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美금리상승 어쩌나..."도처에서 거품이 터지고 있다"
BofA "동시다발 거품 붕괴"...기술주, 암호화폐, ESG, 원자재 등 곳곳서 불안 신호
"자산거품이 동시에 터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강력한 통화긴축을 예고하면서 위험 자산시장 곳곳에서 거품 붕괴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8일(현지시간) 위험자산 거품이 도처에서 빠지고 있다는 게 거품론자들의 지적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양적완화 중단을 예고한 오는 3월 첫 금리인상을 단행할 게 거의 확실하다고 본다. 연준은 이미 올해 세 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양적완화로 불린 자산을 줄이는 '양적긴축'에도 곧 나설 태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년이 걸린 통화긴축 행보가 훨씬 빨라지는 셈이다.
이 바람에 미국 국채시장에서는 금리가 가파르게 뛰고 있다. 장기금리 기준물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초 1.5% 선에서 지난 주말 한때 1.8%까지 올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0년물 금리가 연내에 2%에 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현되면 2019년 이후 처음이 된다.
마이클 하트넷 수석 시장 전략가를 비롯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애널리스트들은 최신 투자노트에서 금리에 민감한 장기 주식인 기술주와 암호화폐, 레버리지 자산(부채로 사들인 자산)의 거품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모두 금리 상승에 취약한 자산들이다.
제이 햇필드 인프라스트럭처캐피털어드바이저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의 유동성 감축은 주식의 리스크(위험) 프리미엄과 금리의 동반 상승을 초래해 위험자산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술주와 밈(meme)주식, 암호화폐 등을 문제 삼았다. 특히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내재 가치라는 기반이 없기 때문에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봤다.
기술주는 팬데믹 사태 저점에서 증시 반등을 주도하며 고평가 논란에 휩싸인지 오래다. 미래 가치를 그만큼 높게 평가 받아왔다는 뜻인데, 금리 상승은 미래 평가 가치를 낮추기 쉽다.
밈주식은 개인 투자자(개미)들 사이에서 인터넷을 타고 유행한 종목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에 뛰어든 개미들도 금리상승에 취약하긴 마찬가지다.
미국 자산시장의 투기 거품 붕괴 우려를 자극하는 신호들은 한둘이 아니다. 모양새가 상당히 비관적인데, 거품 붕괴라고 단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보는 신중론도 있다.
①기술주...반토막 난 '돈나무'
월가 스타 매니저 캐시 우드(한국에선 '돈나무 언니'로 불린다) 아크(ARK)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의 시련은 기술주 투매 압력의 세기를 보여준다. 그의 간판 기술주 펀드 '아크이노베이션 ETF(상장지수펀드)'는 주말 종가(84.42달러) 기준, 지난해 2월 장중 사상 최고가 대비 46%가량 추락했다. 미국 전기차회사 테슬라(8.55%)와 화상회의 플랫폼업체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스(6.17%), 스트리밍 플랫폼업체 로쿠(6.00%) 등이 주종목이다.
토드 로젠블러스 CFRA ETF 리서치 책임자는 "잠재적인 금리상승 환경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그들이 떠안을 리스크를 재평가하게 했다"며 "투자자들이 안정을 더 추구하게 되면서 성장 잠재력이 크지만, 아직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종목들이 눈밖에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해당 종목이나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게 거품 붕괴를 의미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거품은 터진 뒤에나 분명해지기 마련이라는 이유에서다. 거품 붕괴 조짐이 일고 있긴 하지만,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②바이오테크...나스닥바이오테크지수 연초 부진
성장잠재력이 크지만 수익 기반이 취약한 또 다른 업종 가운데 하나가 생명공학(바이오테크)이다. 나스닥시장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의 주가를 반영한 나스닥바이오테크지수(NBI)는 지난해 여름부터 부진한 모습이다. 올해 첫 주에만 6.5% 하락했다. 주간 낙폭으로는 2020년 3월 이후 가장 컸다. 투자자들이 고위험고수익 종목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또 하나의 방증으로 풀이된다.
③ESG...인베스코솔라ETF 자금이탈
투자열기가 뜨거웠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주에서도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오고 있다. 한 예로 신재생에너지 관련 ESG 유망주로 꼽혀온 인베스코솔라(Invesco Solar) ETF는 2020년 23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연준이 최근 매파(강경파) 성향을 더 드러내면서 부진을 겪고 있다. 연준이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공개하며 조기 금리인상·양적긴축 우려를 자극한 다음날인 지난 6일에만 7000만달러 이상이 순유출됐다. 지난해 3월 이후 최대 규모의 자금 이탈이다.
④암호화폐...비트코인 고점대비 40%↓
암호화폐도 시련을 피하지 못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한때 4만달러 선까지 추락했다. 지난해 11월 6만9000달러에 달했던 사상 최고점에서 40% 넘게 추락했다. 비트코인에 이어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도 지난 11월 고점에서 35%가량 빠졌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주식 같은 위험자산 취급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노엘 애치슨 제네시스글로벌트레이딩 마켓인사이트 책임자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주도하는 건 비트코인을 위험자산으로 보고 위험 회피를 위해 관련 투자포지션을 청산하려는 단기 트레이더와 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암호화폐시장의 레버리지(부채) 수준이 아직 과도하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쌓인 만큼 부담이 클 수 있다고 봤다.
⑤핀테크...기술주·암호화폐 부진 이중고
기술주와 암호화폐시장의 부진은 두 부문을 기반으로 삼고 있는 핀테크 쪽에는 이중고가 된다. 관련 종목들을 담고 있는 글로벌X핀테크 ETF는 지난해 10월 사상 최고점에서 30%가량 떨어졌다.
⑥中기술주...항셍테크지수 고점대비 '반토막'
중국 기술주는 안팎의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다만 연준의 통화긴축 우려보다 국내 압박이 더 심하다. 중국 정부의 기업 규제 강화 움직임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부동산시장의 침체 우려가 더해졌다. 이 여파로 홍콩증시에 상장된 30대 기술주 주가를 반영하는 항셍테크지수는 지난해 초 고점에서 절반가량 추락했다.
⑦원자재...팔라듐 고점대비 35%↓
경기회복세로 승승장구하던 상품(원자재)시장에서도 수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금, 백금(플래티넘)과 함께 '3대 귀금속'으로 꼽히는 팔라듐이 대표적이다. 팔라듐은 수년간 고공행진을 거듭해왔지만, 지난 5월 사상 최고치를 새로 찍은 뒤 35% 떨어졌다. 온스당 3000달러에 달했던 가격이 1900달러 선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