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쩐의 전쟁'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분수령…주가·청약률에 승패 갈린다
고려아연 주가 75만원 넘으면 MBK 공개매수 계획 차질 최윤범, 1.7조원 추가 동원 가능…국가핵심기술 심사결과 주목
6조원대 '쩐(錢)의 전쟁'으로 펼쳐지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4일 분수령을 맞는다.
이날까지 고려아연이 최소 7% 이상의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지 못하고, 영풍·MBK파트너스 연합(MBK 연합)이 공개 매수로 고려아연 지분 7% 이상을 확보하면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고려아연이 보유한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 당일 최종 판정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약 3조1000억원을 투입해 자사주 매입과 대항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발행 주식의 18.0%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고려아연은 이날부터 23일까지 MBK 연합의 공개매수 가격(75만원)보다 10.7% 높은 주당 83만원에 총 발행주식의 5.87∼15.5%를 사들이기로 했다. 여기에 2조6634억원이 투입된다. 아울러 백기사로 뛰어든 글로벌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탈이 4296억원을 들여 고려아연 지분 2.5%를 매입하기로 했다. 총 투입자금은 3조930억원, 최대 매수 지분은 18.0%다.
최 회장은 "단기적으로 금융부담이 수반되는 어려운 결정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보존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제고하는 유일한 해법"이라며 "이 결정은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주주와 그렇지 않은 주주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MBK 연합은 4일 마감하는 공개매수에서 최소 지분 7%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2일 고려아연 종가가 71만3000원으로, 공개매수 가격을 밑돈 만큼 고려아연 유통 주식의 30% 안팎을 보유한 기관투자 상당수가 공개매수에 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MBK 연합은 고려아연 측의 자사주 매입 적법성 문제를 추가로 제기했다. MBK 연합은 지난 2일 법원에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 매수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을 냈다. 전날 서울중앙지법이 MBK 연합 측이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자, 곧바로 재신청한 것이다. MBK 연합은 "고려아연 정관상 자사주 매입에 쓸 수 있는 최대 금액은 586억원"이라며 자사주 매입 가능 규모를 6조986억원으로 산정한 고려아연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자 고려아연은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 가능 규모는 상법에 따라 산정되는 배당 가능 이익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고 재반박했다. 더불어 3일 추가 보도자료를 통해 "(MBK 연합 측이) 고려아연 주가를 낮추기 위해 재탕·처분 신청을 의도적으로 오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4일 주가 향방에 따라 공개 매수와 자사주로 매입으로 맞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주가가 75만원 안팎으로 올라 MBK 연합이 공개매수 조건을 변경하면, 공개 매수 마감 기간은 10일 늘어난다.
정부가 고려아연의 전구체 제조 기술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를 심사하기로 한 것도 변수다. 산업부는 4일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를 열고 고려아연이 자사 보유 기술에 대해 신청한 국가첨단전략기술 및 국가핵심기술 판정 신청 안건을 심의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기술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도 직간접적으로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4일은 고려아연에 '운명의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