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플레인]美연준 '매파본색' 정점...'양적긴축' 뭐길래

'테이퍼링→금리인상→양적긴축' 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 정상화 수순

2022-01-06     김신회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긴축'(QT·quantitative tightening) 논의를 시작했다.

양적긴축은 국채와 주택담보부증권(MBS)을 매입(양적완화)하면서 늘린 자산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연준은 지난해 11월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에 나서 오는 3월 양적완화를 완전히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세 차례의 금리인상도 예고했다. 양적긴축까지 더해지면 통화긴축 압력이 훨씬 더 거세질 전망이다.


◇양적긴축 뭐길래

연준이 5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은 당시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는 동시에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완전고용이 임박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당초 예상보다 이르고 빠른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금리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3월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60% 넘게 보고 있다.

주목할 건 연준이 지난 회의에서 양적긴축을 논의했다는 점이다. FOMC 위원들은 첫 금리인상 이후 어느 시점, 구체적으로 앞으로 몇 개월 안에 양적긴축에 나서는 게 적절하다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 또 양적긴축 속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 정상화 때보다 빨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올 여름 양적긴축 개시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장부상 자산 추이(백만달러)/자료=FRED

양적완화는 제로(0)금리와 함께 연준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도입한 양대 통화부양책이다. 기준금리를 더 낮추지 못하게 된 연준은 양적완화로 시중에 직접 돈을 풀며 장기금리 하락을 유도했다. 연준은 금융위기 때의 양적완화로 장기금리를 약 1%포인트 낮췄다고 분석했다.

연준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직후 기준금리를 다시 '제로'로 낮추고,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에 돌입했다. 지난해 11월 테이퍼링을 시작하기까지 매월 1200억달러어치의 국채와 MBS를 매입했다. 이 결과, 지난해 3월 4조달러를 조금 웃돌던 장부상 자산이 9조달러에 육박하게 됐다. 연준이 양적완화로 푼 돈은 금융위기 때 3차에 이르는 양적완화의 규모(4조달러 미만)를 훌쩍 웃돈다. 

양적긴축은 양적완화의 정반대다. 연준이 장부상 자산을 줄이는 만큼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진다.


◇양적긴축 속도전 왜?

연준은 금융위기 때 실시한 양적완화를 2014년 10월 완전히 중단했다. 양적긴축 개시(2017년 10월)까지는 3년이 걸렸다. 금융위기 이후 첫 금리인상(2015년 12월)을 단행한 지 약 2년 만이었다. 연준은 당시 양적긴축을 월간 100억달러 규모로 시작해 500억달러까지 늘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JP모건은 연준이 이번에는 월간 1000억달러 규모의 공격적인 양적긴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이 양적긴축 속도를 높이려는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너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연준이 가장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5.7%로 1982년 이후 3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너지와 식품 제외한 근원 PCE 물가상승률은 4.7%로 1989년 이후 가장 높다.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변동률 추이(전년동기대비 %)/자료=FRED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고전하고 있는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치르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당 내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다음달 임기 종료를 맞는 제롬 파월 의장을 차기 의장으로 재지명했다. 인플레이션 대응 책임자로서 파월에게 정치적 압력이 쏠리기 쉽다. 연준이 매파(강경파) 성향을 강화하게 된 또 하나의 배경이다.


◇양적긴축 파장은?

연준의 양적긴축 전략은 아직 불투명하다. 양적긴축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연준은 금리인상과 양적긴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로 인플레이션과 인력난을 꼽았다. 인력난이 임금인상을 부채질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문제는 노동력이 부족해진 건 코로나19 사태로 일터로 나올 수 없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결국 공급제약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에 통화긴축으로 대응하는 건 경기만 냉각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연준은 양적긴축에 이미 실패한 바 있다. 시장에서 우려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연준은 2014년 양적완화를 중단한 뒤 한동안 만기가 돌아와 손에 넣는 원리금을 재투자해 다시 채권을 매입하는 식으로 장부상 자산을 유지했다. 경제나 시장에 특별히 충격을 줄 일이 아니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 추이(%)/자료=국제통화기금

양적긴축에 나섰을 때도 보유 채권을 직접 시장에 팔기보다 만기가 돌아온 채권의 재투자 규모를 줄이는 식으로 자산을 축소했다. 연준은 당초 양적긴축으로 2017년 당시 4조5000억달러 수준이던 장부상 자산을 2조5000억~3조달러까지 줄일 계획이었지만, 주가 하락에 무릅을 꿇었다. 미국 뉴욕증시 간판지수인 S&P500이 2018년 12월 3주에 걸쳐 16% 가까이 추락하자, 연준은 이듬해 양적긴축을 중단했다. 당시 연준의 자산은 4조달러를 조금 밑돌았을 뿐이다.

연준이 조기 금리인상과 양적긴축 등으로 통화긴축 고삐를 바짝 죄면 세계 경제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팬데믹 사태를 겪으며 전 세계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56%(2020년 기준)로 1년 새 28%포인트 늘었다. 연간 증가폭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컸다. 금리상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또한 연준의 통화긴축 공세는 달러 강세를 부추겨 신흥시장에서 외자 유출을 부추길 수 있다.

프리야 미스라 TD증권 금리전략 부문 글로벌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양적완화가 장기금리를 낮췄듯, 양적긴축은 장기금리를 높일 것이라며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올해 말 2%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추이(%)/자료=F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