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위(胃)에는 윌'…24년 소비자 신뢰 비결은?
2000년 출시된 hy의 대표 발효유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은 위(胃) 건강 기능성 발효유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브랜드다.
◇장(腸) 대신 위(胃)…'위 건강 발효유' 새 영역 도전
국내 발효유 시장은 1971년 야쿠르트 등장으로 태동했다. 당시 hy는 프레시 매니저(야쿠르트 아줌마)를 중심으로 한 구전(口傳) 활동을 중심으로 판촉을 전개하며 '유산균'에 대한 소비자 오인을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이러한 활동은 소비자들에게 발효유의 과학성과 기능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줬다.
70년대 중반 야쿠르트가 크게 성공하며 경쟁 기업과 유사 제품이 난립했다. 시장은 커졌고 제품도 다양해졌다. 70년대 액상발효유를 시작으로 80년대엔 농후발효유, 90년대에는 드링크 발효유가 인기였다. 꾸준히 성장하던 발효유 시장은 외환위기(IMF) 때 불황을 맞았다.
hy 등 유업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나선 가운데 hy는 연구기술력을 응집한 프리미엄 발효유 개발에 나섰다. 2000년 9월, 5년간의 연구를 거쳐 신제품 '윌'을 선보였다.
윌은 출시 첫해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서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기존 발효유들은 모두 장(腸) 건강에 집중했지만 윌은 위(胃) 건강에 초점을 뒀다.
기술적 밑바탕에 더해 시대적 배경도 맞아떨어졌다. 마침 국내에서도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높아지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노벨상' 배리 마셜 박사 효과로 판매 탄력
특히 세계 최초로 헬리코박터균 배양에 성공한 호주의 배리 마셜 박사를 앞세운 광고는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이 광고는 대표적인 마케팅 법칙 중 하나인 '보증 효과의 법칙'을 적용했다. 쉽게 말해 전문가의 권위를 파는 것인데, 그 분야의 권위 있는 사람이나 전문가를 내세워 이미 소비자에게 검증된 사실을 제품으로 전이시켜 신뢰도를 높이는 식이다.
마침 2005년 마셜 박사가 노벨상을 받으면서 윌의 판매도 더욱 탄력을 받았다.
윌의 브랜드 파워는 광고모델 선정에서도 돋보였다. 당대 최고의 톱스타들이 윌 광고모델로서 발탁돼 제품을 홍보했다. 단순한 식품이 아닌 기능성을 갖춘 발효유로써 소비자들에게 인식됐기 때문이다.
당시 윌 담당 마케터가 원했던 모델들은 광고 요청에 단 한 번의 거절도 없었다고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소비자뿐 아니라 모델에게도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제품은 흔치 않다며 윌의 성공 사례를 거론한다.
올해 24살을 맞은 윌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약 1조9422억원에 이르는 발효유 시장에서 단일 제품으로 연 3000억원가량 판매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최근 누적판매량 50억개를 돌파하며 국내 발효유 시장에서 기념비적인 역사를 이어 나가고 있다.
◇시장 흐름 반영하되 '차별화'로 포인트
hy는 자체 연구기술력을 중심으로 출시 이후 24년 동안 10회에 걸쳐 제품을 개선했다.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식품 영양 정보에 대한 관심이 함께 증가했다. 건강 유지와 다이어트에도 식단의 개념이 등장했다.
2010년 hy는 기존 제품 대비 지방 55%, 칼로리 20% 줄인 저지방 윌을 출시했다. 이어 선보인 4세대 제품은 특허유산균 10배 강화, 브로컬리 새싹농축액과 양배추 농축분말을 추가해 기능을 강화했다.
2014년에는 기존제품 대비당 함량을 25% 낮췄다. 이어 2017년에는 새롭게 개발한 위 건강 유산균 'HP7'(헬리코박터 프로젝트 7)을 적용해 윌을 한 단계 더 진화시켰다.
