3년 전 단 1건이었던 국가핵심기술 유출 건수는 2022년 4건, 2023년 2건 등 완만한 증가세를 그리다 올해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에 최근 이차전지 분야에서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고려아연 역시 국가핵심기술 유출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세계 1위 비철금속 기업 고려아연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하이니켈 전구체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해외기업과의 인수·합병이나 기술 수출 과정에서 정부 승인을 필수적으로 받아야만 한다. 최근 적대적 M&A에 시달리고 있는 고려아연의 해외 매각이 어려워지고, 국가기간산업으로서 명분도 커졌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만으로 적대적 M&A에 따른 해외 기술 유출 우려를 완전히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강력한 처벌 조항에도 불구하고 국가핵심기술이 유출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데다 그 수법 역시 더욱 교묘해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미 여러 예측도 나오고 있다. 고려아연의 국가핵심기술 취득으로 해외 출구 전략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MBK가 '계열사 매각'이나 국가핵심 기술을 제외한 '쪼개기 매각' 등 편법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전망 등이다. 이 과정에서 기술 공유나 인력 교류 등 법망을 우회한 기술 유출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우려는 과거 MBK가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에 대해 해외 매각을 시도한 이력이 있어 서다. 대표적 사례가 과거 '두산공작기계'(현 DN솔루션즈)의 해외 매각 시도다. 당시 두산공작기계이 보유한 '고정밀 5축 머시닝 센터의 설계·제조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해외 M&A시 정부의 심사와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중국·일본에 매각 가능성을 타진한 것이다. 

MBK는 중국 기업과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정부의 제동으로 다시 일본 기업에 눈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2021년 국내 자동차 부품사인 디티알오토모티브로 두산공작기계 지분 100%를 약 2조4000억 원에 매각했다. MBK가 두산공작기계를 중국 등 해외에 넘기려고 했던 시기는 인수 후 불과 3년 만으로, 국내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린 시간도 5년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MBK는 해외 투자를 유치해 단기 수익을 내는 사모펀드"라면서 "고려아연도 인수에 성공할 시 가장 비싸게 팔 수 있는 곳에 매각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