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사상 첫 파업' 맞은 삼성전자에 구원투수로 나선 외국인
외국인 4거래일 연속 순매수세에 주가 나흘째 상승 노조, 10일 협상 타결 안 되면 재파업 예고 증권가 "향후 주가 향방은 HBM‧파운드리에 달려"
삼성전자 주가가 창사 이래 첫 노조 파업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가를 대거 사들이면서 노조 파업이란 악재에도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향후 삼성전자 주가 향방은 HBM(고대역폭메모리)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경쟁력 강화에 달렸다고 판단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46% 오른 8만7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지난 8일 1967년 창사 이래 사상 첫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조에 따르면 기흥‧평택‧천안‧온양‧구미‧광주사업장 등 조합원 6540명이 파업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 중 반도체 설비‧제조‧개발(공정) 직군은 5211명으로 집계됐다.
우천 속에 진행된 결의대회에는 노조 추산 4000~5000명, 사측과 경찰 추산 3000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노조는 이날까지 예정한 파업에서 모든 조합원에 대한 임금 인상률 상향 적용과 유급휴가 약속 이행, 초과 이익 성과급 기준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10일까지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2차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가는 노조 파업이라는 악재에도 불구, 최근의 호조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며 장중 연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지난 5일 시장 기대치를 2조원 넘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외국인은 4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최근 한 달간 상승률은 13.8%를 웃돈다.
이 기간에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삼성전자를 각각 4조9119억원, 8399억원어치 사들이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에 개인 투자자들은 5조5285억원어치 팔아치우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특히 외국인은 이달 들어 2조4557억원의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실적 발표 후 3거래일 동안 무려 1조86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의 '사자'세가 이어지면서 외국인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지난 8일 기준 56.32%를 기록해 2020년 12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줄상향했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은 기존 12만원을 유지했고, 키움증권(이전 11만원)과 NH투자증권(이전 10만원)은 12만원으로 신규 상향조정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핵심부서 전삼노 총파업…"반도체 업황 회복 찬물 우려"
노조의 집단행동이 최근 반도체 업황 회복기에 접어든 삼성전자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8일 오전 11시 10분에 시작된 전삼노 총파업은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정문 앞에서 강행됐다. 화성캠퍼스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공정을 모두 갖춘 삼성 반도체의 핵심부이자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오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선포식을 열기도 한 곳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 들어 시장을 이끈 AI(인공지능) 수혜를 보지 못했지만, 하반기에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D램과 낸드 등 메모리반도체 ASP(평균판매단가)가 오르면서 이 분야 1위 사업자로서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를 공급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2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6조3000억원(영업이익률 22%)였으나 3분기에는 7조4000억원(영업이익률 23%)로 확대될 전망이다. 2분기 수익성 개선을 이끈 메모리반도체(6조6000억원)이 3분기에도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2분기 파운드리‧LSI 부문은 가동률 회복에 따라 적자폭이 축소됐다.
◇엔비디아 HBM 납품 여부‧파운드리 적자폭 축소가 향후 주가 관건
결국 HBM과 파운드리 부문의 경쟁력이 향후 주가의 향방을 좌우할 전망이다.
전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SFF)'에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태계를 확장해 고객을 확보할 계획을 밝혔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장은 기조연설에서 "삼성전자는 국내 팹리스 고객들과 협력하기 위해 선단공정 외에 다양한 이미지센서, 무선주파수(RF) 반도체 구현을 위한 스페셜티 공정기술을 지원하고 있다"며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AI 솔루션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와 메모리, 패키징 역량을 모두 보유한 전 세계 유일의 종합 반도체 기업의 강점을 토대로 고객 요구에 맞춘 통합 AI 솔루션 턴키(Turn Key‧일괄생산) 서비스 차별화 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삼성전자는 HBM도 고객사의 스펙에 맞춰 커스터마이즈(주문제작) 공급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HBM 시장 내 경쟁력 및 파운드리 부문의 제한적인 가동률 회복에 따른 우려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 올 들어 메모리반도체 동종업체들 대비 주가 상승폭이 제한되고 있다"며 "내년까지 ASIC(주문형반도체)을 포함한 커스터마이즈 칩 시장의 성장세가 부각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중장기 성장에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