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태원.창원 35년 집념…SK, 'K-바이오시대' 열다
'국산 1호 코로나백신' 개발 성공…최태원 회장, 바이오사업 육성 진두지휘
SK그룹이 코로나19 백신 국산화에 성공했다. 바이오 주권을 확보해 사업보국을 하겠다는 SK 최종현 선대회장과 이후 경영진의 집념이 일궈낸 성과다.
앞서 지난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종점검위원회를 열고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품목허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30일 SK그룹은 최종현 선대회장이 사업보국 정신으로 35년간 '바이오 씨앗'을 뿌린 결과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SK는 1980년대 주력사업인 섬유산업을 대체할 성장동력을 고민하던 중 바이오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섬유를 만들 때 화합물을 합성하는 방식이 제약품 제조 방식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서울대와 미국에서 화학을 공부했던 최종현 선대회장의 이력도 한 몫을 했다.
바이오를 목표로 잡았지만 실제 사업화는 쉽지 않았다. 당시 제약업계는 다국적 기업의 신약을 수입해 단순 가공·포장하거나 복제 판매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당시 SK가 제약 분야에 진출하자 경쟁업체들은 소위 '중소업종 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에 최종현 선대회장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국민에게 봉사하자"며 반발을 무마하고 신약개발에 집중했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1987년 선경인더스트리 산하에 생명과학연구실을 설립한 뒤 합성신약, 천연물신약, 제제, 바이오 등 4개 분야로 나눠 연구에 돌입했다. 연구실은 1989년 연구소로 확대된 뒤 위암치료 신약을 1호 과제로 삼고 10년 연구한 끝에 1999년 3세대 백금착제 항암제 '선플라'를 개발했다.
이어 1993년에는 'P프로젝트'를 시작했다. Pharmaceutical(제약)의 첫 음절을 딴 이 프로젝트는 현재 SK바이오팜의 출발점이 됐다. 앞서 선경인더스트리에 설립된 생명과학연구소는 바이오와 백신, 제제 분야로 특화된 SK케미칼과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의 모태가 됐다.
선대회장에 이어 최태원 SK회장과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바이오 사업을 이어 받았다.
최태원 회장이 2002년 "바이오 사업을 육성해 2030년 이후에는 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장기목표를 제시하자 SK는 바이오에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 SK팜테코 등을 설립했다.
특히 SK의 백신 기술은 최창원 부회장이 가세하면서 본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최 부회장은 2006년 SK케미칼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프리미엄 백신개발을 위한 스카이박스(SKYVAX)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경북 안동에 백신공장을 설립하면서 백신 연구를 이끈 결과 2016년 세계 최초로 세포를 배양, 4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독감백신(스카이셀플루)을 개발해 냈다.
세포배양 기술은 유정란 백신에 비해 생산 기간이 짧고 효율이 우수해 독감 대유행 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바이오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이 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최 부회장은 2018년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하고 K-백신 노하우를 고도화시켜 나갔다. 빌&멜린다게이츠 재단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360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SK관계자는 "SK의 바이오 역사는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면서 이뤄낸 성과"라며 "과감한 투자와 연구를 지속해 'K-바이오'의 또 다른 신화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