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이번엔 다를까'…1400원선 터치한 환율에 쏠리는 눈
과거 사례선 1400원선 넘을 때마다 경제고비 "일시적 현상, 외국인 대거 이탈 가능성 낮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증시의 눈이 온통 환율로 쏠렸다. 과거 사례를 보면 시장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6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 급등에 대해 "환율 움직임, 외환수급 등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외환당국은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장중 1400원선을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돌파한 것은 약 1년5개월 만이다. 과거 사례를 봐도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 고강도 긴축에 따른 고금리 충격 등 세 차례뿐이었다.
원화가 급격한 약세를 보인 원인은 최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이 후퇴한 것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시장이 원·달러 환율 급등에 긴장하는 것은 과거의 공식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외국인이 순매도에 나서고 코스피가 하락한다'는 현상이 공식처럼 국내 시장에 받아들여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국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이번 지정학적 갈등 격화에 따른 위험회피까지 더해지면서 당분간 추가 오버슈팅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중동 갈등 전개 상황에 따라 확전으로까지 연결될 경우 2차 상단으로 1440원을 예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의 공식이 최근 성립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의 원·달러 환율 상승은 일시적인 오버슈팅이라는 것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의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이 지속되고 양호한 국내 수출과 이익 펀더멘탈 등을 감안하면 현재와 같은 오버슈팅 국면은 길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의 원·달러 환율 상승은 펀더멘탈 문제가 아닌 일시적인 오버슈팅 가능성이 높으며 증시 전반에 걸쳐 극심한 가격 조정을 유발할 소지가 낮다"고 봤다.
한 연구원에 따르면 연초 이후 원·달러 환율은 약 7.5% 급등했지만 이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약 18조8000억원이라는 역대급 순매수를 기록했고, 주간 단위로 체크해봤을 때 지난 15주 동안 외국인이 순매도 했던 횟수는 4주에 불과해 '원·달러 환율 상승 = 외국인 순매도' 공식이 성립되지 않고 있다.
한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한국 증시 편식에 따른 부담과 중동발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으로 외국인이 순매도에 나설 여지는 있겠지만 그 강도와 지속성은 얕고 길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1400원이 갖는 의미가 달라졌다"며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판단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 연구원은 "현재 원·달러 환율의 상승 원인 상당 부분은 달러 강세에서 찾을 수 있고, 정책 대응 여력과 무역수지 환경도 과거 환율 급상승 구간과 다르다"며 "중장기 관점에서 국가 대차대조표 구성이 선진국형으로 달라졌으므로 무분별한 위험자산 회피가 아니라면 대규모 자금 이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올해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전환 시점은 달러 환산 코스피 백분율 20% 구간이라며 원·달러 환율을 1400원으로 고정했을 때 2530선에서 외국인 순익 분기점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노 연구원은 "올해 19조원을 순매수한 외국인은 코스피 2530선 이상에서는 차익실현에 나설 수 있다"며 "반대로 생각하면 그 이하에서는 손실로 바뀌는 탓에 속도를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