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향후 대응, 시장 좌우할 것

4월 이란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 제한적 방식으로 보복…시장에 별 동요 없어 유가 상승 가능성 배제 못해…美 금리인하와 中 경기부양책에 장기 수요 ↑

2024-10-02     이진수 선임기자
이스라엘은 이란이 자국을 겨냥해 1일(현지시간) 발사한 탄도미사일 대다수가 방공망에 격추됐다고 밝혔다. / 사진=신화연합뉴스

이란이 1일 저녁(현지시간)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을 대거 발사했다. 지난 4월 13∼14일 미사일과 드론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한 지 5개월여만이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66달러(2.44%) 급등한 배럴당 69.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한때 5% 넘게 폭등하기도 했다.

주식시장은 하락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공포감에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장중 급락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란의 공격이 일단 마무리되고 별다른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주가는 낙폭을 어느 정도 만회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73.18포인트(0.41%) 하락한 4만2156.97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3.73포인트(0.93%) 떨어진 5708.75,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78.81포인트(1.53%) 급락한 1만7910.36에 장을 마쳤다.

이스라엘의 피해 규모는 즉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란의 이번 공격은 지난 4월 미사일 및 드론 공격 당시보다 규모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을 대거 발사했지만 향후 장기적으로 시장을 주도할 것은 이스라엘의 대응이다.

석유, 해운 및 기타 글로벌 경제 연결망을 통해 실물경제에 차질이 없을 경우 시장은 안정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의 대응이다. 이란이 4월에 이스라엘을 공격한 뒤 이스라엘은 제한적인 방식으로 보복했다. 그 결과 시장에 별 동요가 없었다.

이후 지정학적 상황은 변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함으로써 군사적으로 큰 승리까지 거뒀다.

이로써 자국에 대한 반격 능력을 제한할 수 있었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공격 이후 위협을 가했다. 이런 위협이 1일 적어도 일부 실행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2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스라엘을 겨냥한 대규모 미사일 공격이 ‘자기 방어권’ 행사라며 "이스라엘 정권이 추가 보복을 자초하지 않는다면" 이란의 보복 조치는 종료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보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안보회의에서 "이란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발언했다.

1일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이란이 최후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낮다고 보도했다.

정치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그레고리 브루 이란 분석가는 엑스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한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의 결정에 대해 "그의 경력 전체에서 가장 위험한 결정 중 하나로 평가될 것"이라고 썼다.

사실 이란의 자국 방어 능력은 약화했다. 더욱이 이란은 핵무기 능력을 아직 보유하지 못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추가 공격을 가한다면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할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이란은 실물경제에 영향이 갈 수 있는 조치를 취할지도 모른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에너지 운송을 공격하거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생산 시설을 타격하는 식이다.

일부 분석가는 이런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투자 자문사 BCA의 마르코 파픽 수석 전략가는 고객들에게 보낸 노트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해도 미 금융시장이 타격받을 가능성은 적다"며 "이란이 실제로 보복할 수 있는 능력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파픽 전략가는 유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지정학적 요인이 아니라 글로벌 거시경제의 배경이기 때문이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와 중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장기적인 석유 수요는 증가할 것이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