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노 랜딩' 시나리오에 맞춘 투자전략

잇따른 강력한 경제지표 발표로 美 경제 노 랜딩 시나리오 가능성 ↑ 금리인하 속도 느려질 수 있으나 증시에 긍정적…배당금 주식 혜택 입을 것 S&P500지수, 내년 말까지 13% 상승 가능…인플레, 낮은 수준 유지할 것

2024-10-25     이진수 선임기자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면서 성장세도 함께 이어가는 이른바 ‘노 랜딩’(no landing)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지난달 들어 미 대부분 지역에서 경제활동 둔화세가 감지되지 않았다는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진단이 나왔다.

연준은 23일(현지시간) 발표한 10월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을 통해 미국 내 12개 연방준비은행(연은) 담당 지역 중 대부분에서 9월 경제활동에 변동이 없었고 2개 지역에서는 다소 완만한 성장세가 보고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조사 기간 고용이 전반적으로 소폭 증가했으며 과반 지역에서 소폭 혹은 다소 완만하게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이달 초 발표된 미국의 9월 고용 증가폭은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노동시장이 빠르게 약화할 수 있다는 시장 일각의 우려와 달리 미 경제가 강하게 계속 성장 중이라고 시사한 바 있다.

경제성장이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키고 연준의 신속한 금리인하까지 막는 상황이 노 랜딩이다.

이는 강력한 경제를 시사한다. 하지만 높은 차입비용에 허덕이는 이들에게는 나쁜 소식일 수도 있다.

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주식, 특히 높은 배당 수익 주식에 방점을 찍은 투자전략이 유효하다는 뜻일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UBS 같은 대형 은행들은 최근 노 랜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9월 고용 보고서에서는 25만4000개의 새 일자리가 추가돼 실업률이 4.1%로 낮아졌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 국내총생산(GDP)과 국내총소득(GDI) 수정치도 매우 긍정적이라고 BofA는 언급했다.

지난 17일 발표된 강력한 소매판매 데이터는 실질 소비지출이 여전히 강세임을 나타냈다. 실제 핵심 소매판매는 0.4% 증가해 8월의 0.1%와 예상치 0.3%를 모두 웃돌았다.

핵심 소매판매란 변동성이 큰 자동차·휘발유·건축자재·음식서비스를 제외한 것으로 ‘컨트롤 그룹’(control-group)이라고도 불린다. GDP의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계산에 사용되므로 특히 주목받는다.

BofA는 21일자 노트에서 "이로써 하방 리스크에 대한 질문이 줄고 상방 리스크에 대한 질문이 많아졌다"고 요약했다.

인플레이션 재가속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연준의 빠른 금리인하에 대한 희망을 꺾을 수 있다.

지난달 인플레이션이 2.4%로 상승하면서 예상됐던 0.5%포인트 금리인하 가능성은 급감했다. 투자자들은 다음달 0.25%포인트 금리인하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BofA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급등하지 않는 한 노 랜딩 시나리오는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다.

사진=AFP연합뉴스

해리스파이낸셜그룹의 제이미 콕스 매니징 파트너는 경제 전문 인터넷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인플레이션 반등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계속 하락해 연준으로 하여금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하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콕스 파트너는 강력한 GDP 성장과 맞물려 투자자들이 금리인하가 얼마나 깊이 진행될지 기대치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노 랜딩 시나리오 아래서도 단기 금리가 3% 수준까지 떨어지고 장기 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증시에 긍정적이다. 콕스 파너트는 머니마켓 투자자들과 미 국채 거래자들이 증시로 다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강력한 현금흐름을 지닌 고배당 가치주들이 수혜 입을 것이다. 이런 섹터에는 필수소비재·유틸리티·통신 업종이 포함된다.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면 금융업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

콕스 파트너는 "투자자들이 다시 엔비디아를 사거나 애플 같은 인기 기술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돈이 배당금 지급 주식으로 이동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시장이 다시 확장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형주도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금리에 민감한 소형주는 지난 몇 년 동안 압박받았으나 최근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의해 투자의견 ‘중립’으로 상향 조정됐다.

모건스탠리는 GDP 상향 조정이 이어진다면 소형주에 대해 ‘강력 매수’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자들에게 보유 주식을 팔지 말라고 권고한 것이다.

콕스 파트너는 노 랜딩 시나리오가 경제에 가장 좋은 결과라고 말했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고려할 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효과적으로 떨쳐버릴 수 있다.

그는 이번이야말로 미 역사상 연준이 경기침체 없이 금리를 인하하는 네 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전 세 번의 사례 모두에서 시장은 2~3년 뒤 엄청나게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콕스 파트너는 "많은 이들이 채권 수익률과 금리가 크게 하락하길 바라지만 금리는 예상만큼 많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전했다.

S&P500지수 추이 / 자료: 트레이딩이코노믹스

UBS는 지난 18일 공개한 노트에서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내년 말까지 6600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는 현 수준에서 약 13% 상승함을 의미하는데 노 랜딩 시나리오에 의해 촉진되리라는 게 UBS의 판단이다.

UBS의 전략가들은 11월 미 대통령 선거에 앞서 일부 변동성이 생길 수 있지만 긍정적인 시장 동향을 방해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UBS는 "미 대선이 긍정적인 펀더멘털을 탈선시킬 가능성은 낮다"면서 "주요 경합주에서 어느 당도 명확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가운데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준의 금리인하, 미 경제의 성장 모멘텀, 인공지능(AI) 같은 지지적인 추세를 배경으로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