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크리스마스 이브 앞둔 美증시...'악몽'을 꿈꾸는 이유
산타랠리 기대감에 저가매수 기회 노려...2018년 급락장 재현 기대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미국 뉴욕증시가 평소보다 3시간 조기 마감한 2018년 12월 24일. 투자자들에게는 '악몽'으로 기억된다. 다우, S&P500, 나스닥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2% 넘게 추락했다. 다우지수 낙폭은 653.17포인트, 2.91%나 됐다. 2.71% 내린 S&P500지수는 장중 가격 기준으로 같은 해 9월의 사상 최고점에서 20% 넘게 밀렸다. 사실상 '약세장'에 진입한 셈이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크리스마스 이브
당시 월가에서는 뉴욕증시가 '산타랠리' 기대감이 큰 크리스마스 이브에 1% 넘게 추락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12월 들어 각각 15%가량 추락 중이었다.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1년 12월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았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평가였다.
뉴욕증시 강세 행진에 찬물을 끼얹은 건 세계적인 경기둔화 우려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같은 해 10월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은 게 문제였다. IMF는 미·중 무역전쟁을 주요 배경으로 지목했다. '트럼프(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리스크'가 결국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이 잇따라 터져나왔다.
그 사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크리스마스 이브 전주에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부분폐쇄) 우려 속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해임설이 불거지는 등 악재가 속출했다.
주목할 건 2018년 12월 들어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급락세를 탔던 뉴욕증시가 크리스마스 휴장 직후인 같은 달 26일부터 급반등했다는 사실이다. S&P500지수는 26일에만 5% 뛰는 등 이듬해 1월 첫째주까지 저점 대비 8%가량 오르며 강세장을 이어갔다. 산타랠리, 올 게 온 셈이다.
과거 통계를 봐도 산타랠리 기대감이 큰 12월과 1월은 증시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았다. 야데니리서치에 따르면 1928년 이후 지난해까지 93년 동안 S&P500지수가 12월에 상승한 해는 68년, 하락한 해는 25년이다. 1월(올해까지 94년 동안)도 오른 해가 58년, 내린 해가 36년으로 상승장이 압도적이다.
◇2018년 어게인?...저가매수 기회 노린다
블룸버그는 21일(현지시간) 베테랑 투자자들이 최근 2018년 악몽을 떠올리며 저가매수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S&P500지수는 이날 반등에 나섰지만, 전날까지 3거래일에 걸쳐 3% 넘게 떨어졌다. 사흘치 기준으로 지난 9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벤 쿠마르 세븐인베스트먼매니지먼트 선임 투자전략가는 "2018년 크리스마스 이브가 다시 왔으면 좋겠다"며 "그럼 우리가 사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증시 부진이 매수 기회인지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쿠마르는 2018년 수준의 극적인 드라마까지는 기대하지 않지만, 공포에 따른 투매 조짐이 있으면 곧장 저가매수에 돌입할 태세다. 시장에서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 중앙은행들의 통화긴축 움직임 등을 둘러싼 우려가 언제든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블룸버그는 기술적인 신호들도 추가 하락에 따른 저가매수 기회를 노리는 이들의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펀드스트랫글로벌어드바이저스에 따르면 고평가주에 대한 압력 등이 S&P500지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뒤에는 마침내 산타랠리를 통해 지수가 반등해 상승주기를 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S&P500지수는 2018년 12월 월간 기준으로 9.18% 내렸지만, 이듬해 1월 7.87%, 2월 2.97% 올라 낙폭을 만회하며 한동안 상승세를 탔다.
마크 뉴튼 펀드스트랫 기술전략 부문 책임자는 보통 산타랠리는 매년 마지막 5거래일에 시작돼 이듬해 첫 3거래일까지 이어지고, 연초 3거래일이 12월 첫 몇 주보다 나은 성적을 약속한다고 설명했다. 저가매수 기회를 노리는 이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의 악몽을 꿈꾸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