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우크라 사태 시나리오 2選..."어찌됐든 세계경제 '4중고'"
무디스 단·장기 시나리오 ①단기충돌 후 휴전 ②키예프 점령 새정부 수립 인플레이션 가속, 세계무역 정체, 금융시장 혼란에 통화긴축까지 '4중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경제 시나리오를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세계 경제가 이번 사태로 인플레이션 가속, 세계무역 정체, 시장 혼란 등 3중고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의 통화긴축 압박까지 더하면 4중고가 되는 셈이다.
◇무디스 시나리오 2選...단기 충돌 vs 분쟁 장기화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무디스어낼리틱스는 간밤 콘퍼런스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단기간 충돌한 뒤 휴전에 합의하고,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러시아가 접수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서방은 러시아에 대한 금융규제와 수출규제를 강화할 전망이다.
둘째는 분쟁이 장기화하는 경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장악하고 신정권을 수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는 서방이 국제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러시아를 퇴출하는 등 보다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러시아도 보복 조치로 원유·가스 공급을 줄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제유가 급등 불가피...110달러 vs 150달러
두 시나리오 모두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의 급등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일단락될 경우 영국 런던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10달러가 정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가격은 연초 배럴당 70달러 선에서 전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105달러를 웃돌았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건 2014년 이후 처음이다.
갈등이 장기화하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까지 뛸 수 있다는 관측이 시나리오에 반영됐다. 아울러 이같은 에너지 가격 급등은 개인의 가처분소득을 줄여 소비감퇴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유럽은 에너지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경제적 타격이 상당할 전망이다. 분쟁이 장기화하면 유럽연합(EU)의 경제성장률이 올 3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줄곧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연내에 경기침체(2분기 이상 연속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무디스는 특히 러시아를 SWIFT에서 차단하는 것은 넓은 의미로 수출금지 조치가 된다며, 이는 공급망 혼란을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가 하락도 경제 성장세 제동 걸 듯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날 낸 투자노트에서 원유가격이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미국의 물가상승률을 0.2%포인트 높일 수 있지만,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0.1%포인트 가까이 낮추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다만 주가 하락이 궁극적으로 긴축 효과를 가져와 경제성장 기대를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경제분석업체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0.2%포인트 낮은 3.8%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인플레이션 가속에 따른 개인 가처분소득 감소 외에 주가 하락을 문제 삼았다. 주가가 떨어지면 부의 효과가 줄어 부유층의 소비가 부진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연준이 다음달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고수했다. 다만 금리인상폭이 0.50%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줄었다며, 평소대로 0.25%포인트의 금리인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