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블록버스터' 美고용지표...연준에 쏠린 시선
연내 6회 금리인상 가능성 51%...0.50%P 인상 확률 27%
"미국의 '일자리 기계'(job machine)가 어느 때보다 더 강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노동부의 1월 고용보고서 발표를 보고 한 말이다.
1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자수는 46만7000명을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취합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 15만명을 훌쩍 웃돌았다. 일각에서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 여파로 고용자수가 줄었을 가능성도 제기됐었다.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3.9%에서 1월 4.0%로 올랐다. 미국 실업률은 지난해 6월만 해도 5.9%에 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역대급으로 빠른 하락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노동부는 이날 지난해 11월과 12월 신규 고용자수도 각각 24만9000명에서 64만7000명, 19만9000명에서 51만명으로 높여 잡았다. 이로써 미국 노동시장은 팬데믹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20년 2월 고용자수의 98%를 회복했다.
◇연준 통화긴축 가속 전망...연내 6회 인상 가능성 51%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월가도 기대치를 훌쩍 넘는 1월 고용지표에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미국 고용시장이 완전고용에 가까운 회복력을 보여준 만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긴축 공세를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3월을 시작으로 기준금리를 최소 5번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연준이 금리인상 횟수를 최대 7번까지 늘릴 수 있다는 관측이 세를 더 불리게 됐다. 연준이 올해 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마다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CNBC에 따르면 미국 금리선물시장에는 이날 고용지표 발표 뒤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6번 인상할 가능성이 51% 반영됐다. 또 금리인상폭을 평소의 0.25%포인트에서 0.50%포인트로 늘릴 가능성도 27%까지 높아졌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당장 다음달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이날 블룸버그TV 회견에서 연준이 올해 남은 7번의 FOMC 정례회의에서 모두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으며, 1회 인상폭이 0.25%를 넘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블록버스터' 고용지표...경기냉각 없는 금리인상 기대
문제는 연준의 급격한 통화긴축 행보가 자칫 경기를 냉각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1970년대 겪은 대인플레이션을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연준의 금리인상 공세가 '더블딥'(이중침체)을 일으켰다.
오스탠 굴스비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탄탄한 고용시장이 연준의 통화긴축 공세에 대한 방패막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일원이었던 굴스비는 이날 CNN비즈니스와 한 회견에서 1월 고용지표는 "그야말로 블록버스터급"이라며, 올 여름께 팬데믹 사태 이전 수준의 고용 회복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강력한 고용시장 덕분에 경제를 망치지 않으면서 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굴스비는 또 가파른 임금상승세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이는 다시 임금을 띄어 올리는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생산성 개선 속도가 빠른 데다 임금상승률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앞설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싱크탱크인 키케로연구소의 저지 글록 정책·리서치 책임자도 최근 WSJ에 쓴 칼럼에서 같은 이유로 '임금·물가의 악순환적 상승'(wage-price spiral)을 둘러싼 우려는 잘못된 '신화'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1월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년동기대비 5.7% 올랐다. 2020년 5월 이후 최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