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플레인]美국채 수익률곡선 역전...'경기침체' 신호라는데

2022-03-29     김신회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본부/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국채시장의 경기침체 신호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장기국채와 단기국채의 수익률(금리) 역전이 잇따르고 있는데, 시장에서는 이를 경기침체의 전조로 본다.


◇'수익률 곡선 역전'이 뭐길래

채권은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인다. 또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은 게 일반적이다. 투자 기간이 길수록 위험이 큰 만큼 기대하는 보상도 큰 셈이다. 때문에 장기국채와 단기국채의 금리 차이(스프레드)를 나타내는 수익률 곡선은 우상향하는 게 보통이다. 경기전망이 밝을수록 우상향하는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가 가팔라진다.

수익률 곡선은 때로 점점 평평해지다가 끝내 역전되기도 한다. 단기국채 금리가 장기국채 금리를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단기간에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과 경기에 대한 확신이 약해질 때 일어나는 일이다.

미국 국채시장에서는 지난주 3년, 5년 만기 국채 금리가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넘어선 데 이어 28일에는 5년물 금리가 30년물 금리마저 앞질렀다. 2006년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공세와 이에 따른 경기악화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연준은 40년 만에 최고 수준인 인플레이션 압력에 맞서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지난 16일 2018년 이후 첫 금리인상에 나섰는데, 앞으로는 금리인상폭을 평소의 0.25%포인트에서 0.50%포인트 이상으로 높일 것이라는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번지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주 한 연설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연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2%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게 트레이더들의 전망이라고 전했다. 올해 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6차례뿐이다. 모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최소 한 번은 인상폭이 0.50%포인트가 되리라는 전망인 셈이다.


◇경기침체 신호라는데...반론도

미국 국채 2년물-10년물 금리 차이(스프레드) 추이/자료=FRED *마이너스는 수익률 곡선 역전 의미, 음영은 경기침체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이 2018년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1955년 이후 미국은 9차례의 경기침체를 겪었는데, 매번 6~24개월 전에 수익률 곡선이 역전됐다. 시장에서 수익률 곡선 역전을 경기침체의 전조로 여기며 불안해하는 이유다.

수익률 곡선 역전을 직접적인 경기침체 신호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스테파니 로스 JP모건 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 선임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28일 CNBC에 "(수익률 곡선 역전은) 향후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할 뿐"이라고 말했다. 수익률 곡선 역전 자체가 경기침체가 닥치고 있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는 얘기다.

그는 특히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건 미국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의 수익률 곡선인데, 아직 역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로스는 2년물과 10년물 수익률 곡선이 1970년 이후 일어난 7번의 경기침체 전에 모두 역전되긴 했지만, 역전 이후 경기침체가 일어나기까지는 평균 17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침체가 임박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에 맞선 연준의 금리인상 공세 수위 등이 경기침체 여부를 가를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 

로스는 또 1998년에는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와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역전됐지만, 경기침체가 뒤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 직전에도 역전이 일어났지만, 팬데믹발 침체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가에서는 그럼에도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여 잡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미국의 침체 확률을 30~35%로 제시했는데, 이는 역사적 평균치인 15%를 훌쩍 웃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