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지주, '진옥동'호 출범…"고객 자긍심이 우리의 존재 이유"

2023-03-23     강현창 기자
취임식에서 지주사 깃발을 흔들고 있는 진옥동 신임 신한지주 회장 /사진=신한지주

진옥동 회장이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공식 취임했다. 

신한금융은 23일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본사에서 제22기 정기 주주총회와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진 회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임기는 3년이다.

진 회장 선임 안건은 한때 국민연금의 반대에 좌절될 뻔했다. 국민연금은 진 회장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을 막지 못하면서 감시 의무도 소홀히 했다"며 선임을 반대했다.

하지만 일본 측 주주들과 다른 주주들의 찬성으로 진 회장 선임안은 무난히 주총을 통과했다. 신한지주의 대주주는 국민연금(7.69%)며 블랙록이 5.71% 보유 중이다.

신한금융은 이번 주총으로 현 사외이사인 곽수근·배훈·성재호·이용국·이윤재·진현덕·최재붕·윤재원 등 8명의 유임 안건을 처리하고 김조설 신임 사외이사 임명도 의결했다.

이어 배당을 지난해보다 1주당 105원 오른 2065원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주총 뒤 임시 이사회에서는 이윤재 사외이사가 올해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이하는 진 신임 회장의 취임사 전문이다.


사랑하는 신한 가족 여러분,

그리고 신한이 존재하는 이유인 고객님과 항상 큰 힘이 되어주시는 주주 여러분, 저는 오늘 신한금융그룹 회장으로서 영광스러운 첫 걸음을 내딛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떨리는 이 순간, 많은 분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새로운 대한민국 금융을 바라는 간절함으로 ‘신한’을 창업하신 故 이희건 명예회장님과 재일교포 주주님, 일류를 향한 뜨거운 에너지를 남겨주신 조용병 회장님을 비롯하여 성공의 역사를 쌓아 주신 많은 선배님들, 그리고, 지금 이순간에도 각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신한인 모두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신한이 작은 은행이었던 시절, 새로운 금융을 향한 기대와 설렘으로 신한에 몸담았습니다.

지난 36년, 열정이 넘치는 선배님들을 롤모델로 신한의 성장과 함께해 왔고, 이제 3만여 신한 가족 모두의 의견을 더 깊이 경청해야 하는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와 주주님들의 다양한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큰 책임감도 느낍니다.

제 어깨에 놓인 모두의 염원이 무겁게 다가오지만 겸허하고 담대하게 주어진 사명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40여 년 전, <고객중심>과 <금융보국>의 가치 위에서 신한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오직 고객을 기준으로 삼고, 우리 사회와 함께 성장하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리 금융史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신한의 성장은 저와 여러분 모두의 자부심입니다.

힘껏 달려 온 선후배 동료 모두를 위해 큰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이제, 자랑스러운 역사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우리와 함께하는 모든 분들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어가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그룹의 회장으로 취임하며 가장 먼저, '신한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만약 신한이 사라진다면 우리 고객님들은 불편함을 느끼실까요? 안타깝고 슬픈 마음을 가지실까요?

우리의 존재 이유를 찾는 노력은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자신 있게 대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고객 자긍심>입니다.

신한과 함께하는 것 자체가 고객의 자랑이 될 수 있다면 우리의 존재 이유는 명확해집니다.

창업과 성장의 기반이 되었던 <고객중심>의 가치를, <고객 자긍심>으로 확장시켜야 합니다.

현재 신한의 모습 속에 고객 관점에 어긋나는 기준은 없는 지 다시 한번 면밀히 살피고, 우리와 함께하는 모든 분들이 '신한'을 자랑으로 여기실 수 있도록 지혜를 모읍시다. 

신한금융그룹이 고객의 자긍심으로 자리잡기 위해 우리가 공감하고 실천해야 하는 세 가지를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재무적 성과 경쟁에 치우치지 말고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정성을 다합시다.

우리는 이미 <선한 영향력 1위>라는 명확한 목표를 중장기 지향점으로 설정했습니다.

원칙을 지키며 금융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우리의 고객은 물론,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이웃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넓혀 나가야 합니다.

<금융보국>이라는 창업 정신과 <금융으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미션을 기억하며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대체할 수 없는 기업 시민으로 거듭납시다. 

다음으로, 금융業의 발전과 혁신을 주도해야 합니다.

'신한'이라는 두 글자에는 새로운 금융을 향한 염원이 담겨있습니다.

신한의 역사는 대한민국 금융혁신의 역사입니다.

끊임 없이 도전하며, '최초'라는 수식어를 차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이 밝은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혁신의 DNA를 지켜가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합니다.

과거 방식으로 안정적 성과를 거두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금융業 이상의 금융을 개척합시다.

삶의 모든 영역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인비저블 금융(Invisible Finance) 구현을 통해 대한민국 금융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나갑시다.

<고객 자긍심>을 위한 마지막 퍼즐은 임직원 모두의 꿈과 행복입니다.

그룹 CEO로 취임하며 가장 큰 책임감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임직원 여러분의 자부심입니다.

창업 이후 신한의 가파른 성장은 자연스럽게 구성원의 자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신한만의 차별성이 옅어져 가며 예전과 같은 동기부여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직원이 사랑하지 않는 회사를 자랑스러워할 고객은 없을 것입니다.

임직원 모두의 꿈과 행복을 위한 일에 제가 먼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신한을 더욱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명나는 일터, 사랑받는 신한을 위해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합시다. 

신한금융그룹 임직원 여러분, 신한의 존재 가치는 말과 구호로 증명할 수 없습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철저한 자기검증이 당연한 문화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찰과 조직 전반에 흐르는 내부통제의 실천은 단순히 프로세스의 일부가 아닌 우리 회사가 존재하기 위한 전제조건 입니다.

사회적 기준보다 더 엄격한 도덕적 기준으로 스스로를 바라보며,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강력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완성시켜 나갑시다.

사랑하는 신한가족 여러분!

一等(일등)은 우리의 노력으로 달성할 수 있지만, 一流(일류)는 고객과 우리 사회의 인정으로만 완성됩니다.

신한의 창업과 성장의 역사 속에는 새로운 금융, 일류 금융을 향한 간절한 바람이 새겨져 있습니다.

조용병 회장님을 비롯한 많은 선배들이 남기신 열정과 헌신의 발자취를 기억합시다.

40여 년 간 이어온 모두의 염원을 담아 일류신한, 백년신한의 꿈을 이어갑시다.

'신한'이라는 두 글자가 고객의 자긍심이 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어 나갑시다.

고맙습니다.

강현창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