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금리인상 실패 어쩌나'...세계은행, 내년 '글로벌 침체' 경고

2022-09-16     김신회 기자
세계은행이 15일(현지시간) 웹사이트에 '글로벌 침체가 임박했나?'(Is a Global Recession Imminent?) 보고서 / 사진=세계은행 웹사이트 캡처

세계은행이 중앙은행들의 과도한 통화긴축이 내년에 글로벌 경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주요국들에 통화긴축의 파급효과를 감안한 정책 추진을 촉구했다.


◇글로벌 침체 두 징후...급격한 성장둔화, 일부 주요국 침체

세계은행은 15일(현지시간) 웹사이트에 낸 '글로벌 침체가 임박했나?'(Is a Global Recession Imminent?)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크게 낮아진 데 주목했다.

정례 조사를 통해 전문가들의 경제전망을 취합해 자료를 내는 분석업체 컨센서스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연초 각각 4.1%, 3.3%에서 지난달 2.8%, 2.3%로 하향조정됐다. 전체 선진국의 90% 이상, 신흥국의 80% 이상에서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졌다.

2022,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 / 자료=컨센서스이코노믹스, 세계은행

보고서는 일련의 전망이 당장 글로벌 침체를 가리키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과거 침체 때 있었던 두 징후가 최근 뚜렷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무엇보다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1970년 이후 침체가 일어나기 바로 전 해에는 같은 일이 반복됐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몇몇 주요국 경제가 급격한 성장둔화를 겪거나 침체에 빠지는 일도 글로벌 침체와 맞물려 일어났다고 한다.

한 예로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은 지난 1, 2분기에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꺾이면서 사실상 '기술적 침체'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연준은 오는 21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3연속 단행할 전망이다.

미국 성장률 추이(전분기 대비 %, 연율) / 자료=FRED

◇긴축 실패→긴축 강화→침체 '악순환' 우려  

보고서는 글로벌 성장둔화가 한창인 가운데도 상당수 국가의 인플레이션이 수십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인플레이션 압력에 맞서 통화·재정 긴축을 강화하면서 침체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금리인상을 비롯한 통화긴축과 재정부양 축소가 맞물리면 금융제약과 급격한 성장둔화로 당초 의도한 것보다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화·재정당국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만 집중하다보면 성장둔화 국면에서 필요한 수요촉진에 나서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보고서 저자들은 무엇보다 중앙은행들이 당초 예상한 금리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실패하면 금리를 더 올리게 돼 침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세계 경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는데, 성장둔화가 더 심해지면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추세가 계속돼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황폐화할까봐 매우 걱정된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이런 이유로 중앙은행들이 정책행보와 관련한 소통을 강화하면서 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춰 결과적으로 통화긴축 강도를 낮출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신회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