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지정학위기에 망하는 길...'과잉반응+쏠림투자'
UBS "지정학위기 최대 리스크는 과잉반응과 포트폴리오 다변화 부족" "평정 속에 넓게 봐야"...원자재, 달러, 성장수혜주 투자 등 '행동방침 5'
"평정을 유지하고, 넓게 봐라."
갑부들의 자산관리회사로 유명한 UBS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UBS GWM)의 마크 해펠 최고투자책임자(CIO)가 24일(현지시간) 낸 투자노트에서 당부한 말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에 요동쳤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더니, 한때 105달러를 웃돌기까지 했다. 평정심을 유지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다.
이런 가운데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은 금리인상을 벼르며 통화부양 시대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해펠은 폭넓은 시각이 평정심을 갖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정학적 위기가 시장에 정확히 얼마만한 충격을 줄지 판단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이런 이벤트는 보통 중기적으로 주가 상승을 막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잘 다변화하면 지정학적 스트레스로 인한 증시 하락은 오래 가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투자자들에게 지정학적 위기의 최대 리스크는 과잉반응과 포트폴리오 다변화 부족에서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투자전문지 시킹알파에 따르면 해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금리인상 환경이라는 거대 변수에 직면한 투자자들에게 5가지 행동방침을 제시했다.
①투자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라
투자포트폴리오에서 지역, 업종, 자산군 등을 다변화하면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특정 리스크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미국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500 기업들의 총 매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고 한다.
해펠은 투자포트폴리오 다변화가 본질적인 약세장 보호수단이라고 지적했다. 1945년 이후 약세장에서는 미국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500이 평균 34.5% 떨어져 39개월, 약 3년 반 동안 침체를 겪었다고 한다.
이에 비해 주식과 채권 비중을 각각 60%, 40%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60대 40 자산배분 전략을 구사한 경우에는 평균 손실률이 20%에 그쳤고 평균 30개월, 약 2년 반 만에 신고점에 도달했다.
②지정학 위기 헤지수단은 원자재
러시아는 유럽연합(EU)이 수입하는 천연가스의 40%, 원유의 30%를 공급한다. 이 나라는 세계 최대 밀 공급국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역시 옥수수, 밀, 지방종자(기름을 짤 수 있는 식물 종자) 등의 주수출국이다.
지금처럼 세계적인 공급불안 리스크가 한창일 때는 원자재(상품)가 지정학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헤지(위험회피) 수단이 되는 셈이다. 원자재 투자는 경제성장 가속기, 인플레이션 지속기, 금리상승기에 매력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펠은 다만 미국의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로 하방압력을 받을 수 있다며, 금·은시장 전망은 비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③'안전자산' 달러 강세에 베팅하라
달러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나 리스크오프(위험회피) 심리가 한창일 때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아 랠리를 펼치는 경향이 있다.
해펠은 특히 연준이 올해 6~7차례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향후 수개월 동안 달러 강세를 뒷받침할 것이라며, 달러는 현 시점에서 전략적으로 매력적인 통화라고 강조했다.
④세계경제 성장 수혜주를 담아라
해펠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등 악재가 첩첩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게 세계 경제가 추세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관련 규제가 해제되고 있는 만큼 경제성장 전망이 밝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이 기대될 때는 주가 수준이 낮은 가치주나 경기민감주에 투자하는 게 좋다는 조언이다. 에너지·금융 관련주가 대표적으로 꼽혔다.
해펠은 같은 이유로 주목해야 할 지역 시장 가운데는 유로존을 첫손에 꼽았다. 유로존은 우크라이나와 인접해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고조된 지난 한 달간 유로존 증시가 미국 증시를 압도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유로존의 경기회복세가 여전히 강력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경기회복세가 우크라이나 사태보다 더 중요한 동인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해펠은 설명했다.
⑤방어력도 키워야...헬스케어업종, 배당주 등
해펠은 불확실성이 커질 때 투자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추려면 방어전략으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헬스케어업종을 선호하는 방어업종으로 꼽고, 배당 전략 등도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