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마켓포커스]美 금리인상 '마침표' 찍나…블룸버그 "징후 보여"
근원 CPI의 세부 사항 매우 고무적…5월 CPI,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4% "이런 궤적 6월에도 유지되면 추가 긴축 필요성 없어질 것"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계속 누그러지면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한숨 돌릴 여유를 갖게 됐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뉴욕 주식시장 개장 전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자세히 파고들면 금리인상이 완전히 멈출 수도 있겠다(full stop)는 징후가 보인다고 보도했다.
5월 CPI는 지난해 동월 대비 4.0%, 전달 대비 0.1% 상승했다. 이는 4월 각각 기록한 4.9%, 0.4% 상승보다 크게 둔화한 것으로 시장의 예상치와 일치했다.
CPI는 지난해 6월 9.1%까지 올라 1981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올해 5월 4% 상승에 그치면서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지난해 동월보다 5.3%, 전월보다 0.4% 각각 상승했다. 근원 CPI가 소폭 하락에 그쳤으나 시장의 예상치와는 일치했다.
연준 관계자들로서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됐다.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훨씬 웃도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0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해온 연준이 이번에는 건너뛰는 게 가능해졌다. 이는 장기간의 금리인상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블룸버그의 판단이다.
해리스파이낸셜그룹의 제이미 콕스 파트너는 노트에서 "연준이 금리인상을 일시 중단해야 할 이유가 5월 CPI 보고서에 모두 담겨 있다"며 "모든 범주에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이냐 아니면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완화)이냐 판단하는 게 문제인데, 이런 궤적이 6월에도 유지된다면 추가 긴축의 필요성은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의 트레이더들은 이번 FOMC 회의에서 연준의 금리 동결 가능성을 98%로 보고 있다.
금리 동결을 거의 확실시하는 분위기로 돌아선 것이다.
예상대로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는만큼 한 발 물러나 상황을 지켜보자는 연준 위원들의 발언에 힘이 실릴 듯하다.
다만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해도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고용시장이 여전히 뜨거운데다 근원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5%대로 높은 편이어서 연준이 7월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금리 선물 시장도 연준이 7월 회의에서 0.25%포인트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63%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근원 CPI의 세부 사항이 매우 고무적이라는 데 주목했다.
중고차 가격 상승은 5월 근원 CPI의 둔화를 가로막은 주요 요인이었다. 민간 부문에서 집계한 선행 지표들은 앞으로 중고차 가격이 하락할 것임을 시사했다.
가중치 기준으로 근원 CPI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임대료도 월별 상승폭이 지난 1년보다 적었다.
대형 은행 웰스파고의 세라 하우스와 마이클 푸글리지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앞으로 몇 달 동안 근원 인플레이션이 한층 뚜렷하게 둔화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진행 방향을 물가잡기 임무 완료와 혼동해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연준 관계자들이 선호하는 것은 더 좁은 범주의 근원 인플레이션인 주택이 제외된 서비스를 살펴보는 것이다. 물가 압력의 궤적을 엄격히 평가하기 위해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는 한 달 전보다 0.2% 상승해 코로나19 이전 추세와 일치한다. 1년 전보다는 4.6% 상승한 것으로 지난해 말 정점에 이른 뒤 지속적인 완만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제롬 파월 의장 등 일부 연준 관계자들로부터 6월 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건너뛰었으면 하고 바란다는 신호가 포착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은 필요할 경우 향후 긴축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이번에 금리가 또 인상되든 안 되든 투자자들은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따라서 7월에 발표될 6월 CPI 보고서는 이후 연준의 조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경제 연구 컨설팅 업체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노트에서 "급격한 인플레이션 완화로 연준의 또 다른 금리인상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7월 인상을 완전 배제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6월 고용이 부진하고 근원 CPI가 0.2% 상승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기본 시나리오는 연준이 7월 금리를 아슬아슬하게 인상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