또한 출시 20주년을 맞아 특허 유산균 HP7의 함량을 20배로 늘렸다. HP7은 hy중앙연구소에서 분리한 800여종의 유산균 중 헬리코박터균과 결합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2022년 2월에는 자체 개발한 개별인정형 원료 '꾸지뽕잎 추출물' 50㎎으로 업그레이드한 차세대 윌을 선보였다.
hy 연구진은 6년간 250종의 천연물의 효과를 검증해 위 건강에 도움이 되는 개별인정형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온라인 중심 소비자 유통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
마케터(기업)가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향식 커뮤니케이션은 현재까지도 흔히 쓰이는 마케팅 기법이다.
기업이 전략을 먼저 결정하고 구체적 방법을 찾아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은 효율적이지만 소비자(현장) 의견이 전략단계부터 생생하게 반영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에 수많은 제품 중 오랜 시간 소비자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메가히트 브랜드의 시작을 살펴보면 기업이 아닌 소비자 바이럴, 즉 흔히 이야기하는 '입소문'이 매개체가 된 상향식 커뮤니케이션이 적용된 사례가 많다. '윌'도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hy 특유의 유통조직이 크게 기여했다. 당시 약 1만3500여명 프레시 매니저들이 직접 고객을 만나면서 번진 입소문이 성공의 핵심으로 작용했다.
프레시 매니저 조직도 변화하는 유통환경과 고객 니즈에 맞게 진화해 나가고 있다.
2015년 hy는 온라인 사업 확대를 위해 온라인 플랫폼 구축 사업에 돌입했다. 대면이 중심이던 기존 프레시 매니저 유통채널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간과 장소 관계없이 소비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플랫폼의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고객 관리는 더욱 스마트하게 진화했다. 2020년 온라인 통합플랫폼 '프레딧' 구축으로 고객이 쉽게 제품을 주문하고 선택한 제품을 빠르게 전달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구매 패턴에 맞춰 이동형 단말기(POS)와 카드 결제시스템을 도입해 고객 관리 효율성을 한층 높였다.
언택트시대에 맞춰 진화한 것은 고객서비스만 아니다. 전달용구, 방식,시스템도 꾸준히 변화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친환경 냉장 모빌리티 '코코'다. 코코는 '콜드 앤 쿨'(cold&cool)을 뜻한다. 세계 최초 탑승형 냉장카트로 2014년 12월 hy가 도입했다.
'타고 다니는 냉장고' 인만큼 고객 손에 전달되는 순간까지 신선한 냉장상태로 배송 가능하다. 라스트 1마일까지 냉장상태를 유지해 신선식품의 포장을 줄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새벽배송과 바로배송 등 '속도'를 중심으로 다변화 돼가는 배송시장 속에서도 지속 성장 중인 '프레시 매니저' 배송시스템도 눈길을 끈다.
'프레시 매니저'는 활동 이래 약 50년간 꾸준히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시간에 지정된 장소에 배송해 왔다. 특히 코로나 이전에도 '비대면 배송'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집 앞에 걸어 둔 '전달 주머니'를 활용해 배송하기도 했다.
◇새로움 더하지만…일관된 메시지는 '위에는 윌'
민감한 소비재시장에서 연매출 3000억원이 넘는 브랜드를 리뉴얼한다는 건 마케터에게 어려운 의사결정이다. 특히 정체된 시장에서는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작은 실수로도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뉴얼에는 새로움·신뢰감·일관성 등을 고려한 브랜드 관리 전략이 요구된다.
시장은 건강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기능성을 더한 제품이 각광받고 있다. 2020년 12월 시행된 '일반식품 기능성표시제'도 같은 맥락이다. 체중관리, 피부미용, 면역력증진 등 다양한 니즈를 겨냥한 제품들이 출시되며 시장 경쟁은 과열되고 있다.
hy가 차별화된 품질 향상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투 제품이 넘쳐나는 레드오션이지만 연구기술력을 기반으로 소비자와 쌓아온 신뢰가 있기에 경쟁업체의 도전에도 시장을 주도하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출시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마케팅 전략도 마찬가지다. '위에는 윌'이라는 메시지를 신뢰감 있게 전달하기 위해 노벨상을 받은 베리 마셜 박사·김정운 교수·이영표 해설위원·배우 유인촌·한석규·이정재·조승우 등을 광고모델로 내세웠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