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후폭풍…中소비주 추락 vs 방산주 날다

사드 배치 소식에 화장품·카지노·여행주 약세 지속

2016-07-11     김보배 기자
(사진=연합뉴스)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배치를 공식 발표한 8일 오전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펄럭이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주한미군에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키로 하면서 국내 증시에서는 관련주들의 희비가 극명히 갈리고 있다. 화장품과 카지노 등 중국 소비주는 하락한 반면 방위산업 관련주는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1일 오전 10시40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LG생활건강은 전날보다 3.19% 하락한 109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또 아모레G와 아모레퍼시픽은 각각 2.45%, 0.59% 하락 중이며 한국화장품(-2.49%), 에이블씨엔씨(-2.65%), 코스맥비티아이(-3.15%) 등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토니모리는 장 초반보다 낙폭을 줄여 약보합권을 형성 중이다.

아울러 카지노 등 유커(중국인 관광객) 수혜주인 GLK와 파라다이스도 3%대 하락하고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약보합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개성공단입주기업으로 남북경협주로 꼽히는 재영솔루텍 -6.73%, 제이에스티나 -4.74%, 좋은사람들 -2.42% 등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사드 배치 결정에 북한과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방산 관련주는 동반 상승하고 있다.

같은 시각 한국항공우주는 전날보다 4.76% 상승한 7만90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밖에 한화테크윈(5.69%), LIG넥스원(2.40%), 휴니드(4.48%), 퍼스텍(0.96%), 스페코(4.36%), 빅텍(12.01%)도 전날에 이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여름 성수기에 만난 때 아닌 혹한

이처럼 화장품과 카지노, 여행 관련주가 일제히 하락한 것은 한미의 사드배치 소식에 대중국 관계가 악화되면 중국 관련 매출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달 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소식이 전해지며 경제 불확실성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이들 업종은 성수기 효과와 2분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에 상승세를 타던 중이었다.

실제 아모레G는 중국에서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의 인지도가 올라간 데다 아모레퍼시픽의 마몽드, 라네즈 같은 스테디셀러 매출도 호조를 보이면서 해외 매출이 급증할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었다. LG생활건강도 면세점에서 고급 상품군의 인기 상승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한국콜마와 잇츠스킨도 중국 화장품시장 성장 수혜주로 꼽혀 왔다.

카지노와 여행 관련주도 상반기 내리막길을 걷던 여행업종이 계절적 성수기를 맞아 활기를 되찾으면서 사드 배치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 반등세를 보여 왔다. 특히 이들 업종은 브렉시트가 호조로 작용했다.

카지노 업체는 엔고 현상으로 인해 일본으로 향하던 중국인 관광객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수혜가 예상됐다. 반면 여행주는 엔고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며 부진이 점쳐졌는데, 파운드화와 유로화의 약세가 침체한 유럽 노선 수요를 회복시킬 것이란 기대감에 상승 반등한 바 있다.

◇中수출 의존도 높은 업종 ‘울상’

북한은 이날 한미 양국이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공식 결정한 것에 대해 배치될 위치와 장소가 확정되는 순간 물리적 대응 조치를 실행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의 이번 발표는 지난 8일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사흘 만에 나온 첫 공식 반응이다.

중국도 지난 8일 외교부 홈페이지에 “한미 사드 배치는 "중국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의 전략 안보 이익과 지역 전략 균형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게재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자국에 대한 한국의 높은 교역 의존도를 무기로 유·무형의 경제 보복을 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공식적인무역 보복 조치까지는 아니더라도 통관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등 중국 당국이 비관세 장벽을 높이는 실력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해 대중국 수출은 한국 전체 수출의 26%를 차지했다. 홍콩을 포함하면 30%가 넘기 때문에 전자·자동차·관광 업계는 한반도 사드 배치 후폭풍에 우려하고 있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드 배치 결정에 중국과의 지정학적 위험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중국 정부의 무역 제재나 한류 냉각 등이 재차 부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중국 간 무역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 측의 각종 비관세 장벽 강화 혹은 이전에 센카쿠 열도 문제를 둘러싼 반일 감정 확산과 같은 반한 감정 리스크에 주목해야 한다”며 “브렉시트의 여운이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드 논란은 단기적으로 부담이 되지만 중장기적으로 영향이 지속될지 여부는 대중 통상 마찰의 확대 여부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