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사이드]손보협 vs 한의협, 교통사고 과잉진료 논란 심화
한의계, 10년전 첩약 처방일수 축소 합의 번복 작년 상반기 한방병원 자동차보험금 증가율 15.73% "한방 과잉진료, 자동차보험료 부담으로 귀결"
교통사고로 한방치료를 받을 때 한약을 무조건 10일치 처방해 과도한 보험금이 지출되는 폐해를 막기 위해 정부와 보험업계가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지만 한의사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분쟁심의위원회(이하 분쟁심의회) 개최를 두고 손해보험업계와 대한한의사협회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교통사고 환자 첩약 처방 일수' 변경이 대립의 주요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오는 30일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분쟁심의회를 열고 교통사고 환자의 첩약 1회 처방일수를 현행 10일에서 5일로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 23일 한의협에 해당 회의 참석을 요구했고, 한의협은 일방적 통보라며 성명서를 제출했다.
한의협은 성명에서 "보건복지부에서는 건강보험 첩약 시범사업의 1회 처방일수를 10일을 기본으로 한다"면서 "첩약 1회 처방일수에 대한 증감을 논의한다면 충분한 검토를 거친 의학적 근거가 제시돼야 하지만 국토부는 과정을 무시했다"고 항의했다.
손보업계는 이런 한의협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첩약 처방일수 조정은 이미 10년 전에 약속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손보협회는 "한의계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주장하고 국민과 교통사고 환자를 속이고 있다"며 "첩약 처방일수 조정은 지난 2013년 전문가 논의를 거쳐 이미 합의된 사항이지만 한의계의 일방적 번복으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조정은 현재 무조건적인 1회 10일 처방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환자 상태에 따라 1회에 5일분씩 처방하자는 취지로, 필요시 5일씩 추가 처방이 가능해 진료권 제한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한 한의계가 근거로 주장한 시범사업은 5일분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 기준과 10일분 수가 기준이 각각 마련돼 선택 운영되고 있음에도 1회 10일분 처방이 기본인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단체 조사에 따르면 첩약을 받은 환자 4명 중 3명은 첩약을 전부 복용하지 않을 뿐더러 남은 약을 버리거나 방치한다. 첩약 처방은 1일 2첩, 1회 최대 20첩까지 가능하기에 과도한 첩약 처방이 자원 낭비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국토부가 이같은 개선을 단행한 까닭은 한방 과잉 진료로 인해 자동차 사고보험금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작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자동차보험 청구기관 중 한의원과 의원이 청구기관의 85.56%를 차지했다. 이중 한의원은 1만1918개소로 개설 한의원(1만4526개소)의 82.05%, 의원이 5914개소로 개설 의원(3만3912개소)의 17.44%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한방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의과 진료비를 넘어섰다. 의과분야 진료비는 1조787억원으로 전년(1조2054억원) 대비 10.51% 감소한 반면 한방분야는 1조3066억원으로 전년(1조1238억원) 대비 16.26% 증가했다.
2022년 상반기 자동차보험 진료비 증가율이 가장 높은 종별도 한방병원으로 전년 반기 대비 15.73%(487억원) 늘었다. 한의원도 같은 기간 8.04%(268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의원은 2.89%(33억) 감소했다.
자동차보험은 배상책임보험으로 진료비 내 급여·비급여 치료 항목이 모두 보상되며, 비급여는 국토부 고시인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에 의거해 보험사가 전부 보상하는 구조다.
한방 진료는 양방에 비해 비급여 진료항목이 구체적이지 않고 비급여 항목도 많다. 이에 유사 효과의 진료 항목을 동시에 진행해도 보험금을 삭감할 근거가 없어 과잉 진료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보험업계는 한방 의료기관이 유사 효과의 진료항목을 동시에 진행하는 세트 청구와 경상환자의 약침 처방 등에서도 과잉 진료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방진료비 명목으로 지급되는 보험금 증가가 결국 일반 소비자들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손보협회는 "한방 과잉진료는 결국 자동차보험 가입자 보험료 부담으로 귀결될 뿐"이라며 "한방분야 진료수가 기준 개선은 보험업계의 이익이 아닌 국민의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지난 2021년 이미 발표한 범정부 종합 대책의 일환이자 국민의 엄중한 개선요구"라고 말했다.
김지연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