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2 리뷰&전망]팬데믹이 바꾼 세계경제?...새해 주목할 트렌드 10

세계경제, 국제금융시장 지난해 이슈와 새해 전망⑨/ 인구절벽, 피크차이나, 부채함정, 인플레이션, 거품붕괴, 개미투자 냉각...

2022-01-04     김신회 기자
한 아이가 지난 12월 31일 중국 베이징 한 쇼핑몰의 새해 장식 앞을 걷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세계 경제는 올해 팬데믹 사태 3년차를 맞았다. 유례없는 팬데믹은 지난 2년간 이미 세상에 큰 변화를 강요하고, 일으켰다.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매니지먼트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팬데믹이 세상 모든 것을 바꾸지는 않았지만, 많은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2022년을 규정할 트렌드 10개를 꼽았다. 샤르마의 글에 살을 붙여 소개한다. 


①출생률 급락

인구 고령화와 맞물린 출생률 급락세는 '인구절벽' 우려를 낳고 있다. 인구절벽은 곧 경제를 굴릴 노동력의 부족을 의미한다. 노동가능인구가 감소세에 있는 나라는 2000년 17개국에서 현재 51개국으로 늘었다. 팬데믹 사태로 부부가 아이를 가질 시간이 늘었는지 몰라도, 바이러스 공포로 봉쇄된 세상은 오히려 아이 낳기를 꺼리게 만들었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가운데 하나다. 중국의 신생아 수는 2020년 1200만명으로 4년 연속 줄었다. 지난해 인구 1000명당 신생아 수는 8.52명으로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인구 증가세도 계속 둔화해 머잖아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노동가능인구는 2015년에 정점을 찍었다.

중국 노동가능인구수 추이(십억명)/자료=세계은행

②피크 차이나(Peak China)

중국의 세계 경제 성장엔진 역할이 정점에 도달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에  5%를 밑돌았다. 30년 만에 최저 성장률(전년동기대비 4.9%)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약 4분의 1로 팬데믹 사태 이전(3분의 1)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급격한 고령화와 출생률 급락,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부채, 정부의 간섭 등이 중국의 성장세를 떨어뜨리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더해 중국은 고속 성장기 때처럼 수출에 의존하지 않는 내수 중심의 경제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성장하면 주변 신흥국들이 덩달아 성장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분기 성장률 추이(전년동기대비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③부채함정

부채함정(debt trap)은 경제주체들이 소비, 투자 등 경제활동을 위해 끌어들인 과도한 빚 부담 때문에 오히려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팬데믹 기간 글로벌 부채는 지난 40년보다 훨씬 급격히 늘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총부채가 GDP의 300%를 넘는 나라가 현재 25개국에 이른다. 1990년 중반만 해도 한 곳도 없었다고 한다.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저금리 기조 아래 돈을 찍어 풀면서 부채함정이 점점 더 깊어졌다. 빚에 일단 중독되면 파산 공포가 커져 빚을 줄이기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0년 말 현재 글로벌 총부채는 GDP의 256%로 전년대비 28%포인트 늘었다. 연간 증가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컸다.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글로벌 총부채 비율 추이/자료=국제통화기금

④'대인플레이션'은 아니지만...

노동력 부족, 정부지출 확대, 높은 수준의 부채는 모두 고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지만, 1970년대 이른바 '대인플레이션' 시대처럼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로 치솟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정부 지출이 완화되고 기술 혁신이 지속되면서 물가상승세를 제한할 수 있다.

물가상승세보다 더 큰 리스크는 자산가격의 과도한 팽창이다. 팬데믹발 침체를 막기 위해 푼 막대한 경기부양자금이 금융시장으로 흘러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규모가 세계 경제의 4배 수준으로 급팽창했다.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게 보통이다. 자산가격 거품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변동률 추이(전년대비 %)/자료=FRED

⑤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

국제사회는 최근 기후변화 위기 대응의 시급성을 체감하면서 친환경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여파로 구리, 알루미늄 등 관련 원자재(상품) 가격이 치솟고 있다. 문제는 이들 원자재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그린플레이션'이다. 

