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긴급 금리인하, 오히려 역효과 날 것
제러미 시겔 와튼스쿨 전 교수 "0.75%p 긴급 인하에 나서야"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 "긴급 인하는 시장에 잘못된 신호 줘"
글로벌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지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급 금리인하 기대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긴급 금리인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연준이 긴급 조정을 마지막으로 단행한 것은 2020년 3월로 코로나19 팬데믹이 미국에서 처음 발생했을 때다. 당시 연준은 차입비용을 0.5%포인트 인하해 1.00~1.25%로 조정했다.
그러나 이날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의 동요로 폭락하고 말았다.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도 어떻게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사례다.
연준은 100년이 넘는 역사에서 드문 경우에만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해왔다. 2001년 9·11 테러 공격 이후, 2001년 기술주 거품 붕괴 이후, 2008년 대형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2007~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 금융위기 및 그에 따른 경기침체기가 이런 사례다.
5일(현지시간) 부정적인 심리가 너무 강해 아시아·유럽·미국에서 주식 투매로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이날 오전 뉴욕의 투자자들은 안전한 채권으로 몰려들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때 스왑 시장은 앞으로 1주간 긴급 금리인하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평가했다.
이날 저명 경제학자인 제러미 시겔 와튼스쿨 전 교수(재무학)는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연준이 고용시장 하강에 대응해 0.75%포인트 긴급 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겔 전 교수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현재 3.5∼4.0%에 있어야 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0.75%포인트 긴급 인하에서 더 나아가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0.75%포인트 추가 인하를 시사해야 최소한의 대응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일 미 노동부에 따르면 7월 실업률은 4.3%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이자 전월치인 4.1%를 웃도는 수치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11만4000명 느는 데 그쳤다. 이 역시 시장의 예상치 17만6000명 증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직전월 수치인 17만9000명 증가와 비교해도 고용시장 냉각이 확연히 눈에 띄었다.
이렇듯 고용불안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이어져 투자자들이 빠르게 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연준의 금리인하가 예상보다 더 공격적이어야 한다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노트에서 다음달 18일 FOMC 회의나 연준의 다음 정책 업데이트 이전에 "조치를 취해야 할 강력한 이유가 있다"고 적었다.
환율 전문가인 베넉번글로벌포렉스의 마크 챈들러 최고 시장전략가는 "연준에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두 의무가 있다"며 "셋째 의무인 금융안정은 놓쳤을 때만 알아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 매체 마켓워치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그러나 긴급 금리인하의 기준이 너무 높다"며 "안정성 문제가 없을 때 연준이 이런 조치를 취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 증시가 하락했음에도 전년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긴급 금리인하는 연준이 시장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 큰 공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연준이 9월 FOMC 회의 전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적다며 특히 경기침체로 접어들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연준이 코로나19 사태 초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이 극단적 상황에서만 긴급 금리 조정을 단행하는데 지금은 주가가 떨어지긴 해도 질서가 유지되는 등 훨씬 양호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CNN도 연준이 긴급 금리인하에 나서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며 단행할 경우 오히려 공포감을 조장하는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금리를 당장 내려도 경제 전반에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1년은 걸릴 수 있으므로 그리 큰 도움이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의 전 최고경영자(CEO)이자 알리안츠의 수석 경제고문 모하메드 엘 에리언도 긴급 금리인하는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