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숨고르기 하락장 연출

11개월간 시장 이끈 섹터들 중심으로…유가, "OPEC+ 합의 믿기 어려워" ↓

2023-12-05     이진수 선임기자
사진=로이터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식시장은 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다 숨고르기하듯 하락했다.

뉴욕 유가는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량이 불확실한 가운데 세계 경기둔화로 수요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사흘 연속 떨어졌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1.06포인트(0.11%) 하락한 3만6204.44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4.85포인트(0.54%) 미끄러진 4569.78로, 나스닥지수는 119.54포인트(0.84%) 떨어진 1만4185.49로 장을 마감했다.

주가가 정체되자 비트코인과 금이 반등하며 한 주를 시작했다. 비트코인은 4만1000달러(약 5360만원)마저 넘어서며 19개월만에 최고치를, 금은 장중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암호화폐 채굴 업체 마라톤디지털과 라이엇플랫폼스는 비트코인의 약진 덕에 각각 8% 넘게 뛰었다.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각각 6.7%, 5.5% 올랐다.

항공 지주회사 알래스카에어그룹은 경쟁사 하와이안항공을 19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뒤 14.2% 급락했다.

이는 알래스카에어그룹이 미 서부 해안 노선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날 시장의 움직임은 강세 이후 나타난 것이다. 기술주가 고전했다. 엔비디아는 2% 이상,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각각 1% 넘게 하락했다.

US뱅크자산운용의 톰 헤인린 수석 투자전략가는 "이날 시장의 움직임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소화’"라며 "이날 하락한 부문들은 사실상 지난 11개월 동안 시장을 이끈 섹터들"이라고 말했다.

광범위한 종목들로 이뤄진 S&P500지수는 지난 1일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높은 종가로 올해 들어 거의 2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우량주 중심의 다우지수는 지난주 2021년 이후 처음으로 5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9% 넘게 올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5% 껑충 뛰었다.

지난 10월 이후 증시가 반등한 것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주 정책완화를 예상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발언한 바 있다.

금리인하 기대감을 꺾으려는 그의 언급에도 투자자들은 연준이 내년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데 베팅했다.

지난달은 30개 종목으로 이뤄진 다우지수에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좋은 달이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 모두 지난해 7월 이후 최대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03달러(1.4%) 하락한 73.04달러에 장을 마쳤다.

유가는 지난달 30일부터 3거래일 연속 내림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어느 정도 감산할지 불확실해 시장이 압박받고 있다.

지난주 말 OPEC+는 일부 산유국이 석유시장 안정과 균형을 위해 내년 1분기까지 하루 총 220만배럴 감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루 100만배럴에 이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발적 감산량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자발적 감산이라는 점이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OPEC+ 차원의 의무적 감산이 아닌만큼 회원국들은 언제든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파생상품 중개업체 오안다의 크레이그 얼람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OPEC+의 자발적 감산 합의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며 "유가는 계속 하락세"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이 내년 글로벌 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OPEC+의 발표는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시장분석 업체 CMC마케츠의 마이클 휴슨 수석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하락하는 데는 수요둔화 우려와 OPEC+ 합의에 대한 회의론, 미국의 생산량 증대 등이 있다"며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계속 신기록 경신 중"이라고 말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