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美연준 '과속' 어쩌나...'내년 글로벌 증시 최대 리스크'

내년 글로벌 증시서 연준 과도한 테이퍼링·금리인상 가장 경계

2021-12-14     김신회 기자
사진=픽사베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정책실수가 내년 글로벌 증시의 최대 리스크로 꼽혔다. 블룸버그가 지난 3~13일 전 세계 유력 펀드매니저·투자전략가 10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블룸버그는 14일 조사 결과를 근거로 연준의 통화긴축이 다른 잠재적인 위험들을 압도하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위험으로는 팬데믹 사태 재확산, 중국의 성장둔화 등이 거론됐다. 물론 이런 위험요인들이 시장의 레이더에서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연준 테이퍼링, 과도한 금리인상 경계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들은 연준의 테이퍼링과 정책실수(36.8%)에 이어 고삐 풀린 인플레이션(33.0%), 팬데믹·신종변이(10.4%), 지정학적 리스크(9.4%), 중국 성장둔화(6.6%), 기타(3.8%) 순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줄리엔 라파그 바클레이스 프라이빗뱅크 수석 시장전략가는 테이퍼링과 정책실수를 과도한 통화긴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팬데믹 사태에 따른) 비상조치(통화완화책)를 거둬들일 상황이 됐다고는 하지만, 미국과 세계 경제가 특히 연준의 과도한 금리인상을 견뎌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美인플레이션 3% 넘으면 위험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는 대다수 응답자들이 미국의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를 넘는 상태가 지속되면 증시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할 것으로 봤다. 20%에 가까운 응답자들은 물가상승률이 5%를 넘어야 증시가 궤도에서 이탈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6.8%(전년동기대비)로 39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응답자들은 물가상승률이 이렇게 높은 수준에 오래 머물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파스칼 블랑크 아문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이 내년에 4~4.5%를 넘는 인플레이션을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많은 투자전략가들은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더 주목해야 할 게 채권시장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의 통제로 명목금리가 물가상승세를 따라 잡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실질금리가 너무 낮아 채권이 주식의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암호화폐, 스팩, IPO...증시 거품 우려도

일각에서는 증시 거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알래스데어 매키넌 스코티시인베스트먼트트러스트 선임 매니저는 "진짜로 우리는 내가 그동안 경험한 만큼이나 큰 거품 속에 있다"며 암호화폐, '스팩'(SPAC), 기업공개(IPO)시장에 나타난 투기를 가장 극단적인 거품 사례로 들었다.

스팩은 비상장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인수회사를 말한다.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게 목적이다. IPO로 조달한 자금이 전부인 '껍데기 회사'지만, 비상장 알짜기업 인수에 따른 '대박' 기대감이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다만 일반 투자자들은 인수 표적 등을 잘 알지 못해 '묻지마 투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스팩을 '백지수표 회사'라고 하는 이유다.

◇세계경제 깜짝 성장 등 '상방리스크'도 

설문조사에서는 글로벌 증시를 끌어올릴 상방 리스크에 대한 기대도 나왔다. 세계 경제 회복세가 최근 진단보다 강력한 것으로 판명날 가능성이 대표적이다. 응답자의 41.5%가 깜짝 성장세와 수요 개선을 1순위로 꼽았다. 이어 인플레이션 하락(23.6%), 팬데믹(대유행)의 엔데믹(풍토병) 전환과 관련 규제 해제(22.6%), 미·중 관계 개선(6.6%), 기타(5.7%) 순이었다.

◇최고 '톱픽'은 가치주, 유럽 비중확대도 대세

이밖에 내년 증시 '톱픽'(top pick)으로는 가치주(23.6%)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어 친환경주(13.2%), 스몰캡(11.3%), 성장주(10.4%), 신흥시장(9.4%), 미국 기술주(6.6%)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지역별 투자의견으로는 유럽증시 비중확대가 52%로 압도적이었다. 미국 증시도 비중확대가 42%로 가장 두드러졌다. 중국에 대해서는 중립과 비중축소가 각각 36%, 37%, 비중확대는 27%에 그쳤다.