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올해도 '산타' 올까...美증시 어디로?
23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美증시 '산타랠리' 기간...전망 엇갈려
미국 증시에서 '산타클로스 랠리'(산타랠리)는 한 해 마지막 5거래일과 새해 첫 2거래일 사이 나타나는 상승장을 말한다. 2022~2023년은 지난 23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가 산타랠리 기간이 되는 셈이다. 뉴욕증시는 올해 크리스마스가 일요일인 탓에 26일 휴장하고, 새해 첫날 역시 일요일이라 1월 2일 하루 쉰 뒤 이튿날인 3일 개장한다.
올해도 시장에 산타가 찾아 올까. 그렇다면, 또는 아니라면 새해 증시는 어디로 향할까.
◇"산타랠리는 무슨"...비등하는 비관론
물론 산타랠리가 절대적인 건 아니다. 특히 올해는 상당수 전문가들이 산타랠리의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방증하듯 최근 글로벌 주식펀드에서는 일주일 새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펀드정보업체 EPFR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21일까지 한 주간 세계 주식펀드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420억달러로 주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로써 올해 세계 증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한 해로 저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해 전망마저 어두운 건 당장 올해 내내 이어진 악재 가운데 해소된 게 사실상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과 이에 맞선 중앙은행들의 통화긴축 공세가 대표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등 주요 중앙은행들은 내년에도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높은 수위에서 이어갈 태세다. 최근에는 통화완화를 지속해온 일본은행(BOJ)마저 긴축 신호를 발신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미국 뉴욕증시 간판지수인 S&P500은 물론 나스닥, 중소형지수인 러셀2000이 모두 올 들어 두 자릿수 하락세로 고전하고 있다. 다우지수도 올해 9%가량 내렸다.
24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에릭 스터너 아폴론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 매체와의 통화에서 이번 연말연시에 산타랠리가 일어나도 매우 짧게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연준이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한 증시에 지속적인 랠리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증시가 제 활력을 찾으려면 인플레이션이 떨어져 연준이 금리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얘기다.
스터너는 통화긴축 압력에 따른 침체 위험이 기업실적에 타격을 줄 것으로 봤다. 내년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현재 4~5% 증가에서 15~20% 감소로 수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S&P500이 내년 상반기에 지난 10월 저점인 3500선을 재시험한 뒤 제자리에서 한 해를 마감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래도 산타랠리"...기대할 만한 이유
최근 잇따르는 증시 비관론에도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은 이들도 있다. S&P500이 크리스마스 전후 하락한 경우가 실제로 흔치 않아서다.
다우존스마켓데이터에 따르면 1950년 이후 72년 동안 S&P500(이전 지수인 S&P90 포함)이 한 해 마지막 5거래일과 새해 첫 2거래일 동안 상승세를 탄 해만 56년(78%)에 이른다. 이 기간 평균 상승률은 1.32%였다. 같은 기간 지수가 하락한 해는 15년, 제자리에 머문 해는 1년에 그쳤다.
더욱이 지수가 산타랠리에 실패한 경우라도 새해 1분기에는 평균 0.53% 올랐다. 1분기에 손실을 본 해는 7년뿐이었다. 산타랠리 이후에는 새해 1분기에 평균 2.49% 뛰었다.
다우와 나스닥, 러셀2000의 산타랠리 실적도 비슷했다. 다우지수는 1950년 이후 산타랠리에 성공한 해가 전체의 79%(평균 1.38% 상승)에 달했고, 나스닥과 러셀2000은 각각 78%(1971년 이후 평균 1.81% 상승), 71%(1987년 이후 평균 1.50% 상승)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다우와 S&P500지수가 이번에도 산타랠리에 성공하면 7년째다. 이는 1969~70년 시즌에서 1976~77년 시즌까지 8년간 이어진 산타랠리 이후 최장기 기록이 된다.
◇"내년 美증시 전망 아직 '낙관적'"
마켓워치는 팩트셋 분석 자료를 근거로 미국 증시에 대한 내년 전망이 아직은 상대적으로 밝다고 지적했다. 지난 21일 현재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S&P500지수의 향후 6~12개월 목표치(중간값 기준)는 4517.29로 전날 종가(3844.82)보다 17%가량 높다. 최근 미국 증시의 하락을 주도한 기술주의 비중이 큰 나스닥지수 목표치도 지난 종가보다 30% 높은 1만3577.30을 나타냈다.
에릭 디튼 더웰스얼라이언스 사장은 마켓워치에 그간 매도세가 얼마나 심했는지 감안하면 올해 산타랠리가 실현될 공산이 크다고 봤다. 투매가 극심했으니 매수세가 되살아날 만 하다는 얘기다.
디튼은 다만 산타랠리로 내년을 마냥 낙관할 수는 없다며, 내년 1월에 나올 지표를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실적이 연준의 대규모 긴축과 통화공급량의 급격한 감소를 버텨낼 수 있다면, 새해는 증시에 꽤 좋은 해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디튼은 또 기업실적이 악화하면 가벼운 경기침체를 겪게 될 것 같다면서도 그러면 연준이 금리인상을 끝내게 될 것이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키스 부캐넌 글로벌트(GLOBALT)인베스트먼츠 선임 포트폴리오매니저도 마켓워치에 연말까지 시장을 움직일 만한 주요 뉴스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올해도 예년처럼 산타랠리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기침체 리스크가 대두되면서 심리가 상당히 위축돼 있고, 시장엔 비관론이 팽배하다"며 "보통 이런 경우에는 일종의 반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캐넌은 글로벌트가 아직은 다소 보수적인 입장이지만, 좀 더 공세로 돌아설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누그러져 연준이 경기침체를 피해 연착륙에 성공할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는 것이다.
김신회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