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2 리뷰&전망]전기차 뜨는데 '제2의 테슬라' 찾기 어려운 이유

세계경제, 국제금융시장 올해 이슈와 새해 전망⑤/ 전통車업계 전기차 전환 가속..."전기차회사보다 '가치사슬' 주목해야"

2021-12-28     김태연 기자
사진=AP연합뉴스

전기차는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분야 가운데 하나다. 업계 최강자인 테슬라의 활약이 특히 돋보였다. 테슬라는 지난 10월 시가총액 1조달러를 달성한 6번째 미국 기업이 됐다. 2010년 기업공개(IPO) 이후 12년여 만의 쾌거였다. 9년차에 같은 고지에 고른 메타플랫폼스(페이스북) 다음으로 빨랐다.

테슬라는 최근 뉴욕증시에서 부진을 겪기도 했다. 지난 11월 역대 최고치에서 30% 가까이 밀려났다. 그럼에도 이 회사 주가는 올 들어 27일까지 50% 넘게 뛰었다. 지난해 740% 넘게 급등한 데 비하면 '찔끔' 오른 셈이지만, 포드를 제외한 주요 자동차업체들을 압도하는 성적이다.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모터스와 리비안오토모티브도 지난 7월과 11월에 각각 뉴욕증시에 데뷔하며 전기차 투자 열기를 부채질했다. 리비안은 상장 직후 급등하며 한때 테슬라, 토요타 다음 가는 시총 기준 세계 3위 자동차회사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루시드와 리비안의 주가는 최근 지난 11월 고점보다 각각 30%, 40%가량 낮은 수준에서 거래된다.

테슬라-포드 올해 주가 변동률 추이/자료=야후파이낸스

◇'제2의 테슬라' 찾기 어려운 이유

이에 대해 CNN비즈니스는 지난 26일 '제2의 테슬라'를 찾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는 셈이라고 짚었다.

뉴욕증시에서 최근 전기차가 부진을 겪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세제·지출법안, 이른바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법안이 좌초 위기에 몰린 탓이다. 이 법안에는 전기차 부문에 대한 대규모 인센티브 지원 방안이 담겼는데, 민주당의 조 맨친 상원의원이 지난 19일 정부부채와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 등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CNN비즈니스는 전기차 주가가 맨친 사태 이전에 이미 상당폭 떨어졌다며 다른 이유를 댔다. 폭스바겐, 토요타, 포드, GM 등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잇따라 전기차 투자 확대 계획을 밝히고 나선 게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 

탄탄한 재력과 네트워크를 가진 자동차 공룡들이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면, 홀로서기 중인 전기차 회사들이 당해낼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방증하듯 전기차 전환에 공을 들이고 있는 포드는 올해 주가가 140% 가까이 올랐다.


◇전기차 말고 '가치사슬'을 보라

27일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루크 바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주식 포트폴리오 책임자도 비슷한 맥락에서 전기차시장에 대한 과도한 낙관을 경계했다. 

그는 전기차 기업들의 성장세가 내년에는 가라앉기 쉽다며 시장 전망을 다소 비관적으로 봤다. 전통 자동차업체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전기차업체들이 주요 원자재와 부품을 외부에 의존한 채 단순 기술로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을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바스는 결국 전기차 부문에서 진짜 주목해야 할 건 전기차회사가 아니라 밸류체인(가치사슬)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시장 점유율 전쟁에서 누가 이기든, 오리지널 장비 제조사와 배터리 생산업체, 첨단기술 공급업체 등이 틀림없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