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NFT 투매바람...거품 벌써 터졌나?

NFT 평균가격 11월 고점 대비 반토막...하루 거래액 2월 고점서 80%↓

2022-03-12     김신회 기자
세계 최대 NFT(대체불가능코인) 장터인 오픈씨(OpenSea)에서 거래 중인 '지루한 원숭이 요트클럽' 캐릭터 컬렉션/사진=오픈씨 웹사이트 캡처

NFT(대체불가능토큰)시장에 투매 바람이 한창이다. NFT시장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급부상한 새로운 대체 투자처 가운데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곳 가운데 하나다. NFT 평균가격이 최근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거의 반토막 나자, 거품이 벌써 터진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NFT 평균 가격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반토막'

NFT는 암호화폐의 블록체인 기술로 디지털·실물자산의 고유성과 소유권을 온라인에서 인증해주는 증서다. 디지털 예술작품, 음악,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이나 이미지 캐릭터, 부동산, 운동화나 운동선수 카드 같은 수집품에 이르기까지 투자대상이 광범위하다.

'비플'(Beeple)로 알려진 미국 그래픽디자이너 마이크 윈켈만의 작품 파일이 지난해 3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달러(약 790억원)에 낙찰된 게 NFT시장이 집중조명을 받는 계기가 됐다.

NFT 정보업체 논펀저블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NFT 거래액은 약 176억달러(약 21조7000억원)로 전년(8200만달러)대비 2만1000% 증가했다. 

주목할 건 올 들어 투자 열기가 급격히 냉각됐다는 점이다. 논펀저블닷컴에 따르면 NFT 평균 가격은 최근 2주 새 약 2500달러로 지난해 11월 고점대비 48% 추락했다. 세계 최대 NFT 장터인 오픈씨(OpenSea)에 반영된 하루 거래액은 이달 약 5000만달러로 전월 사상 최고치(2억4800만달러)에 비해 80% 쪼그라들었다.

주간 단위로 NFT를 사고 파는 계정 수는 지난해 11월 약 38만개로 정점에 달했다가 최근 19만4000개로 역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일련의 통계를 제시하며 NFT시장에 대규모 투매가 한창이라며, 디지털자산 수집 열기가 벌써 정점에 도달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루칩 NFT지수 한 달 새 25%↓...이더리움 가격 반영

프랑스 투자은행 BNP파리바 산하 리서치업체인 라틀리에의 나디야 이바노바 최고운영책임자(COO)는 FT에 지난해 말부터 NFT시장 일부가 포화상태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원숭이'를 주제로 한 NFT 이미지 캐릭터를 문제 삼았다.

FT가 오픈씨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할리우드 배우인 기네스 펠트로, 미국 랩퍼 스눕독 같은 스타들을 통해 인기를 모은 '지루한 원숭이'(Bored Ape) NFT 컬렉션의 대표격인 '지루한 원숭이 요트클럽' 캐릭터의 평균 가격은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사상 최고점에서 지난 10일 저점까지 44% 하락했다. 10일 기준 평균 가격은 74이더리움(약 2억3000만원).

'지루한 원숭이' NFT 컬렉션의 대표격인 '지루한 원숭이 요트클럽' 캐릭터 평균 가격 추이(이더리움)/자료=오픈씨 웹사이트 캡처

비트와이즈가 내는 블루칩 NFT지수는 지난 한 달간 25%, 올 들어 17.1% 내렸다. 이 지수는 우량 NFT 가격을 추종하는데, NFT시장 양대 컬렉션인 '지루한 원숭이'와 '크립토펑크'(CryptoPunk)가 차지하는 비중이 60%가 넘는다. 두 컬렉션의 시가총액은 최소 36억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크립토펑크는 블록체인회사 라바랩스(Larva Labs)가 만든 1만개의 얼굴 이미지 파일이다. 이 중에서도 원숭이를 비롯해 외계인, 좀비 등 고유성과 희소성이 큰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인터넷 기술전문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지루한 원숭이 컬렉션을 만든 유가랩스(Yuga Labs)는 이날 라바랩스로부터 크립토펑크와 '미빗츠'(Meebits) 컬렉션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빗츠는 레고 캐릭터를 3D(3차원)로 구현한 듯한 캐릭터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로 현실세계와 연결된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로 쓰기에 안성맞춤이다.

유가랩스가 크립토펑크와 미빗츠 컬렉션을 얼마에 인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시장에서는 NFT시장이 냉각되기 시작한 가운데 이번 거래가 이뤄진 사실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FT는 NFT시장의 투매가 암호화폐 이더리움 투매를 거울처럼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더리움은 NFT시장을 대표하는 거래 수단으로 그 가격이 지난해 11월 사상 최고치에서 40% 넘게 추락했다.  

크립토펑크 캐릭터/사진=라바랩스 웹사이트 캡처

◇"크립토윈터는 '휴지기'...NFT시장 끝 아닌 시작의 끝"

그럼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NFT시장이 꼭지점에 도달했다고 보기엔 너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FT는 전했다.

라틀리에의 이바노바 COO는 "아직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많다"며 "아직 거품이 터질 때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몇몇 대형 수집가들도 구매 속도를 늦출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NFT가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웹환경에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NFT 전문가인 패니 라코베이는 "NFT시장에는 그동안 수많은 소음과 사기가 있었다"며 "이번 '크립토윈터'(암호화폐시장 냉각기)는 NFT시장이 제대로 돌아가고 학습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구축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NFT산업은 아직 완성된 게 아니라 건설 중에 있다는 지적이다.

NFT시장이 통째로 흔들리기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우량주' 위주의 상위시장과 일반적이거나 다소 투기적인 하위시장으로 나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지루한 원숭이나 사이버펑크 같은 인기 컬렉션 내에서도 희소성을 비롯한 캐릭터의 특성별로 가격 차이가 뚜렷하다.

지루한 원숭이 컬렉션 투자회사인 보어드캐피털클럽 설립자인 마크 크리스털은 NFT시장이 잠시 휴지기에 돌입했을 뿐 한 두 달 만에 되살아 날 것이라며 "우리는 NFT시장의 끝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시작의 끝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