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强달러 정점 지났다"...美통화긴축 고삐 죄는데 왜?

달러인덱스 올 들어 1.2%↓...세계경제 회복세 확산 탓 "달러 대신 신흥국 채권, 유럽 주식, 금, 은..." 권고 잇따라

2022-01-14     김신회 기자
사진=픽사베이

달러 강세가 정점을 지났다는 진단 아래 달러 매도 권고가 잇따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력 머니매니저들이 최근 한 목소리로 달러를 팔고 신흥국 주식이나 금 등 다른 자산에 대한 투자를 권하고 있다고 한다. 달러 강세 베팅이 2015년 이후 가장 강력했던 불과 한 달 전에 비하면 극적인 반전이다. 최근에는 달러값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견해가 세를 불리고 있다.

한 예로 호주 자산운용사인 K2는 달러를 팔아 아시아 신흥국 채권이나 유럽 주식에 투자하라고 권하고 있다. 브랜디와인글로벌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와 브릭클리어드바이저리그룹은 각각 달러 대신 호주달러 같은 원자재(상품) 관련 통화, 금·은에 투자하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잭 매킨타이어 브랜디와인 머니매니저는 "달러가 정점에 도달했다"며 "(달러는) 고평가됐다. 매수 베팅이 과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를 약세로 몰아넣을 최대 요인으로 세계 경제 성장세 개선을 꼽았다. 경기회복세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달러만 유독 강세를 띨 이유가 없게 됐다는 얘기다. 

매킨타이어는 지난달 달러 대비 호주달러와 칠레페소의 강세에 베팅했다고 한다. 

달러인덱스 추이/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피터 부크바 브릭클리어드바이저리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되돌아보면, 지난해 달러가 유일하게 랠리를 펼친 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보다 통화긴축에 앞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경기회복세로 곳곳에서 통화긴축이 가시화하면서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지게 됐다. 북크바는 이런 환경에서 자신은 달러의 대안으로 금과 은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조지 부부라스 K2 리서치 책임자는 "달러는 분명히 정점을 지났다"며 "외환트레이더들은 연준의 금리인상과 경기회복세를 이미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달러 약세가 더 강해질 게 확실하다면, 신흥시장과 유럽의 국채·신용·주식시장에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확대, 광범위한 세계 경제 회복세에 따른 비달러 자산 선호 움직임이 달러에 지속적인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94.81로 전날보다 0.1% 하락,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로써 달러인덱스는 이번주 1%, 올해 들어서는 1.2% 내렸다. 달러는 최근 10개 주요 통화 가운데 엔을 제외한 9개 통화에 대해 약세를 나타냈다.

달러는 한국 원화에 대해서도 여전히 강세가 두드러진다. 

원/달러 환율 추이(달러당 원)/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이상한 나라의 시장'(Markets are in wonderland)

마켓워치에 따르면 키트 주크스 소시에테제네랄 글로벌 거시 전략가는 이날 낸 투자노트에서 연준의 조기 금리인상 움직임에 달러가 약세를 띠고 있다며, 시장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공격적인 통화긴축을 밀어붙이는 매파 성향을 강화하면 달러가 강세를 띠는 게 정상인데, 오히려 약세를 띠는 모습이 그렇다는 것이다. 

주크스는 연준이 아무리 통화긴축 공세를 취해도 현재 0~0.25%인 기준금리를 2%까지밖에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상한 현상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연준이 올해와 내년에 각각 세 차례, 2024년에 두 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한 대로라면 기준금리가 2%를 넘게 되지만, 시장에서는 최종금리(terminal rate)가 실제로는 2%를 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크스는 전날 40년 만에 가장 높은 소비자물가상승률(지난해 12월 7%)을 받아들고도 미국 증시가 오를 수 있었던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신(新)채권왕'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연준의 통화긴축이 미국 경제를 침체로 이끌 수 있다며, 연준이 경제적 고통을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한계치가 1.5%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