원자재 가격이 뛰는 건 팬데믹 사태의 영향도 있지만, 채굴·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탓이 크다. 원자재를 생산하는 것 자체가 온실가스인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기후변화 대응 대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광산과 유전 등에 대한 투자는 지난 5년간 급격히 줄었고, 그린플레이션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지난해 1973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알루미늄 선물가격(3개월물) 추이(톤당 달러)/자료=런던금속거래소

⑥생산성 역설

팬데믹 사태가 비대면 활동을 강요하면서 실생활은 물론 산업현장의 디지털화가 급격히 진행됐지만, 생산성이 높아지리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주요국 가운데 미국에서만 2020년 생산성이 높아졌을 뿐이고, 이조차 지난해 다시 흐지부지됐다. 기술혁신이 오히려 생산성을 낮추는 역설적인 상황(productivity paradox)이 벌어진 셈이다. 

팬데믹 사태로 인터넷 기술을 통한 재택근무가 확산됐지만, 재택근무는 노동시간을 늘리고 성과를 낮췄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지난해 3분기에 전분기 대비 5.2% 하락했다. 1960년 2분기 이후 최악의 추락세다. 

미국 노동생산성 추이/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⑦데이터 현지화

바이러스 공포는 세계를 안으로 굽게 만들었다. 사람은 물론 상품과 자금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국경간 이동이 줄었다. 예외가 있다면 인터넷 트래픽 정도다. 올해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은 2016년까지의 모든 트래픽을 웃돌 전망이다. 하지만 데이터 현지화(data localization) 바람은 인터넷을 통한 데이터 이동에 제동을 걸고 있다.

데이터 현지화는 기업이 자료를 수집한 국가 안에서만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가안보위협, 개인 사생활 보호 등이 데이터 현지화 규제의 명분이 되고 있다.


⑧거품 붕괴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모든 게 거품'(everything bubble)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각국이 팬데믹 사태 극복을 위해 재정·통화부양책으로 푼 천문학적인 자금이 거품의 배경이 됐다. 주식, 채권, 부동산 같은 전통 자산은 말할 것도 없고 암호화폐, 'NFT'(Non fungible Token·대체불가능 토큰), 스팩(SPAC) 등 상대적으로 생경한 부문도 다를 바 없다. 

거품 붕괴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테슬라 주가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한때 고점 대비 35% 이상 폭락하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닷컴버블 때처럼 기술주 거품은 결국 터지더라도 잠재적으로 거물이 될 만한 생존자를 남겨 놓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FT는 지적했다.


⑨개미투자 냉각

지난해 글로벌 증시, 특히 미국과 유럽 증시에는 수백만명의 개인투자자(개미)들이 생애 첫 주식 계좌를 들고 뛰어들었다. 글로벌 증시가 13년차 강세장에 들어섰을 때다. 이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풀린 저금리 자금을 대출해 인터넷을 통해 입소문을 탄 종목, 이른바 '밈주식'에 뛰어들었다.

증시에서 개미들의 뒤늦은 합류와 열광은 파티가 끝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개미들이 타격을 입으면 증시 전체는 아니라도 개미군단이 끌어올린 밈주식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미국 비디오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톱, 극장체인 AMC 등이 대표적이다. 게임스톱 주가는 지난해 1월에만 4500% 넘게 폭등했다. 


⑩결국은 물질경제

최근 온라인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가 '차세대 대물'(next big thing)로 각광받고 있지만, 이는 물질경제(physical economy)의 쇠락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상세계를 유지하려면 물질적인 조건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지난해 세계적인 주택가격 급등을 주도한 세력 가운데 하나가 메타버스를 비롯한 첨단기술에 밝은 20~30대의 MZ세대다. 

더욱이 미래 기술도 물리적인 자원에 의존한다. 전기차에는 내연기관차보다 많은 구리가 쓰인다. 메타버스 안에서 활동하는 아바타도 결국은 사람의 분실일 뿐이고, 노동력 부족 사태는  자동화로 위협받는 단순 직군의 임금까지 밀어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