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OPEC+, 올여름 추가증산 합의…美·사우디 관계 '해빙'
사우디, 러시아에 완전 등 돌리진 않아…이번주 외무장관 회의 예정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도하는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석유수출국기구)+'가 올여름 추가 증산에 합의했다.
OPEC+는 2일(현지시간) 회의를 마치고 7월과 8월 하루 평균 원유생산량을 64만8000배럴 늘리기로 합의했다. 증산 규모가 최근 몇 개월 동안보다 50% 늘었다.
추가 증산을 요구했던 미국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정책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는 에너지 가격 탓에 11월에 예정된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위태로운 상황이다.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몇 개월 동안 사우디와 관계 회복에 공을 들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브렛 맥거크 중동 담당과 아모스 호츠스타인 백악관 에너지 특사를 비롯한 미국의 고위급 관리들이 최근 몇 차례 사우디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양국 간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사우디는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 회복의 일환으로 유가 안정에 노력하겠다고 어조를 바꾸기로 동의했다고 한다. 사우디는 원유시장에 공급 부족이 생기면 산유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가 추가 증산을 결정하며 미국과의 관계회복 의지를 표현하며 미국에 온화한 제스처를 보낸 셈이다.
엔버스인텔리전스리서치의 빌 파렌-프라이스 디렉터는 블룸버그에 "사우디와 미국의 외교 관계에서 살얼음이 녹고 있지만 완전 정상화하기 전까지 추가 진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사우디와 러시아 사이를 벌리는 것은 더 큰 과제"라고 덧붙였다.
실제 사우디가 러시아에 완전히 등을 돌린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에 원유 수출길이 막혀 하루 평균 산유량이 100만배럴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생산을 늘릴 계획을 내놓았고 양국간 회의는 11분 만에 합의에 도달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사안에 정통한 원유업계와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원유시장에 진짜 공급 부족은 없다는 게 사우디의 기본 입장이라고 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번주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방문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외무장관들과 만난다. 컨설팅업체 에너지에스펙츠의 암리타 센 애널리스트는 "사우디가 미국과 관계를 회복하더라도 러시아에 등을 돌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