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美성장률 '쇼크'...'침체' 공포 커졌다
2분기 성장률 -0.9%...1분기 이어 또 마이너스 '기술적 침체' 인플레이션·금리인상 경제 충격 확산...침체 여부 논란일 듯
미국 경제가 끝내 '기술적 침체' 수렁에 빠졌다. 중국의 급격한 성장둔화와 맞물려 글로벌 침체 공포는 앞으로 더 고조될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는 28일(현지시간) 지난 2분기 성장률이 -0.9%(전분기대비 연율 기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가 취합한 전문가들의 예상치 중간값은 0.4%였다.
이로써 미국 경제는 1분기(-1.6%)에 이어 2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기술적 경기침체'(technical recession) 정의를 충족한 셈이다.
40여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인플레이션에 경기침체 꼬리표까지 따라 붙으면서 불황 속에 물가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더 짙어지게 됐다.
살 과티에리 BMO캐피털마켓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블룸버그에 "40년 만의 인플레이션과 급격한 조달비용(금리) 상승, 금융환경의 전반적인 긴축에 직면해 경제의 열기가 급격히 식었다는 게 (경기침체 여부보다) 더 중요하다"며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지기 매우 쉬워졌다"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금리인상에 개인소비, 주택·설비투자 위축
미국 경제가 2분기에 또다시 역성장하게 된 건 무엇보다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 증가세가 크게 둔화했기 때문이다. 1분기에 1.8%(전분기대비) 증가했던 개인소비는 2분기에 1.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에너지, 식품 등 구매빈도가 높은 제품들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체 구매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 개인소비의 선행지표로 간주하는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는 7월 95.7로 지난해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수는 지난 3개월 동안 계속 떨어졌는데, 최근 1년여간의 낙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맞먹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도 미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대책이 경기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는 셈이다. 금리인상 압력은 특히 GDP 주요 항목인 주택·설비투자 부문에 찬물을 끼얹었다.
주택투자는 1분기에 0.4% 늘었지만, 2분기에는 14.0% 줄었다. 금리인상 여파로 모기지 금리가 뛰면서 주택 구매력이 부쩍 약해지면서다. 미국의 30년 고정 모기지금리는 지난해 초 2.7%에서 지난달 말에는 2008년 11월 이후 최고치인 5.8%로 올랐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회복 국면에서 주택가격이 한동안 급격히 올라 문제가 됐지만, 연준은 이제 금리인상으로 수요가 과도하게 위축되는 '오버킬'(overkill)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가 내는 주택시장지수는 7월 55로, 전월(67)보다 12포인트 급락했다. 팬데믹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다. 지수가 이렇게 큰 폭으로 추락한 건 팬데믹 때뿐이었다.
설비투자도 1분기에 10.0% 늘었다가 2분기에는 0.1% 감소했다. 미국 기업들은 대출금리 상승,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생산설비 투자를 미루거나 취소하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나 연준은 곤란한 처지일 수밖에 없다. 개인소비에 제동을 건 인플레이션에 보다 강력하게 대응하면 경기가 더 나빠지기 쉽고, 위축된 경기를 의식해 부양 기조로 돌아서면 인플레이션이 천장을 뚫을 기세이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로 번지는 경기침체·스태그플레이션 공포
경기침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비단 미국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함께 세계 양강으로 부상한 중국의 성장률은 지난 1분기 4.8%(전년대비)에서 2분기 0.4%로 주저앉았다. 세계 경제의 양대 견인차가 모두 위기에 빠져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6일 낸 세계경제전망 보고서 수정판(WEO Update)에서 세계 경제가 곧 전면적인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2%, 2.9%로 제시했다.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6.1%)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IMF의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은 이번이 올 들어 세 번째다.
IMF는 수급불균형과 맞물린 식품·에너지 가격 급등세를 문제 삼으며 올해 세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996년 이후 최고인 8.3%로 제시했다. 지난 4월 예상치보다 0.9%포인트 높여 잡은 것이다.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새 보고서와 함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경제전망이 지난 4월 이후 크게 암울해졌다"며 "세계가 곧 마지막 침체 이후 불과 2년 만에 또다시 글로벌 경기침체로 치달을 수 있는 상태에 있다"고 경고했다.
◇美경기침체 공식 선언은 아직...블룸버그 "연말 침체 위험 커졌다"
미국에서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경기순환위원회가 GDP뿐 아니라 소득, 고용, 소매판매, 산업생산 등 여러 실물경제지표를 놓고 종합 판단해 경기침체의 시작과 끝을 공식 선언한다. 지난 1~2분기 성장률을 근거로 한 '기술적 침체'가 공식적인 건 아니라는 얘기다.
NBER가 정의한 경기침체는 '경제 전반으로 번져 몇 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제활동의 현저한 위축'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상무부의 이번 보고서가 인플레이션이 미국인들의 구매력을 얼마나 약화시켰고, 연준의 통화긴축이 주택 같은 민감한 부문을 얼마나 취약하게 만들었는지 잘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경기침체 논란이 앞으로 더 가열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인 옐레나 슐랴티에바와 엘리자 윙어는 이날 낸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2분기에 위축되면서 연말에 진짜 경기침체에 빠질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반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뒤 회견에서 강력한 노동시장을 근거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NBER는 미국의 팬데믹발 침체가 2020년 2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지속됐다고 판단했다. 미국이 겪은 마지막 공식 경기침체로 역사상 가장 짧은 2개월짜리 침체다.
김신회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