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두산, 사업재편 재추진…주주반발·금융당국 제동 과제 풀어야
로보틱스-에너빌맅티 신설법인, 1대 0.031→1대 0.043으로 금융당국 제동 전례 있어…일부 주주 "여전히 주주에 불리"
두산그룹이 사업구조 재편에 재시동을 걸었다. 다만 일반 주주들과 행동주의 펀드의 향후 행보에 따른 대응과 함께 금융당국의 제동 가능성 등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원전과 로봇 등 미래사업 동력 확보 차원에서 사업 재편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소액주주는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이다.
두산그룹은 전날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이사회를 각각 열고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옮기는 내용의 사업 재편안을 의결했다.
이사회에 이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3사 최고경영진은 직접 사업 재편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주주, 시장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 3사 대표는 '자산의 효율적 재배치 및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사업구조 재편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을 떼어내는 작업만 마무리해도 차입금 7000억원 감소를 포함해 1조원 상당의 신규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투자 여력을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가스·수소 터빈 등에 즉각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두산밥캣과의 시너지를 통해 2030년 약 12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농업·건설 분야 전문 서비스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두산밥캣의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두산로보틱스의 모션자동화 소프트웨어 등을 접목해 무인화, 자동화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이 추진 중인 3대 사업 부문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주축으로 한 에너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중심의 기계 부분 △두산테스나를 축으로 한 반도체·첨단소재 부문이다.
이 중 에너지와 기계 부분을 두산의 핵심 사업으로 삼아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두산그룹 사업재편에 대한 향후 전망은 녹록치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우선 국내 대표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는 두산을 겨냥해 주주 환원책을 요구하며 사업 재편에 언제든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얼라인은 최근 400억원대 자금을 투입해 두산밥캣 지분을 1% 넘게 확보한 뒤 두산밥캣에 주주 서한도 발송했다. 이 서한에는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 재추진은 없어야 한다'는 점을 공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얼라인은 "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을 늘리라"고 요구하면서 밸류업 플랜을 연내 발표하라고도 촉구했다. 두산 측의 향후 행보를 지켜보면서 주주 활동에 적극 나서겠다고 공개 선언한 것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두산의 사업구조 재편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재편계획이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일자 금융감독원은 두 차례에 걸쳐 두산 측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사례가 있었다.
소액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소통도 필요하다. 이날 두산의 주주 친화적 재편안 발표에도 온라인 주주게시판에선 "두산밥캣이 저평가됐다", "재편안이 여전히 주주에게 불리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